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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 '배우 60년' 김성녀, 초심 찾아요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

등록 2018.12.16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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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에 출연하는 배우이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중앙대학교 교수 김성녀가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은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초연한다. 2018.12.1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에 출연하는 배우이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중앙대학교 교수 김성녀가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은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초연한다. 2018.12.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김성녀(68)는 천생 배우다.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7년간 지내 공공예술기관 관계자로 여겨지지만, 그녀는 시대를 주름잡은 배우다. 여전히 '마당극의 안방마님'이자 '모노드라마 교과서'로 통한다.

특히 2005년 초연해 13년째 공연을 이어오는 모노극 '벽 속의 요정'이 대표작이다. 그녀의 첫 모노드라마였다. '모노드라마 전형'을 구축했다는 평을 들었다.

스페인 내전 당시 실화를 모티브로 일본 작가 후쿠다 요시유키(87)가 쓴 희곡이 원작. 작가 배삼식(48)이 배경을 6·25전쟁으로 옮겨 우리 얘기로 만들어냈다. 김성녀는 40년 동안 벽 속에 숨어 있는 아버지부터 어머니 그리고 딸 등 별다른 소품 없이 32역을 소화해낸다.

재일한국인 극작가 겸 연출가 정의신(61)이 쓰고 연출하는 모노드라마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 국내 초연으로 모노드라마에 두 번째 출연한다.

우란문화재단이 서울 성수동에 새 사옥을 마련하고 펼치는 '우란문화재단 개관 축제 피어나다'의 두 번째 작품이다. 23일까지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에서 김성녀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영순'을 연기한다. '벽 속의 요정' 때와 달리 역은 하나지만, 홀로 삶의 고통을 담담하면서도 의연하게 극복해나가는 어머니 모습을 그려야 하는 터라 쉽지 않다.

그녀는 "'벽 속의 요정'은 32역을 모은 작품이다 보니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어요"라면서 "또 다른 모노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이 기존 완성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아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어요"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은 한 캐릭터를 깊게 해석해야 했기에 차별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90분짜리 모노드라마에서 역 하나를 진하게 표현해야 하다 보니 어려움도 따랐다. 라이브로 노래 9곡도 불러야 한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에 출연하는 배우이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중앙대학교 교수 김성녀가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은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초연한다. 2018.12.1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에 출연하는 배우이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중앙대학교 교수 김성녀가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은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초연한다. 2018.12.14. [email protected]

꼼꼼하기로 유명한 정 연출을 믿고 따른 이유다. 김성녀는 정 연출과 이미 인연이 있다. 연출과 예술감독으로 이미 만났다. 정 연출은 국립창극단과 손잡고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을 선보였다. 남편 손진책(71) 극단 미추 대표가 정 연출이 글을 쓴 연극 '아시아 온천'을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와 연출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연출의 특징은 계속 반복해서 수정하는 것인데, 똑같은 정서와 장면을 표현하더라도 다른 연출과 표현 방식이 달라요. 일본 만화처럼 과장하는 부분이 있는데 처음에는 제 정서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죠."

여성 국극의 개척자로 통하는 박옥진(1935~2004)의 딸로 다섯 살 때부터 천막극장에서 연기를 시작한 김성녀가 초심을 품고 임한 이유다. 정 연출은 배우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자기 틀에서 설계하는 연출가. 공연계 대모 김성녀도 예외는 아니다.
 
"이 정도는 제가 맡겨줄 수 있지 않냐고 이야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솔직히 거부 반응도 있었어요. 배우는 무대 위에서도 살아있는데 고착된 양식으로 연기하면 불편할 수 있겠더라고요. 특히 정 연출 눈에는 제가 우아하게 보였나 봐요. 서민의 애환을 그리는데 귀엽고 부티가 난다고 해서, 그것을 빼는 중이에요. 그래서 하라는 대로 해요. 구르라면 구르고, 달리라면 달리고 있어요. 또 다른 세계의 감성을 불어넣고 있죠. 호호."

정 연출은 경제부흥기에 소외된 재일교포의 삶을 웃음과 감동으로 버무려낸 '야끼니꾸 드래곤'을 비롯 주변부를 살아가는 이들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톺아왔다.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역시 결국 부정보다 긍정, 즉 희망을 이야기한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에 출연하는 배우이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중앙대학교 교수 김성녀가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은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초연한다. 2018.12.1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에 출연하는 배우이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중앙대학교 교수 김성녀가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은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초연한다. 2018.12.14. [email protected]

"가슴 한군데 시커먼 얼룩이 있는 엄마들의 이야기에요. 아픔을 승화하는 작품이죠. 제가 마지막에 부르는 노래 중에 '힘을 내서 살자, 파란 하늘에 하얀 시트처럼 부드러운 향기처럼'라는 가사가 있어요. 아픔을 이겨낸 엄마들의 이야기입니다."

김성녀는 무대 위에서 실제로 만두를 빚어낸다. 찌고 굽는 요리까지 한다. 정 연출의 전작 '야끼니꾸 드래곤'에서도 배우들이 실제로 고기를 구웠다. 김성녀는 "만두는 빚는 것 자체가 영순의 삶을 압축하는 것이거든요"라며 만두 만드는 것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김성녀는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 연습과 함께 2019년 1월20일까지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신작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마무리 작업으로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녀는 '춘풍이 온다'에서 연희감독을 맡았다.

김성녀와 손 연출은 국립극장과 손잡고 2014년 마당놀이를 심폐 소생시켰다. 마당놀이는 극단 미추가 198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30년간 이어지며 약 350만 명 관객과 함께해왔다. 그러나 2010년을 끝으로 막을 내린 상태였다. 하지만 '심청이 온다'(2014·2017)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 등 국립극장 마당놀이로 부활했다.

"새롭게 기획, 제작하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마당놀이는 손 연출과 제게 자식과 같은 장르예요. 또 (중앙대) 제자들이 출연하니, 감회가 더 새롭더라고요. 계속 이어졌으면 해요."

김성녀의 공연계 또 다른 공로는 창극계 판을 완전히 바꿨다는 것이다. 2012년 3월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장화홍련'을 시작으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창극사(史)를 새로 썼다는 평을 받았다. 고선웅(50), 김태형(40) 등 공연계 스타 연출가들을 창극으로 진입시키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에 출연하는 배우이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중앙대학교 교수 김성녀가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은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초연한다. 2018.12.1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연극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에 출연하는 배우이자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겸 중앙대학교 교수 김성녀가 12일 오전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은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에서 초연한다. 2018.12.14. [email protected]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임기가 한차례 연장됐다. 올해 3월 임기가 만료했으나 당시 극장장 부재 등 사정으로 1년 연장해 내년 3월에 끝난다. 초반에는 김성녀의 개혁적이고 실험적인 행보에 대해 일부에서는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젊은 관객이 늘고, 주목도가 커지는 등 결국 그녀의 실험은 성공했다는 평을 듣는다. "시대와 같이 가는 것을 두고 우열, 즉 '좋다' '나쁘다'로 구별할 수 없어요. 진화한다고 볼 수 있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직 마무리에 돌입한 김성녀 감독은 이제 배우로 매진하며,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맛있는 만두 만드는 법'이 신호탄이다.

"감독 일을 하면서도 틈을 내 일년에 한두 편으로 관객들과 만나왔지만, 배우로서 갈증이 있었죠. 예술감독을 7년 맡은 것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 고민들이 배우로서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거든요. 제가 행운이 많은 사람인데 무대에서 좋은 배우로 마무리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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