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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북미관계 장미빛 물들까?…지루한 신경전 속 정황 개선

등록 2018.12.21 11:2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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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에서 새 제안 내놓을지 주목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2018.12.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면담을 하고 있다. 2018.12.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두고 미국과 북한이 2개월 째 지루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예측과 전망이 갈수록 커진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는 일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새해 한반도 정세가 반드시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기 어려운 단서들도 많다. 연말과 새해 북미관계에 미칠 요인들을 점검해보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새해 벽두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북한이 연달아 논평과 담화를 발표해 미국을 비판하는 와중에 나온 것이다.

미국은 또 북한의 비판을 달래려는듯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미 국적자의 북한 방문을 허용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인도적 지원을 위한 북한 방문 허용은 특히 미 정부가 면밀히 검토한 끝에 제시한 방안이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13일과 16일, 또 20일 연달아 논평 또는 담화를 발표했다. 모두 약간의 위협 언사를 담아 제재를 풀어야한다고 강조하는 내용들이다. 또 미국의 인권 관련 새로운 대북제재조치에 반발하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위협의 강도는 매우 약했으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아예 없었다. 

북한은 또 21일에는 남쪽을 향해 미국의 대북 제재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분위기의 비난 기사를 대남 선전 매체 '우리 민족끼리'에 실었다. 노골적 표현을 자제한 기사를 대남 매체에 실었다는 사실은 미국에 대해 제재완화를 촉구하는 노력을 해달라고 채근하는 뜻일 것이다. 스티브 비건 미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이도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하는 당일 아침에 기사를 내보낸 점을 볼 때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비건-이도균 회담에서는 남북 철도·교량 연결 착공식과 한국정부가 예정한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달러의 대북지원 예산 등 다양한 남북관계 현안을 논의한다. 미국이 이 자리에서 얼마나 융통성있는 모습을 보일 지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분위기가 판이하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비건 대표가 인도적 지원을 위한 북한 방문 허용 검토를 밝힌 마당이어서 이전보다는 미국이 유연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개인 필명의 논평이나 외무성 중간 직급자 명의의 담화 등 북한의 입장표명은 거칠기로 악명높은 과거와는 형식과 내용 모두 판이하게 다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제 외교무대에 데뷔한 마당에 국제 외교 관행을 벗어나 행동하기가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그보다는 북한이 정말 미국과 잘해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 

미 국무부의 대북 제재조치 발표는 연말이면 매년 있는 연례 행사다. 이에 대해 북한도 매번 반발을 해왔다. 그러나 예전에도 '최고 지도자'를 건드리지 않는 한 북한은 알레르기 반응을 자제하는 편이었다. 미국도 '최고 지도자'는 건드리지 않고 않는 모습이어서 판을 깨려는 생각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이런저런 정황들이 연초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전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예컨대 비건-이도훈 회담에서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비롯한 몇가지 남북 협력사업,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 실행이 결정된다면 대북 제재를 실질적으로 완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제재 완화를 줄기차게 외쳐온 북한이 못이기는 척하고 2차 정상회담에 나설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새해 첫날 발표될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가 새해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핵실험, 미사일 시험을 중단한다고 선언한 올해 신년사를 볼 때 타당한 예측이다. 그런데 신년사에서 어떤 입장을 제시할 지는 윤곽이 어느 정도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정현'이라는 필자의 조선중앙통신 기고문 내용을 최고지도자의 언어로 바꾸어 보는 것으로 신년사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제재 완화라는 단어를 직접 입에 올리기에는 최고지도자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제재 완화를 포기할 순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이나 폼페이오 국무장관,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구사한 언어들을 감안할 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더욱더 노력한다'는 정도가 아닐까 싶다.

올해 있었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상당히 후한 평가를 내놓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세계 최강국 대통령과 마주한 '역사적 사변'이기에 그렇다. 후한 평가를 해놓고 더이상 회담하지 않는다든지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분위기를 급락시키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따라서 김정은의 새해 신년사는 최악의 경우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한 내용이거나, 최선의 경우  '파격적인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 적어도 미국과 관계개선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함에 따라 새해 벽두부터 정치적 위기에 몰릴 위험성이 있다. 이 때 김정은 위원장이 구원의 손길을 뻗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위원장과 더 깊이 '사랑에 빠질' 것이다. 그렇다면 새해 한반도 정세의 바탕색은 장미빛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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