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뉴시스 리뷰] 영하 주말 뜨겁게 달군 '주말이'···더 위켄드, 첫 내한공연

등록 2018.12.15 22:56:0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더 위켄드 ⓒ현대카드

더 위켄드 ⓒ현대카드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마블 영화 '블랙 팬서' 수록곡 '프레이 포 미(Pray For Me)'는 힙합 슈퍼스타 켄드릭 라마(31)와 이 가수가 함께 만든 곡이다.

15일 밤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8 더 위켄드'에서 이 노래가 첫 곡으로 울려 퍼지는 순간부터 캐나다 R&B 슈퍼스타 더 위켄드(28)가 어떻게 21세기 R&B 신을 평정했는지 새삼 깨달았다.

첫 내한공연한 위켄드의 라이브는 PB R&B의 원형과 발전을 톺아보게끔 만들었다. 위켄드는 R&B에 힙합, 록, 일렉트로닉, 펑크 등을 몽환적인 감성으로 결합한 'PB R&B'를 대중음악계 주류로 끌어올린 주인공으로 통한다.

변화가 숨 가쁜 음악 신에서 이미 낡은 대접을 받는 장르다. 2015년을 전후로 위켄드와 함께 정점에 올랐다. 그와 그의 음악이 라이브로 한국에 너무 늦게 당도한 것인 아닌가. 기우였다. 이날 셋리스트가 비교적 팝, 디스코 성향이 짙은 곡들이 주를 이뤘지만 웨켄드 식 R&B의 기승전결을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국내 스마트폰 CF에도 삽입돼 인기를 누린 싱글 '캔트 필 마이 페이스(Can't Feel My Face)'가 대표적인 보기다. 예전 위켄드의 날 것 리듬을 껴안고 출발한 이 곡은 매끈한 팝으로 드라마틱하게 변모하며 객석의 맥박을 뛰게 만들었다. PB R&B 요소가 곡의 정서에 녹아들어갔으나, 전반적으로 댄서블한 대중친화적 멜로디가 지배적인 곡이다. 그럼에도 다른 팝이나 록처럼 '떼창'하기는 수월하지 않다. 하지만 마음뿐만 아니라 몸까지 저절로 자유롭게 만드는 곡이다.

위켄드를 대중적으로 알린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OST '언드 잇(Earned It)'을 부를 때 객석의 떼창을 유도하기도 했다. 그런데 역시 따라 부르기는 만만치 않은 만큼 관객들은 리듬에 몸을 맡기는 것으로 화답했다.
 
[뉴시스 리뷰] 영하 주말 뜨겁게 달군 '주말이'···더 위켄드, 첫 내한공연

이날 공연에서 위켄드는 무엇보다 강력한 라이브 실력을 선보였다. 예정됐던 시간보다 20분가량 늦게 무대에 오른 위켄드는 혜성처럼 90분 공연시간을 꽉 채웠다. 무대 암전은 두 차례에 불과했고, 고음이 난무하는 곡들을 쉬지 않고 불렀다. 객석과 교감할 시간이 없지 않았냐고?

처음 방문한 서울이 아름답다면서 진심으로 싱긋 웃고, 노래만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위켄드는 진정한 절창 가수였다.

본래 음악 공연장인 아닌 만큼 사운드의 균형감을 찾기 어려운 공간임에도, 강력한 밴드 사운드가 귓전을 끊임없이 때렸고 매혹적인 위켄드의 보컬이 귓가를 간지럽혔다.

위켄드는 보컬을 흡사 마치 악기처럼 다뤘다. 특히 본래 퓨처의 곡을 자신이 피처링한 '로 라이프(Low Life)'에서 강력한 밴드 사운드를 뚫고 목소리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았다. 

그러니 20여곡을 연달아 불렀는데 목소리는 쉴 기색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엇나가는 음정 하나 찾기 어려웠다. 노래 잘하는 가수는 혼자서도 무대를 채울 수 있음을 증명했다.

다만 화려한 조명이 군무 역을 했다. 천장에서 무대 아래도 쏘는 조명이 아닌, 무대 위에서 약 30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누워 천장 방향으로 쏘아진 조명 연출이 일품이었다. 한줄에 10여개씩 놓인 조명은 두줄씩 한무리를 이뤘고, 총 6개의 무리가 공연장을 수놓았다.

[뉴시스 리뷰] 영하 주말 뜨겁게 달군 '주말이'···더 위켄드, 첫 내한공연

프랑스 전자 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가 프로듀싱과 작곡에 참여한 '아이 필 잇 커밍(I Feel It Coming)'에서 감미로움과 달콤함으로 객석을 쥐락펴락했다. 강력한 베이스 음이 마음까지 할퀸 '힐스(Hills)'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름 덕분에 한국에서 애칭 '주말이'로 통하는 위켄드는 영하의 추운 날씨로 몸을 움츠린 한국의 주말을 열기로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R&B라는 장르가 이렇게 황홀하고 세련될 수 있음을 목소리만으로 증명했다.

이번 공연은 티켓이 오픈되자마자 순식간에 매진, 객석은 2만4000명으로 가득찼다. R&B 슈퍼스타답게 한국의 K팝 스타들도 객석을 채웠다. 평소 위켄드 노래를 종종 부른 '블랙핑크' 멤버 제니와 로제, PB R&B 장르의 곡들을 선보이는 싱어송라이터 딘 등이 지켜봤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