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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방어 나선 한진칼…KCGI와 힘겨루기 본격화

등록 2018.12.13 14: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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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억 단기차입…자산 2조 넘겨

상임 감사 대신 감사위원회 설치해야

경영권 방어 나선 한진칼…KCGI와 힘겨루기 본격화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연말 이례적으로 대규모 단기 차입을 감행하며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PEF)이자 '행동주의 펀드'로 꼽히는 KCGI의 경영권 공격에 첫 방어전을 펼쳤다.

KCGI와 한진칼은 경영권 위협과 방어 차원이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감사 체제를 두고 사실상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금융회사들로부터 1600억원을 단기차입할 계획이라고 지난 5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한진칼의 자산은 현재 1조9134억원에서 2조734억원으로 늘어난다.

연말에 보통 단기차입을 줄여 회계 처리상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려는 것과 달리 단기차입을 늘려 자산을 2조원으로 올린 데 대해 KCGI의 위협에 대응하기 포석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KCGI는 지난달 15일 한진칼 주식 9%를 매입, 2대 주주에 올라섰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KCGI가 이번 지분 매입을 통해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자산 매각 등 경영 참여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됐다.

한진칼이 이번에 자산을 2조원으로 인위적으로 올린 데는 1인 감사에 KCGI 측 인사가 선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행 상법에서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의무적으로 상근 감사를 선임하는 대신 3인 이상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상 1명의 상근 감사를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모두 3%로 제한된다. 이렇게 되면 17.85%의 지분을 보유한 조양호 회장과 일가의 의결권이 모두 합쳐 3%로 묶이게 된다. 한진칼 측의 보유 지분이 많아도 '3% 룰'로 인해 KCGI와 동일한 수준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도덕적 일탈 행동, 경영 전문성 및 지배구조 논란 등을 일으킨 한진칼 현 경영진에 대해 기관, 외국인, 소액주주들이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자산 2조원 이상이 되면 무조건 감사위원회 체제로 변경해야 한다. 감사위원을 선임하게 되면 모든 주주는 1인당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조 회장 입장에선 자신의 의결권이 3%로 줄어들지만, 각 2.3%씩 보유한 조원태·조현아·조현민 등 세 자녀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17%까지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반면 KCGI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초에 단기 차입을 늘리더라도 연말에는 통상 회계상 상환 비율을 낮추기 위해 단기차입을 줄이는 데 오히려 대한항공은 이례적으로 대규모 단기차입을 결정해 자산을 2조원 이상으로 맞췄다"며 "KCGI의 공격에 대응해 감사위원회 체제로 바꾸기 위함이라는 게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추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의결권 여건과 한진칼 경영진에 대한 악화된 여론을 고려하면 상임 감사 체제에서는 KCGI 측 인사가 막강한 역향력이 있는 감사 자리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3%룰'이라는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KCGI에 대응할 수 있는 한진칼의 유일한 수단은 감사위원회 체제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한진그룹 관계자는 "한진칼의 단기차입금 조달은 이달(700억원) 내년 2월(400억원), 3월(750억원)에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에 대한 상환자금 조달 목적으로 이는 정상적인 경영 활동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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