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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 뮤지컬배우 김소현, "5년 전 '엘리자벳'과 다르죠"

등록 2018.12.09 14: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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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벳' 김소현 ⓒEMK뮤지컬컴퍼니

'엘리자벳' 김소현 ⓒEMK뮤지컬컴퍼니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성악가 출신 뮤지컬배우가 흔해졌다. 하지만 17년 전만 해도 드문 일이었다. 서울대 성악과 출신인 김소현(43)은 2001년 국내 초연한 라이선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주역 '크리스틴'으로 데뷔,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성악가에서 배우가 되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깎이고 깎이면서 저만의 동그란 돌을 만들었죠. 샤우팅이 미숙하니 장면에 맞는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고, 소프라노여서 저음을 내기 힘들어 또 연습했죠."

항상 예쁜 목소리만 내던 김소현은 한 때 거친 소리에 몰두했다. 하자먼 이제는 "두 가지를 잘 섞으려고 해요"라고 말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2013년 출연한 뮤지컬 ‘엘리자벳’은 김소현의 배우 경력에 전환점이 된 작품이다. 그녀는 2011년 뮤지컬배우 손준호(35)와 결혼한 뒤 이듬해 아들 주안(6)을 낳았다.

이 작품은 출산 후 복귀작이었다. 결혼과 함께 아들을 얻은 '큰 변화' 뒤 출연한 이 작품에서 그녀는 자유분방한 삶과 사랑을 꿈꾸다 비극적으로 삶을 끝내는 타이틀롤 황후를 열연했다. 2019년 2월10일까지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공연하는 '엘리자벳'에서 5년 만에 같은 역을 맡았다.

"아이를 낳은 지 1년도 안 돼 변신시켜준 작품이에요. 그런데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래서 언제가 다시 엘리자벳을 연기하게 된다면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았죠. 그래서 의욕이 넘쳐요. 5년 전에는 상상으로만 연기했던 부분이 좀 더 구체적으로 그려진다고 할까요. 그래서 더 진실하게 표현하게 됩니다. 지문 속 '차갑게 거절한다'의 마음마저 알아가고 있다고 할까요. 좀 더 인간적으로 엘리자벳을 완성해 가는 느낌이에요."

이번 작품에는 남편도 나온다. 손준호가 황제 '프란츠 요제프'를 맡았다. 실제 부부가 무대에서 부부로 만난 셈이다. 이들 부부가 뮤지컬에서 부부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올해 초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김소현은 '명성황후', 손준호는 '고종'을 맡았다.

이들 부부는 2014년과 2015년 SBS TV 관찰 예능프로그램 '오마이 베이비'에서 아들과 일상을 공개해 주목받기도 했다.

김소현·손준호 부부는 이번에 엘리자벳과 요제프에 현실감을 불어넣기 위해 지난 여름 뮤지컬 배경인 오스트리아 빈을 실제 다녀오기도 했다. "경험 못 한 부분들을 지금까지 경험한 것을 통틀어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오페라의 유령' 데뷔 당시 김소현

'오페라의 유령' 데뷔 당시 김소현

"시대, 국경을 초월해 한 여자로서 겪은 것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특히 엄마로서 아들 '루돌프'를 대하는 심정에 공감이 됐어요. 보고 싶어도 제대로 만날 수 없는 심정이요. 역할에 빠져들다 보니 밤에 잠도 못 잤죠."

'엘리자벳' '마리 앙투아네트' 등 서양 왕비와 '명성황후'를 통해 조선 국모를 연기한 김소현은 보기 드물게 동서양을 오가며 실존 인물을 연기해왔다.
 
김소현은 "캐릭터를 관객에게 이해시키고, 공감하게 만들 집중도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외부 자극으로 심리적인 것을 보여줘야 하는 마리 앙투아네트, 명성황후와 달리 엘리자벳은 내면의 갈등과 싸움으로 좀 더 추상적인 것을 표현해야 한다. 죽음을 의인화한 캐릭터인 '토드'와 상대해야 한다. 'JYJ' 멤버 김준수(31)·'제국의 아이들' 출신 박형식(27)·'빅스' 멤버 레오(28·정택운) 등이 토드 역을 나눠 맡는다.
 
"역에 굉장히 푹 빠진 동시에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캐릭터예요. 배우의 외부 컨디션뿐만 아니라 내면 상태에 따라 기복도 심할 수 있는 역이고요. 통계적으로 잘 연기해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죠."

'엘리자벳'은 여자 뮤지컬배우가 원톱으로 나서는 뮤지컬이다. 남성 서사가 중심인 뮤지컬이 여전히 많은 시대에 김소현을 비롯해 이번에 엘리자벳을 나눠 맡는 옥주현(38)·신영숙(43) 등 여배우들 덕분에 여성이 중심인 뮤지컬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엘리자벳' 김소현 ⓒEMK뮤지컬컴퍼니

'엘리자벳' 김소현 ⓒEMK뮤지컬컴퍼니

김소현은 여자 배우로서 고뇌 등이 '엘리자벳' 속 넘버 '아무것도'에 겹쳐진다고 했다. 자유로워질 수 없는 자신의 영혼에 대한 슬픔을 토로하는 곡이다.

김소현은 "'아무것도'는 부를 때마다 '어떤 공허함'을 생각하게 해요. 배우는 화려한 직업이지만, 박수를 받고 분장실로 돌아와 거울을 통해 민낯을 볼 때 공허함이 크거든요"라고 털어놓았다.

"엘리자벳의 일생은 화려함과 아름다움으로 칭송받았지만, 일생은 너무 힘들고 공허했어요. 여자 배우들 역시 빈 곳이 많죠. 그런 부분에서 엘리자벳과 만나는 지점이 있어 매번 열변을 토하게 됩니다. 연습 때 계속 눈물을 흘리는 이유죠."

하지만 김소현은 데뷔 17주년을 맞은 프로 배우. 엘라자벳에 본인이 많이 묻어나는 것은 경계한다. "제가 많이 나오면 캐릭터에 욕심이 묻어나요. 무대 위에서는 저를 자제하고, 그 캐릭터의 내면을 보여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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