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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갈등說'에…'말 지어낸다'는 금융위 vs '속 끓는' 금감원

등록 2018.12.1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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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아닌데…금융위 일방통행에 금감원 '부글부글'

19일 금융위 정례회의가 갈등 분수령

금융개혁 진전 없는 文정부, 사실상 갈등 키워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월30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그랜드볼룸홀에서 열린 '금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2018.10.30.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월30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그랜드볼룸홀에서 열린 '금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갈등이라고 표현할 이유가 없다. 말을 자꾸 지어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36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에 참석한 뒤 금융감독원과의 갈등설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금감원과의 갈등설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최 위원장은 "금감원 예산 문제는 감사원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요청대로 한 것"이라고도 했다. 금감원의 내년도 예산 편성 문제를 두고 금융위와 감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금융위가 금감원과의 갈등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평소 우리를 하청업체 정도로만 생각한다"는 금감원 일부의 푸념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금융위의 생각과 달리 최근 금융당국간 갈등 신호는 최근 곳곳에서 표면화됐다. 가장 최근 일화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13일로 예정했던 출입기자단 송년 오찬간담회를 연기한 것이다. 200여명이 참석하는 연례행사를 대관장소 위약금까지 물어주며 취소해 말들이 무성했다. 윤 원장은 같은 날 예정됐던 '금융소비자 보호 유공자 시상식'도 전날 불참 사실을 통지했다.

금감원과 금융위의 껄끄러운 관계 때문에 윤 원장이 언론 노출을 피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금감원은 예산 등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반대로 하고싶은 말은 있지만 참겠다는 인상도 심어줬다.

금융위가 이달 초 2017년 금감원 경영평가에서 C등급 부여한 것도 양기관 사이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다. 금융위가 지난해 2016년 경영평가에 이어 2년 연속 C등급을 부과해 금감원은 이번에도 성과급 삭감이 불가피하다.

금융위는 "경영평가는 외부위원들에 의해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평가항목 가운데 비계량평가인 정성평가가 80% 이상인 사실이 알려지자 금감원 내에서는 금융위가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유를 알려주면 고칠 점을 고치는데 C등급을 받은 이유를 전혀 모른다"며 "정성평가가 85%라는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말이 외부평가지 결국에는 금융위 의중이 배제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위가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선 이유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나 케이뱅크 인허가 등 일부 이슈들을 다룰 때 금감원이 금융위와는 다른 목소리를 냈기 때문에 미움을 샀다는 해석도 나온다. 감독기구의 의중을 따르지 않으니 감독권을 활용해 통제권을 강화한다는 분석이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최종구(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그랜드볼룸홀에서 열린 '금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8.10.30.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최종구(오른쪽)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그랜드볼룸홀에서 열린 '금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같은 상황에서 금감원의 내년도 예산은 양기관 사이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는 오는 19일 정례회의에서 내년도 금감원 예산을 확정할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1~3급 직원 비중을 현행 43.3%에서 35%까지 줄이는 쇄신안을 내년 예산안에 담았다. 하지만 금융위는 30% 이하로 줄이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최 위원장은 "금감원 예산 문제는 감사원과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요청대로 한 것"이라고 했다.

1~3급 비중을 줄이는 방법은 내부 직원들의 승진과 승급을 막는 방법 밖에 없다. 승진을 막아두고 퇴직 등으로 1~3급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다. 기존 직원들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경력직원을 20% 이상 채용하라고 해서, 지속적으로 중간수혈을 했다. 취업 규제가 심하니 나이가 들어도 퇴직이 적어 항아리형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정부가 이런 구조를 만들어놓고 이제와서 되돌리려한다. 이 상태면 팀장(3급)을 달고 바로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금융혁신을 위한 규제완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감독이 강화돼야 소비자 피해를 막고 금융사들의 재무건전성도 지켜질 수 있다"며 "새로운 감독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인사나 예산을 보장해줘야하는데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이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두 수장은 지난 6일 한차례 회동했으나 갈등설은 더욱 깊어져가고 있다. 최 위원장의 경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그늘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윤 원장은 학자 출신으로 자기생각이 뚜렷한 편이라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금융개혁을 사실상 포기하는 바람에 양기관 사이의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동시에 관장하는 금융위원회 체제를 바꿔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공약을 내놓았고 당선 후 금융감독 조직재편을 국정과제 중 하나로 삼았다. 하지만 출범 3년차를 앞둔 현재 금융감독 조직재편 사실상 멀어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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