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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예멘 난민 심사 완료됐지만…인프라 확충·갈등 해소 ‘과제’

등록 2018.12.14 17: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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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제주 직항으로 입도 예멘인 급증

난민 수용 놓고 제주도민 찬반 논란 ‘팽팽’

3차례에 걸친 심사…인정2·인도체류412·불인정56

【제주=뉴시스】조수진 기자 = 14일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지위를 신청한 예멘인 484명에 대한 심사가 모두 완료됐다.

지난 6월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이 500여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자 ‘난민 이슈’는 올 하반기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지금까지 ‘난민’을 경험하지 못한 제주도는 다양한 형태의 진통을 겪고 있다. 심사는 완료됐으나 찬반 여론이 팽팽해 난민을 둘러싼 논란은 잦아들지 않을 전망이다.

턱없이 부족한 난민 인프라의 확충과 난민 수용을 위한 공감대 형성은 정부 및 제주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말레이시아~제주 직항 타고 입도 예멘인 급증

지난해 1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와 제주를 잇는 직항 항공 노선이 신설되면서 제주도로 입국하는 예멘인이 급증했다.

이들 대부분은 본국의 내전을 피해 말레이시아로 갔다가 체류 기간이 경과하자 무사증 제도(테러지원국을 제외한 일부 외국인에 한해 한 달 간 비자 없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제주도로 대거 이동했다.

제주도로 입국하는 예멘인이 급증하자 사회적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무부는 지난 4월30일 이들이 육지부로의 이동을 금지하는 출도 제한 조치를 실시했다. 또 제주도는 지난 6월1일 예멘을 무사증 불허국으로 지정해 예멘인의 입국을 막았다.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단체(사진 왼쪽)와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집회 현장. 2018.12.14. bsc@newsis.com

【제주=뉴시스】배상철 기자 =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단체(사진 왼쪽)와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단체들의 집회 현장. 2018.12.14. [email protected]

◇난민 수용 놓고 도민 찬반 논쟁 격화

제주 사회는 내전을 피해 들어온 예멘인들을 난민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측과 이들이 가짜난민이라 주장하며 즉시 추방해야 한다는 측으로 양분됐다.

예멘인의 난민 수용을 찬성하는 측은 국제사회 수준에 맞는 난민법상 기준을 적용해 난민 인정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인 제주난민인권을 위한 범도민위원회 위원장은 “난민의 조건은 딱 하나다. (고국으로)돌아갔을 때 박해 위험의 여부”라며 “현재 예멘은 전시(戰時)상황임에 따라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협의 가능성이 있어 예멘인 누구나 난민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또 “난민의 문제는 난민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난민 이슈가 해결되면 다음 차례로 이주노동자, 이슬람, 성소수자, 여성 등이 배제되고 차별당하고 소외당할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대 측은 난민을 검증하는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난민 신청을 받아들여 사회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향 제주난민대책도민연대 사무국장은 “제주도에서 자녀를 키우는 많은 어머님들이 ‘난민 불안’에 요즘 잠을 못 이루고 있다”라며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논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도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건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난민법은 자국민을 위한 법인지, 소수를 위한 법인지 헷갈린다”라면서 “난민 심사 시간을 6개월에서 60일 정도로 축소하고 심사에 통과하지 못한 외국인들은 즉각 강제 추방하는 등 난민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3차례에 걸친 심사…난민인정2명·인도체류412명·불인정56명

14일 법무부 제주출입국·외국인청(청장 김도균)은 올해 난민 지위를 신청한 예멘인 484명에 대한 최종 심사를 완료했다. 심사는 지난 9월 1차, 10월 2차 등 총 3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심사 결과에 따르면 신청을 철회하거나 출국 후 재입국하지 않은 14명을 제외한 470명 중 난민 인정 2명, 인도적 체류허가 412명, 단순불인정 56명으로 결정됐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용담3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 1층 대강당에서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심사 결과 최종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출입국·외국인청은 심사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85명 가운데 언론인 출신 2명은 난민인정, 50명은 인도적 체류허가, 22명은 단순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2018.12.14.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용담3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 1층 대강당에서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심사 결과 최종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출입국·외국인청은 심사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85명 가운데 언론인 출신 2명은 난민인정, 50명은 인도적 체류허가, 22명은 단순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2018.12.14. [email protected]


최종 심사 결과에 대해서도 시민사회단체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찬성 단체는 정부가 전쟁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내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유엔이 인정한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인 예멘으로 불인정자들을 돌려보낸다는 것은 국제법상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인도적 체류 허가자 역시 이들을 국내에 정착하지 못하고 언제든 송환 위험에 놓이게 하는 비인도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측은 난민 인정자가 발생한 데 대해 반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영 국민을위한대안 대표는 “이번 결과는 정부가 내전이라는 상황 때문에 헌법 정신을 위반하고 난민협약에 반하는 해석”이라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들은 정부 측 언론사 기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적 박해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사 완료됐지만…갈등 해소 등 과제 ‘산적’

전문가들은 ‘난민 이슈’로 격화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제주도와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강협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소장은 “예멘인이나 이슬람교에 대한 두려움은 그들에 대한 정보가 워낙 없다보니 일부 잘못되거나 왜곡된 정보가 퍼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이슬람 문화에 대해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알아가는 기회를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성인 위원장은 “난민은 이제 (받아들이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우리 사회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난민 수용에 반발하는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정치적 지도자는 큰 결단을 내려 국민을 설득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예멘인들의 자립을 돕는 것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김 위원장은 “외국인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일자리가 1차산업에 집중된 제주도에서는 사회적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서울 이태원이나 경기 파주 및 안산 등과 같이 외국인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면 이들은 자연스럽게 사회에 녹아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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