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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진척 없다→재촉 않겠다"···응답없는 北에 고민 깊은 文

등록 2018.12.10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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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金 서울방문, 서두를 의사 없다"···北압박에 긴장감 낮추기

김정은 답방 준비 '정중동' 계속···"구체적 일정·절차는 계속 논의"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7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그림 작품이 설치돼있다. 2018.12.07.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청와대 사랑채 앞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그림 작품.(사진=뉴시스DB). 2018.12.07.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 추진을 둘러싸고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정중동(靜中動)'의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답방에 관해 최대한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던 기존과 달리 9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비슷하면서도 결이 다른 메시지를 발신하는 등 최대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 문자 메시지를 통해 김 위원장의 답방 여부에 대해 "지금까지는 진척된 상황이 없고 발표할 것도 없다"며 "별다른 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답방 여부와 관련해 공식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다. 거꾸로 최대한 빠른 답변을 주기를 원한다는 기대감도 윤 수석의 메시지에 내포돼 있다.
 
문 대통령의 공론화로 촉발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여부에 대한 관심이 절정에 이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고민의 흔적도 엿보인다.

북한이 이렇다 할 답변을 주지 않은 상황에서 물밑에서만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이러한 고민과 맞닿아 있다.

가장 관건인 김 위원장의 경호·안전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가닥이라도 잡혀야 하지만 정작 북한이 답방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아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오전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 답방 준비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북측에 충분한 메시지는 간 상황이고 그들도 답방한다면 여러 고려할 사항이 많기에 우리도 노심초사하지 않고 담담히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하겠지만 시점이 언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못 박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할 수 있는 것은 하겠지만 (시점은) 전혀 예측이 안 되기에 구체적인 준비를 못 하고 있다"며 "호텔의 경우 날짜가 정해져야만 (실질적으로) 준비를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무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북한의 공식 답변이 있기 전까지는 추진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최소한 10일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의 예상 답방 시기와 관련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청와대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김정일 추모 7주기인 17일을 넘긴 18~20일이 유력하다는 전망과 12~14일, 크리스마스 전후 등의 추측이 동시 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김의겸 대변인이 5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비위 논란이 불거진 특별감찰반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히고 있다. 2018.12.05.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12.05.


급기야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과 동시에 발표하는 '깜짝 발표'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답방 시 경호·안전을 철저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의 토대 위에서 이러한 관측이 거론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갑자기 내려오고 (동시에 발표하는 식의) 이렇게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언론에서 제기하는 예상 시기를 건별로 부인하는 등의 수세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도 역부족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김 위원장의) 구체적인 동선이야 얘기를 할 순 없겠지만 '온다, 안 온다' 자체를 어떻게 얘기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것도 이러한 고민을 방증한다.

급기야 관측이 또다른 관측을 낳고 추측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청와대가 진화에 나섰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 문자메시지를 통해 "정부는 서울 정상회담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해왔다"면서 "현재로서는 확정된 사실이 없으며, 서울 방문은 여러가지 상황이 고려돼야하는 만큼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평양공동선언에 대한 두 정상의 이행 의지는 분명하며, 구체적인 일정과 절차는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답방 추진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낸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순방기간 김 위원장의 답방을 공론화 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물리적인 여건을 고려했을 때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어렵다고 보고, 여유롭게 내년 초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우선 제기된다.

국내에서 특정 시점이 계속 거론되는 상황이 답방 성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결단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긴장감을 낮추기 위한 시도로도 읽힌다.
 
아울러 오전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춘추관을 찾아 김 위원장 답방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려 한 차례 진화에 나섰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자 김 대변인이 재차 선을 그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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