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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좌담]"남북한 군축과 함께 모병제를 실시하자"

등록 2018.12.26 18: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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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전 통일연구원장)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패널로 참석해 모병제 전환 필요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진제공=국회미래연구원)

【서울=뉴시스】 박진 국회미래연구원장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 회관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전 통일연구원장)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패널로 참석해 모병제 전환 필요성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사진제공=국회미래연구원)

【서울=뉴시스】 국회 미래연구원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모병제 전환 필요한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박진 미래연구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김태우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전 통일연구원장)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패널로 참석해 모병제 전환 필요성을 놓고 약 2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음은 좌담회 전문이다.

사회자 : 오늘 좌담회는 두 분의 주장 중 어느 쪽이 옳은지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합의 형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갈등 조정(調停, mediation) 기법을 활용해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을 같이 찾고자 합니다. 사전에 모병제, 징병제 선택과 관련한 두 분의 정책목표를 조사했습니다. 두 분 모두 '국가 안보 유지, 남북 관계 개선, 인력의 효율적 활용, 경제적 비용 절감, 사회통합'이 정책목표라는 데에 공감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토론시 상대의 정책목표도 존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토론순서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간단히 모병제와 징병제를 비교한 후 사전에 조사한 5개 쟁점(issue)에 대해 토론 하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오늘의 의제(agenda)인 모병제 도입시기에 대한 토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각자 주장하시는 방안의 개념과 장단점을 설명하여 주시지요.

김태우 : 징병제는 국민개병주의에 입각하여 국가가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정 연령이 된 국민에게 일정 기간 병역에 복무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징병제는 대량으로 병역 자원을 획득할 수 있으므로 많은 상비군을 보유하여 병역의 양적 요소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은 임금으로 국방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제한된 군 복무 기간으로 인해 전문 인력 양성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정욱식 : 모병제는 개인의 자유의사 및 지원에 따라 국가계약으로 병역에 복무하게 되는 제도를 의미합니다. 모병제는 동기부여된 전문인력 양성이 가능하며 좋은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구감소 시대에 경제활동인구를 확보한다는 점도 장점이지요. 하지만, 어려운 가정의 자제만 군대에 갈 수 있다는 형평성 문제를 단점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사회자 : 먼저 모병제 관련 두 분의 구체적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정욱식 : 단계별 모병제로의 이행을 주장합니다. 현재의 징병제에서 2020년부터 5년간의 징병제-모병제 혼합제로 이행하며 2025년부터는 완전한 모병제로 시행하여 전체 병력을 현재의 반절인 30만 수준으로 유지하는 안입니다.

김태우 : 저는 모병제 논의가 너무 인기영합적으로 흐를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의 안보여건은 모병제를 논의할 상황이 아닙니다.

사회자 : 다른 나라의 현황은 어떻습니까?

정욱식 : 최근 많은 국가들의 모병제 시행과 관련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서 미국은 1973년, 프랑스는 2001년에 징병제를 폐지하였고 독일은 2011년 군 의무복무제 유예안을 확정함으로써 사실상 징병제를 폐지하였습니다. 러시아, 대만, 터키는 현재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으나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모병제의 도입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태우 : 안보상황이 다른 나라와의 비교는 무의미합니다. 우리나라는 여성까지 군대에 가는 이스라엘과 같은 안보상황으로 보아야 합니다.

사회자 : 잘 알겠습니다. 그럼 이하에서 본격적으로 쟁점별 논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쟁점 1. 모병제 전환이 국가안보를 약화시킬 것인가?

김태우 : 모병제 찬성론자는 현대전에서는 군사력을 ‘양이 아닌 질’로 평가해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일반적 이론에 불과하며 우리의 특수성을 알아야 합니다. 첫 번째, 한반도는 아직 전쟁 중입니다. 둘째, 산악지대가 많은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도 있습니다. 셋째, 통일 이후에 군이 해야 할 역할이 큽니다. 넷째, 병력이 줄면서 전력의 과학화, 첨단화가 이루어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따라서, 모병제는 시기 상조입니다.

정욱식 : 국방전략이 점령을 목표로 할 때에 비해 방어를 목표로 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병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길지 않는 기간을 복무하는 징병제에 비해 모병제는 사병의 숙련도와 동기부여가 높아 오히려 전력이 강화된다고 생각됩니다.

김태우 : 우리 군의 목표도 방어 개념이지요. 방어를 위해서는 적은 수의 병력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또한 모병제의 숙련도가 높다는 점에도 동의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병력을 줄일 수는 없는 것이지요. 구체적인 적정 병력 규모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사회자 : 군 전력의 과학화, 첨단화가 이루어질수록 모병제 도입논의가 힘을 받는다고 정리할 수 있겠군요.

◇쟁점 2. 모병제 전환이 남북관계 개선추세에 부합 내지는 도움이 되는가?

정욱식 :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한의 위협이 줄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으로 보이므로 모병제로 병력을 줄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김태우 :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하지만, 북한의 군사력이 약화된 것은 아니고 우리를 공격할 의지가 다소 약화된 것으로 보이는 것 뿐입니다. 북한의 의지는 언제든지 살아 날 수 있습니다. 지금 모병제를 시행하면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될 경우 다시 징병제로 회귀하기 어렵습니다.

사회자 : 모병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이므로 남북관계 개선이 더 확고히 확인된 이후 시행해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정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욱식 : 물론 남북관계에는 불확실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변화는 군사분야의 합의를 동반하는 등 뒷걸음질 칠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낮아졌지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모병제로 선제적 평화 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는 선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김태우 : 정 대표님이 말씀하신 선순환론을 안보 문제에서는 적용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군사력을 약화시켰는데 북한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북한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게 됩니다. 만에 하나 무력충돌시엔 나라가 없어지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고요.

