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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증시 하락장세에도 韓 개미들, 거래대금↑…적극적? 도박적?

등록 2018.12.16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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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비중↑…인버스·레버리지, 전체 ETF 거래량 70% 차지

실적 미미 바이오주 적극 투자…고개 든 정치테마주 등

"손실 피하고 수익률 제고 위해선 장기·적립·분산 투자해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코스피지수가 지난 1월 역대 최고점(1월 29일 장중 2607.10)을 찍은 이후 연중 하락 일로를 걸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전체 거래대금과 비중은 올 들어 더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은 코스피보다 코스닥에서 압도적인 거래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개인의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다. 개인들은 실적 적은 바이오주에 빚까지 내 적극적으로 베팅하고 다시 널뛰기 시작한 정치 테마주의 주도 세력도 개인 투자자다. 금융시장이 성숙할수록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시계에서 투자하려는 성향이 강해지지만 국내 개인들은 고위험 단타 위주의 투자 성향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약 1년간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개인 투자자[(매도+매수)/2]의 거래대금은 총 1781조6090억원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65.4%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거래대금(1312조4078억원), 비중(62.9%)과 견줘 각각 469조2012억원, 2.5%포인트 늘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2467.49→2069.38)와 코스닥지수(798.42→666.34)가 각각 16.13%, 16.54% 하락했음에도 증시가 고공행진을 했던 작년 같은 때보다 개인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이다.

증시 종류별로 보면 대형주가 중심인 코스피시장보다 주가 변동성이 높은 중소형주가 주로 상장된 코스닥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올 들어 코스닥에서 개인들의 거래 비중은 84.3%로 압도적이다. 코스피에서 개인 거래 비중 51.0%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ETF 시장에서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높은 위험 추구 성향을 확인해 볼 수 있다. ETF란 코스피200, 금값, 원유 등 특정 지수나 상품의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하도록 설계된 투자 상품이다.

다른 나라 ETF 시장이 다양한 자산·업종·테마에 적절히 분산돼 투자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ETF 시장은 대표적인 단기 고위험·고수익 상품인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에 편중돼 있다. 일반 ETF가 지수와 비슷한 수익률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데 비해 인버스 ETF는 추종하는 지수가 하락할 때 통상 1배 이익을 내도록 설계돼 있다. 레버리지 ETF는 지수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국내와 미국의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는 전체 ETF에서 종목 수 기준으로 비중이 모두 2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운용자산 비중은 미국은 1.4%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20.3%다. 거래량 기준으로는 국내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는 전체의 약 70%에 달하지만 미국에서는 17.3%에 그친다.

김남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투자자들은 레버리나 인버스가 아닌 일반 ETF를 장기적인 투자 관점으로 보유한다"며 "그러나 국내 투자자들은 단기 투자자에 익숙하다 보니 ETF 시장도 단기 상품 위주로 투자하며 특이한 ETF 생태계가 구축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국내에서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가장 많이 거래하는 주체는 개인 투자자로 전체 레버리지·인버스 ETF 거래량의 절반 가까이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며 "이와 달리 외국인은 35%, 기관은 레버리지·인버스 ETF 투자에 거의 나서지 않고 있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작년 말부터 불기 시작한 바이오주 열풍은 개인들이 빚까지 감행하며 투자를 견인한 데 따른 것이다. 바이오주는 미래 유망 사업으로 꼽히지만 실적이 미미해 주가 거품 논란이 거세다. 심지어 최근 국내 대표 그룹의 바이오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 회계 혐의로 상장폐지 기로에 놓여있을 때 가장 적극적으로 사들인 주체는 개인들이었다.

정치 테마주는 한국 증시에만 나타나는 특징으로 꼽힌다. 종목의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유력 정치인과 상장사 대표가 동문이라는 등의 뜬금없는 소문으로 널뛰는 정치 테마주가 개인들의 잦은 손바뀜으로 최근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 밖에도 초고위험 투자 방식인 공매도에 개인들의 높은 관심, 새내기주인 공모주 청약 시 나오는 높은 경쟁률 등을 보더라도 개인 투자자들의 과감한 투자 성향을 엿볼 수 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바이오주 투자 설명회를 가보면 극히 일부 개인 투자자만이 투자금의 몇 배를 번다"며 "대다수 개미들은 룰렛 게임을 하듯이 단기간에 고수익을 바라고 주식 투자에 나서지만 잃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노후 불안과 함께 한탕 심리가 맞물리면서 개인들이 고위험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단타와 단기적 투자 시각이 개인들이 증시에서 손해를 보는 주된 원인"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처럼 적립식, 간접 상품 위주로 장기, 분산 투자가 수익률을 높이는 데 바람직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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