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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또 분신' 정부·여당·택시업계는 '同床異夢'

등록 2019.01.10 14: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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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업계-정치권, 머리 맞대지만 카풀 해법은 요원

'성장 뒷걸음질하는 수축사회의 전형적 병리현상' 시각도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민주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카카오 카풀 도입과 택시생존권 확보 방안' 긴급 토론회에서 강신표(왼쪽부터)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박권수 전국민주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종합연맹 위원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9.01.08.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민주평화연구원 주최로 열린 '카카오 카풀 도입과 택시생존권 확보 방안' 긴급 토론회에서 강신표(왼쪽부터)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 박권수 전국민주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구수영 전국민주택시노동종합연맹 위원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19.01.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기자 = “카카오가 성장한 데는 전국의 택시기사들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택시기사들의 공으로 몸집을 키운 카카오가 카풀 시장에 진출하려고 해 배신감을 느낀다. 카카오 서비스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고 있다.(개인택시 운전기사)”  “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모든 실타래가 복잡하게 엉켜 버렸다. 택시 업계를 상대하지 말았어야 한다.(국토부 공무원)”

카카오 모빌리티의 카풀 시장 진출로 촉발된 '카풀 갈등'이 해를 넘기고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여당과 택시업계가 지난 8일  물밑 접촉을 이어가며  묘수 찾기에 골몰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해법은 요원하다. 카풀 시범 서비스 중단을 압박하며 정부 지원  확대를 노리는 택시업계와,  낙후한 산업 경쟁력 강화에 방점을 맞춘 정부가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꾸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 대타협의 기치를 든 정치권이 끼어들며 사태는 더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9일 거대 IT기업의 카풀 시장 진출에 반대하는 택시 운전기사가 다시 분신을 하는 등 희생자는 늘고 있다.

10일 택시업계에 따르면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비롯한 4개 택시업계 대표들과 정부·더불어민주당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가졌다. 지난달 28일 사회적 대타협 기구 출범  간담회가 무산된 이후 양측이 다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동에는 더불어 민주당 전현희 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과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의 김정렬 제2차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비롯한 택시 노사 4개 단체장이 참석했다.  하지만 정부여당-택시업계 양측은 의제 등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회의 내내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모임에 불참했다.

카풀 문제가 처음 불거진 시기는 작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카카오 모빌리티가 '럭시'를 인수한 뒤 카풀 서비스 를 예고하자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는 택시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수립했다. 작년 7월에는 국토부와 택시업계, IT업계가 각각 간담회를 연 데이어  8월 택시업계가 비대위를 꾸리고, 10월 더불어민주당이 태크스포스(TF)를 꾸렸지만, 12월 10일 택시노조원이 분신을 하는 등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카풀 갈등이 장기화하는 데는 국토부와 더불어 민주당 등 정치권, 택시업계의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이번 기회에 요금은 더 비싸지만 서비스가 우수한 브랜드 택시를 도입하고, 다양한 요금대의 상품군도 선보이는 등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낙후된 택시산업의 자생기반을 강화하자는 입장이다. 카풀 서비스를 메기로 삼아 신산업(카풀)도 육성하고, 구산업(택시)경쟁력도 강화하자는 포석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 출석해 카풀 해법의 하나로 브랜드 택시 도입 방안을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쇠락하는 택시업계의 현주소를 무시하고 지원책에 기울다 보면 자칫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가 전체 수송 수단에서 차지하는 수송 분담률은 지난 2009년 4.3%에서 2016년 2.9%까지 하락했다.

반면, 택시업계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시장에 진출해 업계가 공멸할 위기에 처했으니 이 문제부터 논의하자는 뜻이다.  카풀 운행 문제를 전면에 세워 협상에서 기선을 제압하고 정부 지원을 더 받아내자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꼬여가는 데는 택시 업계 내부의 복잡한 사정도 한몫하고 있다. 무엇보다, 사용자들과 운전기사간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다.  택시 기사들은 정부가 제시한 월급제 시행, 사납금 폐지를 두손 들어 반기지만, 사주들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사납금을 없애고, 월급제를 시행하면 운전기사들을 통제할 수단을 상실해  공급과잉인 택시 시장에서 버틸 재간이 없다는게 사주들의 기본적인 시각이다.  사납금을 없애고, 월급제를 도입하려면 정부가 결국 재정지원을 할 수 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게 기사들을 비롯한 택시업계의 속내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9일 오후 6시3분께 서울 광화문역 2번 출구 인근에 있던 택시에서 불이 나 택시 조수석에 놓여있는 유류용기가 불에 타 았다. 분신을 시도한 60대 택시 기사 임 모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10일 새벽 끝내 숨졌다. . 2019.01.10. (사진 =독자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9일 오후 6시3분께 서울 광화문역 2번 출구 인근에 있던 택시에서 불이 나 택시 조수석에 놓여있는 유류용기가 불에 타 았다.분신을 시도한 60대 택시 기사 임 모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10일 새벽 끝내 숨졌다. . 2019.01.10. (사진 =독자 제공)[email protected]

택시업계의 이중적 성격도 상황을 복잡하게 한다. 택시는 버스와 달리,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 볼 수 없어  '이동권' 등을 근거로 정부가 국민 세금을 더 투입할 명분이 약하기 떄문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조차  국회에 출석한 김현미 장관을 상대로 사납금을 세금으로 지원할 수는 없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앞서 지난 2013년 초 택시업계 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택시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이러한 맥락으로 풀이할 수 있다. 

표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여야 정치권의 개입도 상황을 복잡하게 만드는 또 다른 변수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치권이)택시업계를 (지금처럼) 상대해주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문제가 꼬여버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택시업계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카드가 있어야 카풀을 메기삼아 택시 업계를 압박해 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는데, 정치권이 끼어들어 이러한 구도가 다 틀어졌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러한  갈등을 성장이 뒷걸음질하는 '수축사회'에서 드러나는 병리적 현상에 비유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전 사장은 신저 '수축사회'에서 구성원들이 가져갈 몫이 줄어드는 사회의 특징으로 원칙이 없는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구성원들이 멀리 보지 못하고 눈앞만 본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여당은 2월 임시국회 때 카풀 관련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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