정욱식 : 북한의 위협은 최근 분명히 감소했다고 봐야 합니다. 단순히 우리의 인식문제만이 아니지요. 우리가 모병제를 시행하면 북한은 우리의 북한 점령의지가 약화되었다고 판단하고 더 쉽게 군축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사회자 : 남북한의 군 감축이 동시에 진행될 수 있다면 모병제 도입이 쉬워질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쟁점 3. 모병제가 청년층의 역량개발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인가?

정욱식 : 징병제로 청년층의 학업과 경력의 단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큽니다. 징병제에서의 군은 경제활동인구가 아니지만 모병제에서의 군은 좋은 일자리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인구감소 추세에서 징병제를 유지할 경우 전체 인구에서 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낮아지는 문제도 심각합니다.

김태우 : 모병제가 당장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지만, 좋은 일자리가 아니며 국가경쟁력 향상도 기여하지 못합니다. 또한 그러나 징병제로 인한 안보효과, 애국심 등 정신적 가치 등도 같이 봐야 합니다. 경제적 이유만으로 모병제를 도입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자 : 향후 모병제 논의에서 이러한 경제적 효과가 갈수록 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는 점에는 두 분 동의하시는지요?

김태우·정욱식 : 동의합니다.

◇쟁점 4. 모병제 전환으로 인한 예산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가?

정욱식 : 2020년에는 전체 병력 규모를 45만명 정도로 줄이고, 2025년부터는 30만명의 병력으로 감축한다면 추가적인 예산 부담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가령 모병제 전환시 15만명의 사병 연봉을 3000만원으로 가정하면 이들의 연간 인건비는 4조5000억원이 될 것입니다. 반면 병력 수 감축에 따른 병력유지비 축소, 장교 숫자 감축 등에 따른 절감 등을 감안하면 실제 부담은 4.5조보다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김태우 : 전문 부사관 3만명 증원시의 1조원도 포함해야 합니다. 전반적인 국방예산 확대 없이 이러한 인건비 부담이 발생하면 전력증강비 등이 줄어들 우려가 있습니다.

정욱식 : 필요 국방예산이 몇 조 수준에서 증가하더라도 경제적 편익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 예산규모가 더 커질수록 모병제로 인한 예산 부담은 작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모병제는 군의 질적 향상을 전제로 하지요. 정부가 모병제를 도입하면서 전력증강비를 축소해서는 안 된다는 김 교수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단, 전력증강비는 남북한 상호군축 수준에 따르면 되겠지요.

◇쟁점 5. 모병제는 무전복무(無錢服務)로 인한 위화감을 조성하지 않겠는가?

사회자 : 모병제 시행에 대해 일반 국민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욱식 :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우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모병제가 되려면 '가기 싫은 군대'를 '가고 싶은 군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자 :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정욱식 : 적정한 보수와 군대문화 개선이 필요합니다. '사병은 소모품'이라는 인식을 없애야 하지요. 또 사병에게도 간부 승진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모병제는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와 같은 사회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김태우 : 적정한 보수와 군대문화 개선이 모병제의 전제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의제 논의: 모병제로 전환하는 적절한 시점은 언제인가?

사회자 : 이상의 쟁점 논의를 바탕으로 오늘의 의제를 논의하겠습니다. 남북관계가 개선추세이고 또 모병제의 경제적 효과가 갈수록 중시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모병제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나 그 시점 혹은 전제조건이 문제라는 점에는 동의하시는지요?

김태우·정욱식 : 동의합니다.

사회자 : 그렇다면 그 전제조건은 무엇입니까?

김태우 :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 북한의 위협이 실질적으로 감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병제 이후에도 남북한이 군사적 균형을 이루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회자 : 그렇다면 남북한이 동시에 군축을 하면서 한국이 그 수단으로 모병제를 도입하다면 동의하실 수 있는지요?

김태욱 : 동의할 수 있습니다.

정욱식 : 말씀하신 대로, 남북이 상호 병력 감축에 합의하고 우리는 모병제를 도입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델입니다. 다만, 북한의 병력 감축이 가능하려면 북한이 경제재건으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김태우 : 북한의 핵 문제가 해소되고, 국제 경제 제재가 완화되면 북한도 군축에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자연스럽게 모병제로 전환할 여건이 조성될 것입니다.

사회자 : '남북군축 합의하에 모병제를 시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점에 합의가 되었습니다. 다만 정 대표님은 그 이전에라도 모병제를 활용하여 북한의 호응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는데 이에 대한 김 교수님 의견은 어떻습니까?

김태우 : 북한은 현존하는 명백한 위협이고 이 위협은 아직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위협감소를 확인하기 전까지 우리의 병력을 일부러 감축할 필요가 없습니다. 앞으로 군축과정에서 모병제를 협상카드로 써야 하는 점도 있습니다.

사회자 : 남북군축 이전에 모병제를 시행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합의가 어려울 듯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그 이유를 정확히 밝히는 것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두 분 견해 차이의 핵심 배경은 북한의 위협이 확실히 감소하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 차이라고 생각되는군요.

김태우·정욱식 : 그런 것 같습니다.

사회자 : 오늘의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남북의 상호 감군합의 하에 모병제로 전환하는 것이 최선이다 ▲모병제 도입시 적정 보수가 중요하며 군대문화 개선에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 ▲향후 모병제로 전환 후에도 남북한의 전력균형은 유지되어야 한다. 공감하시는지요?

김태우·정욱식 : 공감합니다.

사회자 : 바쁘신 와중에도 미래좌담회에 참여해 주시고 유연하게 토론해 주신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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