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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리뷰]'웃는남자' 세밀화됐네, 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

등록 2018.12.14 14: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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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남자' 상영회 ⓒ예술의전당

뮤지컬 '웃는남자' 상영회 ⓒ예술의전당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범죄 집단 '콤프라치코스'의 만행으로 기이하게 찢긴 입을 갖게 된 '그윈플렌'. 생각지도 못한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비극적인 운명의 소용돌이로 빠져드는 그의 드라마틱한 표정 변화가 더욱 생생하게 와 닿는다.

올해 여름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작을 겸한 EMK뮤지컬컴퍼니의 창작물 '웃는 남자'는 프랑스 소설가 겸 극작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인 고전을 '웰메이드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신분 차별이 극심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제를 공연물로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총 제작비 175억원을 투입한 뮤지컬의 무대 공연은 거대한 풍경화였다. 예술의전당 공연·전시 영상화사업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을 통해 12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공개한 '웃는 남자' 영상물은 세밀화에 가까웠다.

공연장에 설치된 여러 대의 카메라가 무대 곳곳의 배우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클로즈업, 시시각각 포착하니 생동감과 더불어 영화보기의 쾌감도 안긴다. 객석에 앉은 일반 청중이 접할 기회가 없는 무대 깊숙한 곳까지 비추니, 선물을 받은 기분도 든다.

무대 위에서도 호연한 박강현의 그윈플렌을 영상으로 만나니 더욱 연민이 느껴졌다. 버려진 그윈플렌을 거둬들여 정을 키운 우르수스 역의 부성은 더 절실했고, 눈이 보이지 않는 데아 역의 민경아 연기의 세밀함은 더욱 눈에 들어왔다.

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은 뉴욕 메트로폴리탄의 영화관 진출사업인 '메트 온 스크린'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영국 국립극장의 'NT라이브'를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대형 공연장 또는 공연 단체의 공연 영상물은 수년전부터 화두로 떠올랐다. 높게 여겨지는 공연장의 문턱을 낮추고, 공연에 대한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이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2009년부터 온라인 공연실황중계 시스템인 디지털 콘서트홀을 선보이는데 100여 나라 청중이 이 디지털 콘서트홀을 방문했다.

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은 2013년 고학찬 사장이 추진했다. 시간과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관객들이 편리하게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끽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시작했다.
뮤지컬 '웃는 남자'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웃는 남자' ⓒEMK뮤지컬컴퍼니

초기에는 비판도 들었다. 실제 콘텐츠를 가진 예술단체와 협의가 불충분하고 예산이 미확보됐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됐다. 하지만 문화예술기반이 열악한 지역 주민, 문화 소외계층 위주로 무료로 배급하고 호응을 얻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처음에 정부의 예산 지원 없이 기업체의 후원을 받아 열어오다가 '우수 경영사례'로도 선정돼 정부의 예산도 따냈다.

2015년부터 매년 한국-인도네시아 영화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는 등 해외에서도 주목받기에 이르렀다. 중국, 아랍에미리트, 스페인, 러시아 등 19개국에서 상영하며 한국 공연물을 알리는데 기여한다는 평도 듣는다.
 
이달 10일 기준 국내외에서 총 2843회 상영해 37만3648명이 관람했다. '웃는 남자'를 비롯해 연극 '인형의 집'과 '피노키오', 현대무용 '스윙',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공연 등 내년에 선보일 영상 신작 5편을 포함해 34개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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