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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홋카이도 강진 100일…삿포로 시장 "관광객 대피소 등 대비 강화"

등록 2018.12.14 11:48:14수정 2018.12.14 12: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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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정전으로 인한 공포와 불편 절감"

"동계올림픽 유치 계획 2030년으로 연기"

10월부터 관광객 수, 평년 수준으로 회복

【삿포로=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시로이 코이비토'는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과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삿포로시에 위치한 '시로이 코이비토 테마파크'를 방문해 과자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2018.12.14.yuncho@newsis.com

【삿포로=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시로이 코이비토'는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과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삿포로시에 위치한 '시로이 코이비토 테마파크'를 방문해 과자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홋카이도(北海道)에서 규모 6.7 강진이 발생한지 14일로 꼭 100일이 됐다. 지난 9월 6일 삿포로(札幌)시를 비롯한 홋카이도 지역을 덮친 지진으로 도시 전체가 정전이 되고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100일이 지난 지금 홋카이도는 어떤 모습이며, 엄청난 자연 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이 있었는지 그 현장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삿포로=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홋카이도의 관문인 신치토세(新千歳)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서는 100일 전의 지진 상흔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도시는 깨끗하고 잘 정리돼 있고, 무엇보다 활기찼다.
  
 지난 11월 21일부터 이틀간 일본 포린프레스센터(FPCJ)가 주최한 프레스투어에는 도쿄에 상주하는 각국 기자 10여 명이 참가했다. 삿포로를 중심으로 홋카이도 지역을 돌아보면서 일본의 재난 복구 의지와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시로이 코이비토'라는 과자로 유명한 이시야(石屋)제과는 홋카이도를 대표하는 과자 회사다.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홋카이도의 매력을 한껏 담아내보자고 만든 것이 '시로이 코이비토'였다. 손으로 잡고 먹을 수 있도록 얇은 쿠키 안에 화이트초콜렛을 넣었다. 삿포로는 물론 도쿄(東京)의 하네다(羽田)국제공항 등 전국의 공항에서 판매를 하면서 외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유명 브랜드가 됐다. 조그만 지방 제과회사가 지역의 특색을 잘 살렸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지난 9월 대지진으로 회사는 엉망이 됐다. 블랙아웃(대정전)으로 보관중이던 우유, 초콜렛 등 과자 원료를 몽땅 버려야했다. 내다버린 원료의 원가만도 1000만 엔(약 1억원)이 넘었다. "지진이 나도 추운 겨울에 났으면 아까운 원료를 버리지 않아도 됐을텐데"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이시미즈 하지메(石水創) 사장(36)은 당시를 돌아보며 웃었다. 당연히 매출도 크게 줄었지만 한달 후 10월에는 거의 완전히 회복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이후 자체 발전시설을 갖추는 등 전기 공급체계를 완전히 새롭게 구축했다. 블랙아웃의 위력과 무서움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홋카이도 지역의 대부분 산업시설들이 이 과자회사처럼 홋카이도 대지진 때 블랙아웃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이후 정전에 대비한 준비시설들을 갖췄다고 한다.

【삿포로=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14일로 홋카이도에서 지진이 발생한지 100일이 됐다. 지난달 21일 삿포로시를 방문했을 당시 인근 모이와산 정상에서 바라본 삿포로시 야경. 9월 대지진 당시 블랙아웃으로 온 도시가 암흑천지가 됐다. 2018.12.14.yuncho@newsis.com

【삿포로=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14일로 홋카이도에서 지진이 발생한지 100일이 됐다. 지난달 21일 삿포로시를 방문했을 당시 인근 모이와산 정상에서 바라본 삿포로시 야경. 9월 대지진 당시 블랙아웃으로 온 도시가 암흑천지가 됐다. [email protected]

조잔케이(定山渓) 온천은 삿포로 시내에서 한 시간 거리다. 일본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즐겨찾는 온천이다. 특히 한국인이 많다. 외국인 방문객중 43%가 한국인이고 대만 19%, 중국 15% 정도이다. 작년에 한국인이 1600명 왔지만 올해는 9월 지진 여파로 400명에 불과하다. 특히 단체관광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다. 그러나 조잔케이온천관광협회 야마다 히데아키(山田秀明) 사무국장은 "점차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내년 1~2월에는 예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키모토 가쓰히로( 秋元克廣) 삿포로시장은 "9월 대지진 당시 주택지 등의 피해가 컸지만 이제 시민생활 대부분은 이전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지진으로 화력발전소에 문제가 생기면서 블랙아웃이 됐고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의 어려움이 컸다"면서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 언어가 불편한 외국인들이 큰 공포와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때의 경험으로 삿포로시는 대지진 후 외국인 관광객 대피소를 만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미리 대피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위급시 대피소로 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관련 정보자료는 여러나라 언어로 제작돼 공항과 기차역 호텔등에 비치된다. 이런 대피소에는 비상용 전력과 식량 등을 갖춰 놓고 있음은 물론이다.
 
 아키모토 시장은 "9월 지진으로 인한 블랙아웃(정전)을 겪으면서 가장 절감했던 것은 지금까지 블랙아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래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한번 겪은 만큼 다시는 블랙아웃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키모토 시장은 "블랙아웃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첫번째 목표이지만, 만약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지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삿포로시는 지진의 여파로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 계획도 2030년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지진으로 시기는 늦추어졌지만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삿포로시가 다시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취지는 '성장이 아닌 성숙'이라고 아키모토 시장은 강조했다.

【삿포로=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삿포로시를 방문한 외신기자들에게 9월 대지진 복구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아키모토 가쓰히로( 秋元克廣) 삿포로시장. 2018.12.14.yuncho@newsis.com

【삿포로=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삿포로시를 방문한 외신기자들에게 9월 대지진 복구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아키모토 가쓰히로( 秋元克廣) 삿포로시장. [email protected]

"1972년 동계올림픽 개최로 홋카이도는 크게 발전했다. 이제 개최한지 50년이 되면서 교통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다시 한번 환경을 업그레이드 해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도시의 외형만이 아니라 삿포로 시민들의 의식 수준도 포함된다. 기존 시설을 활용하면서 삿포로의 외형과 내면을 변화시킬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삿포로시의 인구는 195만명으로 일본에서 도쿄, 요코하마(横浜), 오사카(大阪), 나고야(名古屋)에 이어 다섯번 째로 큰 도시이다. 흔히 눈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여름에도 시원해 여름 관광지로 인기다.

작년 삿포로를 찾은 관광객은 1527만 명에 달한다. 그중 외국인 숙박자수는 257만 명으로 6년 연속 최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은 2016년 40만 3122명에서 2017년 57만 1824명으로 급증해 외국인 관광객 수에서 중국에 이어 2위다. 한국인들에게 인기 관광지이다보니 홋카이도 지진 뉴스가  더욱 충격을 주었다. 당시 한국인 관광객 수 천명이 현지에서 발이 묶이기도 했다.  

 지난 9월 6일 새벽 3시 7분 홋카이도 이부리(胆振)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은 삿포로 시내에서도 규모 6.6이 관측됐다. 삿포로에서만 사망자 1명, 부상자 297명이 발생했고 주택 84채가 불탔다. 9월 대지진으로 인한 9월 홋카이도 전체 숙박시설 취소는 114만 건에 달했고 관광 피해액은 356억엔(약 3560억원)으로 추산됐다.

 현재는 지진 후폭풍이 가라앉으면서 관광도 회복세다. 신치토세공항 국제선 이용객은 9월 18만 6000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8%에 그쳤지만 지난 10월에는 90.7%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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