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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직은 머나먼 자율주행차의 100% 안전성

등록 2019.01.1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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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직은 머나먼 자율주행차의 100% 안전성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들이받는 사고가 세계 최대 IT 가전쇼인 CES에서 벌어지다니...참 어이도 없고, 무섭기도 하네요."

올해 CES 취재 현장에서 한 참가자가 전해준 말이다. 지난주 막을 내린 CES는 5G·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로봇 등이 우리의 삶에 미칠 마법같은 혁명을 예고했지만, 이처럼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 완성도가 부족한 첨단기술의 위험성도 함께 노출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러시아 로봇 제조사 프로모봇의 신형 휴머노이드 모델 v4는 지난 6일(현지시각) CES 전시부스로 이동하던 중 무리에서 이탈해 라스베이거스의 한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그때 마침 자율주행모드로 주행 중이던 테슬라 모델S는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채 그대로 충돌했고, 로봇은 당연히 크게 파손됐다.

로봇을 보고도 속도를 멈추지 않은 테슬라 자율주행차는 충돌 후에도 50m를 더 가서야 간신히 멈춰섰다. 로봇은 머리와 팔 부분이 심하게 파손돼 전시되지 못했다. 사람이었다면 끔찍한 사고가 났을 법한 상황이다.

한 글로벌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완벽한 자율주행시대가 도래한다면 충돌 가능성이 없는 점을 믿고 많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이용하겠지만, 이날 사고를 보다보면 과연 그런 날이 언제 올지는 잘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들은 이번 CES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강조하지 않았다. 아우디는 올해 CES에서 지난해와 달리 자율주행기술의 진전을 내세우지 않았고, 대부분의 완성차업체들은 자율주행기술 자체보다는 자율주행 이후의 사용자 경험에 중점을 둔 전시에 무게를 실었다. 완성차업체들이 '레벨3' 자율주행 상용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글로벌 자율주행차 기술은 현재 운전자가 주행하는 상황에서 시스템이 가·감속 등 특정주행모드를 맡는 '레벨2' 수준에서 시스템이 주행을 담당하고 운전자가 시스템에 적절히 개입하며 차량을 제어하는 '레벨3'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더욱 고도화돼 완전무결해진다면 자율주행차는 충돌 사고까지 막아 안전성을 더욱 높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와 같이 완벽한 기술개발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안전 문제는 영원한 숙제다.

실제 자율주행차로 인한 사망사고도 벌써 여러 차례다. 지난해 3월에는 미국 애리조나 템페에서 우버 자율주행차가 시범 주행을 하던 중 보행자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테슬라 모델X 역시 같은 달 자율주행 중 중앙분리대를 박아 운전자가 목숨을 잃었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형태의 위험을 가져온다. 편리함에 앞서 전제돼야 하는 점은 100% 안전성이란 점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 점에서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이 CES 현장에서 "언제까지 몇 단계의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고 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자율주행 기술의 혜택을 부담없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 데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세계 최초 완전자율주행차 개발이라는 타이틀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완결성을 담보하는 것이 자율주행차 제조사가 추구해야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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