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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인권위 블랙리스트' 만들었다"…검찰 수사 의뢰(종합)

등록 2018.12.11 15: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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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美 소고기 촛불집회 때 블랙리스트 작성

당시 靑비서관이 인권위 사무총장 직접 만나 전달

"이명박 정부와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사람들"

인권위 독립성 훼손 등 직권남용 수사 의뢰 방침

장애인 활동가 인권위 농성 중 사망 사건도 조사

농성장에 난방·전기 공급 끊고 식사 반입 제한

"인권위 스스로 인간 존엄과 가치 침해한 사건"

최영애 위원장 사과…"뼈아픈 계기로 삼겠다"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0층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권위원회 블랙리스트·장애인활동가 사망 진상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2018.12.11.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기자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0층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권위원회 블랙리스트·장애인활동가 사망 진상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2018.12.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이명박(77)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청와대가 인권위에 소속된 일부 진보 성향 인사 명단을 담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사실상 이들에 대한 축출 지시를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인권위는 관련자들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인권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 "인권위가 2008년 10월27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두고 경찰의 인권 침해를 인정한 후 정부가 인권위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과거 청와대가 인권위에 부적절하게 개입하거나, 인권위 스스로 인권 침해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올해 7~11월 자체 진상조사를 해왔다.

그 결과 인권위는 경찰청 정보국이 생산한 블랙리스트가 최소 두 건, 청와대에서 만든 블랙리스트가 두 건 존재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경찰 블랙리스트에는 인권위 일부 직원들의 정치 성향 등이, 청와대 블랙리스트에는 '이명박정부와 같이 갈 수 없는 사람들'과 같은 명단이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인권위는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이 2009년 10월께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당시 인권위 사무총장에게 '이명박 정부와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사람'이라며 촛불집회 직권조사 담당조사관이었던 김모 사무관 등 10여명이 포함된 리스트를 전달한 것을 실제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MB정부 '인권위 블랙리스트' 만들었다"…검찰 수사 의뢰(종합)

인권위가 2008년 촛불집회 당시 경찰이 인권을 침해했다며 직권조사·경찰징계 등 권고를 하자 MB정부가 인권위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이후 ▲감사원을 통해 인권위 운영실태 조사에 돌입하고 ▲인권위 직원들의 정치 성향을 분류하고(경찰청 블랙리스트) ▲행안부를 통해 인권위 직제 개정령을 시행하고(44명 감축) ▲'같이 갈 수 없는 사람들' 명단(청와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인원 2명이 조직 축소를 이유로 부당하게 직권면직 됐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블랙리스트와 이를 통한 강제적 인권위 조직 축소는 명단 포함자에 대한 인권 침해이며, 인권위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자 형법상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경찰청 등 관계 기관의 비협조와 조사 권한의 한계 등으로 밝히지 못한 명확한 사실 관계 규명을 위해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 문재인) 대통령에게 인권위가 독립적 인권 보장 기구로 역할과 사명을 다할 수 있게 법·제도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마련하는 등 인권위 독립성 훼손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지난 2011년 1월4일 오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장애인인권활동가 우동민동지 장애해방열사장'이 열리고 있다. 2018.12.11

【서울=뉴시스】지난 2011년 1월4일 오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주최로 '장애인인권활동가 우동민동지 장애해방열사장'이 열리고 있다. 2018.12.11

한편 인권위는 이와 함께 2010년 12월 우동민 활동가가 인권위 점거 농성 중 쓰러져 다음 해 1월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인권위 스스로 인간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 사건"이라고 인정했다.

이른바 '장애인 인권 활동가 인권 침해' 사건으로 불리는 이 사건은 2010년 11~12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이 인권위 청사를 점거 농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인권위는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의 농성장에 난방과 전기 공급을 끊고, 식사 반입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우동민 활동가는 농성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인권위는 "인권위가 활동 보조 지원을 받을 장애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최소한의 체온 유지를 위한 난방 조치 등을 소홀이 해 우 활동가를 비롯한 장애인 인권 활동가들의 인간 존엄과 가치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진상조사에서 우 활동가의 사망이 인권위 청사 내 농성 참여로 인한 것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면서도 "당시 인권위 조치가 우 활동가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0층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권위원회 블랙리스트·장애인활동가 사망 진상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2018.12.11.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박미소 수습기자 =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10층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권위원회 블랙리스트·장애인활동가 사망 진상조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2018.12.11. [email protected]

최영애 위원장은 이날 두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최 위원장은 "인권위는 이 두 사건을 국가인권기구가 그 활동의 기초가 되는 독립성을 잃거나 국가인권기구에게 맡겨진 인권옹호자로서 사명과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인권위 역시 언제든 인권침해의 당사자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는 뼈아픈 계기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권위 일동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더욱 배가하여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확산시키도록 전력을 다할 것을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앞에 약속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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