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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아리랑, 민족성의 몸부림"

등록 2018.12.11 09:4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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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아리랑, 문경새재아리랑제 '아리랑 소나타'

【문경=뉴시스】조수정 기자 = 10일 오후 문경시 문경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디아스포라 아리랑, 제11회 문경새재 아리랑제'에 출연하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가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12.11. chocrystal@newsis.com

【문경=뉴시스】조수정 기자 = 10일 오후 문경시 문경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디아스포라 아리랑, 제11회 문경새재 아리랑제'에 출연하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가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12.11. [email protected]

【문경=뉴시스】 이재훈 기자 = "아리랑은 우리의 정체성 같은 것이 아닐까요. 디아스포라인 해외교포까지 함께 부를 수 있는 유일한 노래지요."

 '천재 탈북 피아니스트'로 불리는 김철웅(44) 서울교대 연구교수가 11일 오후 3시 경북 문경 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디아스포라 아리랑, 제11회 문경새재아리랑제'에서 연주한다.

아리랑제의 총예술감독인 양금 연주·작곡가 윤은화(35)가 이끄는 '통일앙상블'과 함께 '아리랑 소나타'를 들려준다. 자신의 삶과 함께한 격정, 한을 담아 2003년 편곡했다.

"북에서 음악 공부를 한 저로서는 '디아스포라'라는 말이 의미가 있죠."

아리랑소나타는 본래 피아도 독주곡으로 만들었다. 본조아리랑, 밀양아리랑, 새야새야파랑새야 등이 섞였다. 2010년 오케스트라로 확대 편성했다. 애국가를 추가했다.

문경문화원과 한겨레아리랑연합회가 여는 이번 아리랑제는 세계 속 아리랑의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다. 행사명 앞에 붙은 '디아스포라'는 '분산'이라는 뜻.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에서 유래한 말이다.최근에는 원래의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을 가리킨다.

'1세대가 넘어간 아리랑고개, 3세대가 넘어 온다'를 주제로 정한 이번 아리랑제에서는 중국, 일본, 러시아에서 온 동포들의 아리랑이 울려퍼진다.

김 교수는 해외 공연을 다니면서 우리 민족이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아리랑을 부르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해외 교포들이 부르는 아리랑이 더 짠하지요. 민족성에 의한 몸부림이라고 할까요. 재일 교포, 재미 교포가 아리랑을 같이 부를 때 하나의 피가 흐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문경=뉴시스】조수정 기자 = 10일 오후 문경시 문경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디아스포라 아리랑, 제11회 문경새재 아리랑제'에 출연하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가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12.11. chocrystal@newsis.com

【문경=뉴시스】조수정 기자 = 10일 오후 문경시 문경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디아스포라 아리랑, 제11회 문경새재 아리랑제'에 출연하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가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12.11. [email protected]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아리랑을 마치 행사곡처럼 여긴다.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주최 포럼 등에 꾸준히 참석하며 아리랑에 애정을 드러내온 김 교수는 "아리랑을 들을 때마다 우리 민족 안에 가락, 리듬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고 분명히 했다. 

평화 무드로 접어든 남북 관계를 짚으며 "남북이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라고 강조했다. "북에서는 아리랑에 의미 부여를 많이 해요. 본조아리랑을 기본으로 문경아리랑, 진도아리랑 등 아리랑이 대중화돼 있죠. 아이들이 줄넘기를 하면서도 아리랑을 부릅니다."

김 교수는 평양음악무용대학을 나왔다. 현송월(41) 삼지연관현악단장과 함께 학교를 다녔다. 예술가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는 러시아 차이콥스키 음악원을 졸업했다. 부친은 고위 당원, 모친은 교수로 어려움 없이 살아갔다.

하지만 여자친구에게 들려주기 위해 리처드 클레이더만(65)의 '가을의 속삭임'을 연습하다가 국가보위부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북에서 '자본주의 음악'으로 금지된 곡이다. 그는 음악적 자유를 고민하다가 2001년 탈북했다. 

남북은 70년 넘게 분단이 이어지면서 문화적인 차이도 커졌다는 것이 김 교수의 판단이다. "북한은 민족 음악을 중시하면서 그 음악을 위해서 악기의 개량을 시작했습니다. 반면 한국의 개량은 서구의 음악을 연주하기 위한 것이었요. 남한은 과거의 것은 지키려고 노력했죠. 그러다보니 (우리 민족 음악이) 현대인에게 너무 먼 당신이 되지 않았나 합니다. 북한은 지나치게 개량해 원래의 것을 훼손한 측면이 있고요. 북한은 나름 민족음악을 현대화하기 위해 전자음을 사용하고 신시사이저에서 가야금 소리가 나오게 만든거긴 하죠. 남북의 이런 노력들에 중간 다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김 교수는 정치, 경제적 교류도 중요하지만 문화적인 교류가 없다면 서로를 이해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본다. 남북이 뿌리부터 함께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래서 아리랑이 중요해요. 남북 문화적 차이를 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통하는 느낌이 들게 만들죠. 민족의 핏줄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교류에 좀 더 바람직한 일들이 생겼으면 해요."
【문경=뉴시스】조수정 기자 = 10일 오후 문경시 문경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디아스포라 아리랑, 제11회 문경새재 아리랑제'에 출연하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가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12.11. chocrystal@newsis.com

【문경=뉴시스】조수정 기자 = 10일 오후 문경시 문경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디아스포라 아리랑, 제11회 문경새재 아리랑제'에 출연하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가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8.12.11. [email protected]

김 교수는 일찌감치 남북 문화 교류를 위해 노력해 왔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을 빌려 남북 가곡의 밤 등을 열었다. 우리 가곡 한곡, 북한 가곡 한곡을 번갈아 가며 연주했다.

 "서로의 다름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에요. 같음을 보자고 한 거죠. 이제 그 동안 다름을 많이 봐 왔으니, 같음을 봐야 할 때라는 거죠. 남북 가곡의 밤에는 테마가 있어요. 남북이 어떻게 사랑을 다뤄왔는지, 삼천리 금수강산을 표현해왔는지에 대해 봐왔죠."

남한의 테너, 바리톤과 함께 연주를 해왔는데 이들은 북한 가곡과 남한 가곡이 다른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북한 가곡의 노랫말 표현 방법이 강하다는 것이 다르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2500석 규모)에 최소 1800명은 들어요. 제 '티켓파워'라기보다 가곡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죠. 콘서트가 끝나면 모든 분들이 좋아해요. 남북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낀 거죠. 그것이 음악이라는 것의 매력입니다."

내년 7월 남북 가곡의 밤을 한 차례 더 열고 싶다는 김 교수는 앞서 2월에 음반을 발매할 예정이다. 한국의 작곡가들이 북한 가곡을 피아노로 편곡한 곡들을 음반으로 만들어 세계에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연주는 김 교수가 한다. "평화의 메신저 같은 음반이죠. 앞으로 이런 작업을 많이 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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