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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ILO 협약 비준하라"…정부에 분쟁해결절차 공식요구

등록 2018.12.17 2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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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제재 주목...정부 "FTA 상 경제적 제재로 이어질 수 없어"

EU "ILO 협약 비준하라"…정부에 분쟁해결절차 공식요구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유럽연합(EU) 측이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에 포함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분쟁해결 절차인 정부 간 협의를 공식 요청했다.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비준을 요구해 온 유럽연합이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노동부 김대환 국제협력관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FTA 상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章)의 분쟁 해결절차인 정부간 협의 절차를 공식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2011년 효력이 발생한 한·EU FTA에는 ILO 핵심협약을 모두 비준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EU는 지속적으로 우리 정부에 이행을 요구해 왔다.

특히 ILO 핵심협약 비준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에는 EU가 압박 수위를 높여 왔고, 이날 정부 간 협의를 서면으로 공식 요청해 온 것이다.

한국이 EU와 맺은 FTA 13장 '무역과 지속가능 발전' 장(章)에는 협정문 내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 정부간 협의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EU가 요청한 게 이 규정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유럽연합은 우리 나라와의 FTA에서 무역과 지속가능 발전 장을 최초로 포함시켰으며 이후 캐나다, 싱가폴, 일본, 베트남 등과 FTA 체결 때 비슷한 내용을 포함시켰다. 유럽연합이 이를 근거로 분쟁해결 절차를 요청한 것은 처음이다.

무역과 지속가능발전 장의 분쟁해결 절차에 따르면 한 쪽이 정부간 협의를 요청하면 정부간 실무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 때 양측 합의를 조건으로 국제노동기구 등 기구의 자문을 구할 수 있다.

정부 간 실무 협의에도 결론이 나오지 않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무역과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소집된다.

서면 요청 이후 90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 시에는 한 쪽이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 전문가 패널은 한국 6명, 유럽연합 6명, 제3국 6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된다.

전문가 패널은 90일 내에 사안을 검토해 권고·조언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하게 된다.

김 협력관은 "유럽연합 측에서 분쟁해결 절차를 개시한 것은 한·EU FTA에 따라 보편적 국제노동기준인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우리 정부에 조속한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 달성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EU가 분쟁해결절차 개시로 압박 수위를 높임에 따라 향후 우리 나라에 대한 경제적 제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일단 경제적 제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국가적 위상 실추 등의 여파가 있을 수 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협력관은 "무역제재로 연결 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는데 한·EU FTA에서 일반분쟁 해결 절차는 별도로 14장에 규정돼 있다"며 "FTA 상에서는 경제적 제재를 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우리 나라가 전문가 패널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ILO 핵심협약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계속 나가더라도 FTA 상으로는 경제적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우리 나라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통해 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계의 반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김 협력관은 "정부 간 협의에서 양측이 상호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할 계획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EU 측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는 EU에서 다양한 수단으로 압박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경우 우리 나라의 국가적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핵심협약 비준을 지연시키는 것은 양자간 자유로운 무역 확대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를 지원하고 조기에 관련 입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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