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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인터뷰]하정우 "영화, 관람을 너머 체험의 매체일 수도···"

등록 2018.12.28 10: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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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하정우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흥행성패를 정말 알 수가 없다. 매 작품을 할 때마다 너무 많이 신경이 쓰인다. 출연한 작품에 투자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나도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에 자유로울 수가 없다. 자신이 찍어놓은 영화에 대해서 '나 몰라라'하고 빠질 수 있는 배우는 없을 것 같다."

올해 스크린을 점령하다시피한 배우 하정우(40)는 이렇게 말했다. 1년 전 이맘때, 불가능해보이는 일을 해냈다. 지난해 겨울 '신과함께-죄와벌'(감독 김용화·2017년12월20일 개봉·누적관객 1441만1675명)과 '1987'(감독 장준환·2017년12월27일 개봉·〃723만2387명)을 연달아 내놓고 쌍끌이 흥행에 성공했다. '신과함께-죄와 벌'에 이어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2018년8월1일 개봉·〃1227만4996명)마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영화 'PMC: 더 벙커'로 연말 극장가 공략에 나선다. "관람보다 체험하는 느낌의 영화일 것 같다. 일반 상영관에서 충분히 4DX를 느낄 것 같다."
[뉴시스 인터뷰]하정우 "영화, 관람을 너머 체험의 매체일 수도···"

김병우(38) 감독과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 이후 5년 만에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더 테러 라이브' 개봉 당시 하정우가 김 감독에게 "DMZ 지하에 지상과 데칼코마니 같은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라고 호기심 어린 제안을 하면서 이번 영화가 시작됐다.

지하로 광활하게 펼쳐진 벙커 공간에 매료된 김 감독은 블록 장난감 '레고'로 미니 벙커를 직접 만들었다. 미술감독이 이 레고 조형물을 바탕으로 미니어처 모델링 작업과 3D 작업을 거치면서 실제 세트를 지을 때 오차를 줄여나갔다.

실제 세트가 지어지기까지 폐기된 디자인만 수십 여개에 이른다. 오랜 준비 끝에 세트 디자인 콘셉트가 확정됐다. 김 감독에 대해 "영화를 대하는 자세가 대단히 학구적이다"고 평했다. "이과적으로 모든 것을 접근, 눈으로 확인하게 하는 상황을 만든다. 모든 것을 수치화시키고 그래프를 그렸다."
[뉴시스 인터뷰]하정우 "영화, 관람을 너머 체험의 매체일 수도···"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은 '에이헵'이 DMZ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돼 작전의 키를 쥔 '윤지의'(이선균)와 함께 펼치는 전투 액션물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글로벌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터널'(감독 김성훈·2016)은 수동적인 상황에 놓인 인물을 그렸다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꺼내주지 않으면 사람이 나올 수가 없었다. 이번 영화의 미덕은 고립된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상황에 있다. 이 부분을 관객들이 잘 읽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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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글로벌 군사기업(PMC) 블랙리저드의 캡틴 '에이헵'을 연기했다. 거액이 걸린 프로젝트를 처리하던 중 DMZ 지하 30m의 비밀벙커에서 작전의 실체와 마주하며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대사의 80%를 영어로 소화해야만 했다.

"정말 많이 준비했다. 처음에는 영어교재를 보듯이 대본을 봤다. 이잡듯이 영단어를 찾았고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빨리 읽혀야 겠다는 생각뿐이었고, 영어 선생님에게 열심히 배웠다. 하와이에 갇혀서 한 달간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했다. 이제 1년이 지난 일인데, 당시에는 잠꼬대를 영어로 했다."

'PMC: 더 벙커'는 하정우가 이끄는 영화제작사 퍼펙트스톰 필름의 두번째 작품이다. "단순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라 시장을 깨워줄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관객들에게 다양성을 제공하는 영화를 많이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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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마들렌'으로 스크린에 처음 등장했다. 이후 '슈퍼스타 감사용'(2004) '잠복근무'(2005) '용서받지 못한 자'(2005) '구미호 가족'(2006)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등에 출연했다. 2007년 '추격자'를 통해 영화계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멋진 하루'(2008) '국가대표'(2009) '황해'(2010)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베를린'(2012) '더 테러 라이브'(2013) '허삼관'(2014) '군도: 민란의 시대'(2014) '터널'(2016) '아가씨'(2016) '1987'(2017) 등에서 활약했다.

출연작마다 흥행불패 신화를 쓰며 연기 변신을 거듭해왔다.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2015, 누적관객 1270만6663명)에 이어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감독 김용화·2018·〃1227만4996명)까지 1000만 관객을 끌어모으며 '트리플 천만 배우'에 올랐다. 내년 여름에는 영화 '클로젯'으로 관객들을 만나며, 영화 '백두산' '보스톤1947' 등의 촬영이 이어질 예정이다.

"인건비가 올라가고 영화 소재를 확장시키다 보니 최근에 기획되는 한국 영화들의 규모가 커진 것 같다. 아기자기한 로맨틱코미디 같은 장르는 TV에서 소화하고 영화에서는 다뤄지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미국의 스튜디오 제작 방법을 점점 따라가고 있고, 관객들이 그것을 더 원하는 것 같다. 영화를 계속 찍다보니 어떤 영화가 재미있을지에만 초첨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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