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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훈민정음 해례본에 오자,ㄱ을ㆁ으로 정정해야 한다

등록 2019.01.15 06:01:00수정 2019.01.16 10: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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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훈민정음 해례편 1장 뒷면의 오자 ‘ㄱ’은 ‘ㆁ’으로 정정돼야 한다.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습을 본뜬 글자는 ‘ㆁ’이기 때문.

<사진1> 훈민정음 해례편 1장 뒷면의 오자 ‘ㄱ’은 ‘ㆁ’으로 정정돼야 한다.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습을 본뜬 글자는 ‘ㆁ’이기 때문.

【서울=뉴시스】 박대종의 ‘문화소통’

첨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본격 진입하고 있는 지금이지만, 아직도 우리에게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다. 된소리, 긴소리, 높고 낮은 소리 등을 자유자재로 표시할 수 있었던 훈민정음 40여 자(지금은 쓰지 않는 ㅺ, ㅳ 포함)는 창제 시엔 완벽한 보석이었으나, 지금은 많이 어그러지고 손상돼 바른 정렬과 연마를 요하는 원석 같은 존재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총 3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맨 앞 4장은 세종대왕 혼자서 작성한 ‘어제훈민정음(御製訓民正音)’ 부분이다.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29장 분량은 세종께서 1444년 1월에 신하들에게 보다 상세한 해석을 가하라는 명과 함께 건네준 뼈대본에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 등의 신하들이 살을 덧붙인 ‘훈민정음해례(訓民正音解例)’ 부분이다.

명을 받은 신하들은 33개월여가 지난 1446년 9월, 임금의 간략본에 좀 더 해설을 가한 글을 지어 보고했다. 그에 대해 실록에 나와 있는 것처럼 세종은 눈의 건강 상태가 지극히 좋지 않은 상태에서 검토를 하였을 것이다. 검수 시에 악화된 눈의 상태는 신하들의 글에 혹여 있을 수 있는 오자를 정밀히 잡아내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과연 신하들이 작성한 ‘훈민정음해례’ 부분에 정정을 요하는 대목이 보인다. <사진1>에서처럼, 해례편 1장 뒷면 중 어금닛소리 ‘ㄱ’에 대해 “牙音ㄱ, 象舌根閉喉之形(아음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떴다)”라고 설명한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수십 번도 넘게 들었을 그 말이 뭐가 이상하냐고? ㄱ에 대한 상형 설명은 1장 뒷면만이 아니라 4장 앞면에도 나오는데, 거기에는 “ㄱ과 ㅋ은 모두 牙(아)에서 그 글자꼴을 취했다”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ㄱ木之成質, ㅋ木之盛長, ㄲ木之老壯, 故至此乃皆取象於牙也.”

보다시피, 이 두 설명은 절대로 양립 불가능한 상호 모순 관계이다. 고로 둘 중 하나는 잘못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디가 문제인가? 우리말 아음(牙音)을 적는 글자로는 ㄱ, ㅋ, ㄲ 및 ㆁ이 있는데 네 글자 모두 발음을 해보면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소리이다. 물론 네 글자 모두 발음 시 어금니와도 관계가 있으므로 고인들이 어금닛소리로 분류한 것이다. 하지만 “혀뿌리가 목구멍(ㅇ)을 막는 모양”에 부합하는 글자체는 ㆁ이지 ㄱ이 될 수 없다. ㄱ의 글자꼴에는 동그란 목구멍이 보이지 않지만, ㆁ에는 목구멍이 그려져 있다. ㆁ에서 동그라미 위의 작은 수직선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음을 나타내는 지사(指事) 부호이다. 따라서 1장 뒷면의 ‘ㄱ’은 ‘ㆁ’으로 정정되어야 마땅하다.
<사진2> 훈민정음 해례본 4장 앞면의 설명처럼, 아음(牙音) ㄱ과 ㅋ은 모두 ‘牙(어금니 아)’의 금문에서 그 글자꼴을 취했다.

<사진2> 훈민정음 해례본 4장 앞면의 설명처럼, 아음(牙音) ㄱ과 ㅋ은 모두 ‘牙(어금니 아)’의 금문에서 그 글자꼴을 취했다.

2018년 12월18일자 뉴시스 “훈민정음은 자방한자가 아니라 자방고전” 및 12월25일자 “세종대왕, 은나라가 각별했을 것이다···왜? 훈민정음 중성의 자원, 고전과 고대사를 알아야” 편에서 설명한 것처럼 훈민정음 대부분의 글자들(ㄴ과 ㅇ은 제외)은 고전에서 그 모양을 본떴다. ㄱ자 또한 <사진2>에서와 같이 고전 ‘牙(아)’자에서 그 글자꼴을 취했다.

牙(어금니 아)에 대해 ‘설문해자’에서는 그림 없이 “위아래 어금니들이 서로 어긋맞은 모양을 본떴다”라고 설명하였다. 소전체 이전의 고대 금문 자형은 상하 어금니가 서로 어긋나게 맞물린 모습에서 간략하게 선을 취해 반시계방향으로 90도 좌회전시킨 모양이다. 세종께서는 실물이 아닌 금문의 자형 중, ㅋ자 모양의 어금니 하나만을 취해 각도와 길이 등을 새로 다듬어 아음 ‘ㄱ’을 창조하였으며, 가획 시에는 牙의 금문 자형을 고려하여 ㄱ 내부에 가로선을 더해 ‘ㅋ(쾌: 快)’라 하였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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