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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코리안리 항공재보험 독점, 손보사들 거래 강제"…과징금 76억원

등록 2018.12.17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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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지배적 지위 이용해 요율·출재 강요 특약 설정

해외재보험사와 거래하려 하면 불이익 줘 방해

공정위 "코리안리 항공재보험 독점, 손보사들 거래 강제"…과징금 76억원


【세종=뉴시스】위용성 기자 = 재보험사 코리안리의 헬기보험시장 독점 혐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를 결정했다. 독점적 재보험사로 군림하며 국내 손해보험사들에게 자신과의 재보험거래를 사실상 강제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다만 11개 손보사들의 보험요율 부당공동행위(담합) 여부에 대해선 "합의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는 17일 코리안리에게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76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코리안리는 1999년부터 국내 손보사들과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특약'을 체결했다. 일반항공보험은 산불진화·구조활동, 레저 등 목적으로 쓰이는 헬기나 소형항공기에 대한 보험이다. 국내 11개 손보사들이 영업을 하고 있고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290억원 수준이다.

항공보험은 리스크가 높아 재보험 가입이 필수적이다. 손보사들이 '보험사의 보험사'인 재보험사와 다시 계약을 맺고 보상책임의 일부를 '출재(出再)해 넘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항공재보험에서 코리안리의 시장점유율은 최근 5개년 평균으로 약 88%에 달한다.

또 항공보험은 재보험 뿐만 아니라 재재보험 가입까지 이뤄지는데, 코리안리는 자신이 수재한 재보험료의 약 70% 가량을 대부분 해외 재재보험으로 출재하고 있었다. 때문에 해외재보험사는 코리안리와의 재재보험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코리안리가 이 같은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요율경쟁과 수재경쟁에서 이득을 챙겼다는 결론이다. 코리안리의 일반항공보험 평균요율은 지난해 0.79% 수준을 보이다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0.51%까지 하락했다.



【세종=뉴시스】코리안리의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및 재재보험 거래구조(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세종=뉴시스】코리안리의 일반항공보험 재보험 및 재재보험 거래구조(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발단은 199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재보험시장은 해외에도 개방돼 있어 해외 재보험사도 국내에 진입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항공보험시장에는 해외보험사에 대한 진입장벽이 있었다. '국내우선출재제도'가 있어 국내보험사와 우선적으로 재보험 계약을 맺도록 강제돼 있었던 것이다. 또 '보험요율구득협정'에 따라 일정금액 미만의 항공보험계약은 코리안리의 동일요율을 쓰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그 해 4월 '재보험 자유화'에 따라 이 제도는 폐지됐고 코리안리는 해외재보험사와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 코리안리는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국내 손보사들과 항공보험 재보험특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 특약에 따라 손보사들은 코리안리의 요율로만 원수보험을 인수하도록 강요받았다.

손보해외재보험사의 요율을 가져다 쓰려고 한 손보사들에겐 특약 위반으로 향후 입찰 참가 제한 등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또 특약은 손보사들에게 재보험 물량을 모두 코리안리에게만 출재하도록 강제했다. 국내 손보사들이 다른 해외재보험사와 거래하려고 하면 방해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 관용헬기보험에서 A해외재보험사가 국내 손보사와 거래하려 하자 A사에게 철회를 요구하고 불응시 기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코리안리는 또 해외 재재보험 출재특약도 만들어 해외 경쟁자들에겐 자신을 거쳐 국내 손보사들과 거래하도록 했다. 해외 경쟁자들은 코리안리와의 재재보험 거래를 고려해 이의를 제기하기가 어려웠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또 국내 손보사와 해외재보험사를 중개하는 보험중개사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차단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모든 손해보험사들이 코리안리의 동일요율 및 조건으로 입찰에 참여하게 돼 손보사들간 보험료 및 서비스 경쟁이 차단됐고 손보사들의 자체적인 보험료 산출능력 개발유인도 저해됐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계약자가 다양한 보험상품을 비교,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는 등 최종소비자의 선택권이 크게 제한됐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내렸기 때문에 앞으로 코리안리는 재보험 특약의 수정 등에 나서야 한다. 자산의 요율만 쓰게 하거나 자신에게만 출재한다는 조건으로 거래를 맺지 말라는 것이다. 또 각 손보사들과 재보험특약 거래조건을 개별적으로 협의해 다시 정하고 향후 3년간 거래현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신영호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재보험시장에서 제도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보장받았던 사업자가 재보험자유화 이후에도 부당한 방법으로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유지·강화한 행위"라며 "장기간 폐쇄적 거래구조를 유지해 최종소비자의 희생 하에 이윤을 향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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