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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확인에서 정쟁으로 번진 '특감반 폭로'···의혹 해소는 어디로

등록 2018.12.19 2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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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추가 폭로로 새국면···특검·국조 등 대여 공세 예고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문건별 해명···기억 의존한 수세적 반박

검찰 수사과정서 밝혀지기 전 '의혹→반박' 되풀이 계속될 듯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18.12.19.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홍지은 기자 = 일부 언론을 상대로 한 폭로와 청와대의 부인 양상으로 전개되던 전직 특별감찰반원 김태우씨의 폭로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야당까지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정치권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청와대가 김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법적인 다툼으로 넘어가는 듯 싶던 가운데, 야당의 추가 의혹 제기와 청와대의 재반박이 이어지며 의혹이 정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에 새로운 제보가 들어왔다. 리스트만 보면 민간인 사찰을 마구잡이로 했던 걸로 보인다"며 김씨가 수집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찰 관련 리스트를 공개했다.

리스트에는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물인 최경환 전 기재부 장관 비위 관련 현황을 비롯해 고건 전 국무총리의 장남 고진씨의 비트코인 관련 사업,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 있는 사업자의 부정청탁 수령 예산, 조선일보 취재 내용,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재판거래 의혹 등 크게 11개의 문건이 담겼다.

또 코리아나 호텔 사장 배우자 자살 관련 동향, 한국금융연수원장 과거 부적절 처신 동향, 한국자산관리공사 송모 비상임이사의 홍준표 대선자금 모금 시도,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 전성인 홍익대 교수(진보 성향)의 VIP 비난 등에 대한 사찰 의혹 문건도 리스트에 포함됐다.

나 원내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청와대가 답할 때라고 생각한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답하기는커녕 오락가락 해명과 궁색한 해명을 반복하고 있다"며 "국기문란과 조직적 비리 은폐 의혹이 있는 권력형 사건에 대해서 DNA 운운하며 오만한 태도로 일관하는 청와대에 대해 명명백백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싶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과 특검,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며 대여 공세의 날을 세웠다.

청와대는 나 원내대표의 의원총회 발언 2시간 만에 긴급 브리핑을 열어 관련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가 제기한 11개의 문건 리스트 가운데 10건을 열거하며 사실 관계에 대해 해명했다.

그동안 관련 폭로를 해명했던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아닌 김씨와 야당이 제기한 의혹의 직접 당사자인 박형철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박 비서관은 문건별로 보고 여부와 처리 결과를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브리핑의 대부분은 민간인 불법 사찰이 아니었다는 점을 해명하는데 방점이 찍혔고, 개인의 소회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격앙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박 비서관은 "저는 문재인정부의 초대 반부패비서관으로서 제 명예를 걸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해 왔다"며 "비위 혐의자인 일방적인 주장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비서관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가 제시한 11개의 문건 리스트 가운데 3단계 보고 체계의 마지막 단계인 조국 민정수석까지 보고된 것은 3건이었다. 수사관→특감반장→반부패비서관→민정수석으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를 밟은 것이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방통위 고삼석 상임위원-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갈등(2017년 9월22일), 주 러시아 대사 내정자 우윤근 국회사무총장 금품수수 관련 동향 보고(2018년 9월28일), 박근혜 친분 사업가 부정청탁 관련 보고(2018년 2월22일) 등이 조 수석까지 보고됐다.

우선 조 수석과 공유된 3건의 문건은 아무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게 박 비서관의 주장이다. 해당 사안에 대한 감찰은 특감반의 직무범위에 있었고 마땅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박 비서관은 '방통위원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갈등 보고서'에 대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공직자 두 분이 갈등이 있다는 소문이 있어서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7조2항에 의해서 특감반의 직무권한에 따라 사실 확인을 해서 제가 수석님께 보고한 그런 보고서"라고 말했다.

'우 대사의 국회 사무총장 시절 금품수수 관련 동향 보고서'에 대해서 박 비서관은 "러시아 대사로 될 그런 내정자 신분에 있는 상황에서 제가 보고를 받았고, 이 보고서는 조 수석께 인사 검증에 참고하도록 전달했다. 거기까지가 반부패비서관실 업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과 친분있는 사업가가 부정청탁으로 공공기관 예산을 수령했다는 보고서에 대해 박 비서관은 "전 정부에서 박 전 대통령과 친분 있는 어떤 사업가가 현 정부에서도 공무원에게 로비를 해서 부정하게 공공기관 예산을 수령한다는 의혹에 대한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이 사람이 공공기관 예산을 부정하게 수령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과기정통부 감사관실에 이첩했다"며 "공공기관과 관련된 저희 직무 범위 내의 업무로 조 수석한테까지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특감반 근무시절 전반적으로 의욕을 갖고 열심히 일을 했지만 올해 7월 전후를 기점으로 나태해졌고, 보고서에 본격적인 왜곡이 시작됐다는 게 박 비서관의 설명이다.

평소 출입처 중 한 곳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의 감사관(5급) 자리가 신설되는 것을 알고 승진 이동을 염두에 둔 채 무리수를 두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화근이 돼 한 달 간 근신조치를 받고도 개선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조선일보 취재의 청와대의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의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 검토 보고(2018년 7월27일), 조선일보 민주당 유동수 의원 재판거래 혐의 취재중 보고(2019년 8월6일) 두 건을 꼽았다.

박 비서관은 "과기정통부가 감사관 자리를 새로 만들고 그곳에 김 수사관이 지원을 했었다는 것은 저희들의 징계 사유 내용 중에 포함돼 있다"며 "과기정통부 공모는 2018년 7월26일 경에 있었고, 김 수사관은 이 시기에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어 크게 열심히 일을 안 하던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1~2주일에 한 건 정도는 (첩보) 보고서를 써야 본인의 업무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특감반장의 기억으로는 거의 '지라시(정보지)' 수준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17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리는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한 조국(왼쪽) 민정수석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대화하고 있다. 2017.07.17.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조국 민정수석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오른쪽)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7.07.17.


특감반장이 해당 보고서와 관련해 '언론사찰의 소지가 있으니 작성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그 과정에서 자체 폐기됐다는 게 박 비서관의 설명이다.

진보교수 전성인 관련 보고(2018년 8월27일), MB정부 방통위 황금주파수 관련 보고(2018년 8월28일) 2건의 보고서도 과기정통부 감사관 응모 과정에서 작성된 문제의 보고서라고 판단했다.

박 비서관은 "2018년 8월24일은 감사관직 최종 발표가 나는 시기다. 그런데 저희가 이틀 전 쯤에 김 수사관의 감사관직 응모한 것을 중단시켰다"며 "근신 기간을 한 달 동안 둬서 직무를 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 기간에 작성한 보고서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박 비서관이 직접 나서며 이토록 적극 해명과 반박, 설명을 했지만 정치 쟁점화 된 의혹 제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데 고민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년 이상 김씨 개인의 일탈이 지속된 데에는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민정수석실 차원의 책임론이 불가피한 것도 고민 지점이다.

박 비서관은 민정수석실 차원의 근태관리 책임을 묻는 질문에 "책임이 없다고 말씀 드릴 자격은 제게 없다"고 답했다.

이어 "특감 반장으로부터 매일 아침 (김씨에 대해) 보고를 받아서 근태 관리를 하는 등 그 때부터 이전보다 (관리를) 충실히 한다고 했지만 결과가 이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정치 공세를 예고한 나 원내대표와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는 김씨가 구체적인 문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반면, 청와대는 기억에 의존한 수세적인 반박 밖에는 할 수 없다는 점도 청와대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어떤 상황인지 보고서가 없어서 모른다", "자료가 없는 한도 내에서 기억을 더듬고, 특감반장과 상의해서 답을 드린다"는 박 비서관의 답변에서 답답함이 읽힌다.

따라서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를 통해 정확한 규명을 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추가 폭로와 해명, 정치권의 공세와 청와대의 수세적 방어 과정을 되풀이 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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