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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협상전략 변화…가시화된 2차 북미 정상회담

등록 2019.01.16 11: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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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리스트 신고 없이 제재 완화 없다'에서

'선 미사일 폐기 후 핵폐기'로 순서 바꿔

【워싱턴DC=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았다는 친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으로부터 훌륭한 친서를 받았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01.03. 

【워싱턴DC=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받았다는 친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으로부터 훌륭한 친서를 받았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01.03. 


【서울=뉴시스】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주말 '인편으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김정은 위원장도 지난해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으로 일본 아사히 신문이 보도했었다.  16일(현지시간) 미 CNN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17일 워싱턴을 방문할 것이라고 보도해, 그 역시 김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마치 북미 정상간에 친서 교환이 연애편지 오가듯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북미 양국 정상이 친서를 주고 받는 가운데 북미 양측이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2차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는 고위급 실무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담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스티븐 비건 미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 모두 북한과 미국에서 핵협상을 실무적으로 총괄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수준'에서 비핵화에 합의했었다. 이후 양측은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회담을 준비했으나 제재 해제 문제를 둘러싼 의견 대립을 해소하지 못해 2차 정상회담 개최가 미뤄져 왔다. 완전한 핵리스트 신고가 있어야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인 미국과 풍계리 핵실험장 해체 등 선제적인 비핵화조치에 상응해 미국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북한이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북미간 의견대립은 지난해 11월 6일 실시된 미국 중간선거 직전에 열릴 예정이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간 고위급회담을 북한측이 일방적으로 취소함으로써 정점에 달했다. 당시 북한은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협상을 이어가기보다 관망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이 제재 문제에서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거듭 천명하는 가운데 협상을 재개해도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았을 것이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미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같은 경고는 미국이 신중하게 제재 완화를 검토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었다.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해 12월 19~22일 한국을 방문해 핵해결방안 등을 조율했고 이를 크리스마스 이브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는 방한 중에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방침을 밝히는 등 북한에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는 제스쳐를 취하기도 했다.

정작 미국이 제재 완화 문제에서 양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경고하고 나선 것은 시점상 미묘한 일이었다. 이를 의식한 듯 김위원장은 '새로운 길을 가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어색한 다중부정문을 사용하는 등 최대한 완곡하게 표현하려 애썼다. 이후 김위원장은 중국을 깜짝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갖고 중국의 지원을 구하는 외교적 행보를 취했다. '새로운 길'이 북한이 중국에 기우는 것임을 미국에 알리려는 행보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한미 양국은 김위원장을 달래기라도 하는 듯 핵해법에서 다소 양보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ICBM이나 IRBM(중거리 미사일)의 폐기라든지, 또는 그에 대한 생산라인의 폐기라든지, 또는 나아가서는 다른 핵단지들의 폐지라든지, 그런 것을 통해서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루어지고 그 다음에 그 상응조치에 따라서 신뢰가 깊어지면 그때는 전반적인 신고를 통해서 전체적인 비핵화를 해나가고 이런 식의 프로세스들이 가능하다"고 발언했다.

'핵리스트 신고 없이 제재 완화 없다'는 기존 미국 입장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내용이다. 그러나 문대통령의 발언은 이미 한미간에 조율이 끝난 상황에서 이뤄진 것임이 폼페이오 장관의 입을 통해 간접 확인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13일 북한과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공개하면서 '미국민의 안전이 협상의 목표'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이 발언은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차후 목표로 미루고 미국에 대한 공격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부터 제거하는 방식으로 협상 목표를 바꿨다는 관측을 낳았다.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협상(big deal)에서 미사일 폐기를 우선하는 소협상(small deal)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전략이 변했다는 것이다. 

이상의 과정을 정리하면 지난해 북미 고위급회담이 북한의 일방적 취소로 무산된 뒤 한미 양국이 '새로운 핵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했고 이것이 최종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경고 아닌 경고'를 발했고 한국과 미국이 북한을 달래기라도 하듯 새로운 협상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평양에 사람을 보내 김정은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이 주목된다. 전달자가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의 입장을 북한에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일 것으로 판단된다.

친서 전달을 위한 특사는 장관급 이상 고위직인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핵문제에 대한 미국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특사라면 폼페이오 장관이나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적절해 보인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중동을 순방 중이었으며 볼튼 보좌관도 지난 주말 미국에 머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또 친서 전달 사실을 보도한 미 CNN 방송은 전달 방식에 대해 '특사(special envoy)'로 표현하지 않고 '인편으로(by hand)'라고 표현해 고위급이 아님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친서를 전달한 사람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가시화되는 과정은 미국이 입장을 완화하는 과정이었다. 완화된 입장은 친서와 인편으로 북한에 충분히 설명됐을 것이다.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선희 북한 부상은 15일 베이징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스웨덴에 가서 얘기하죠"라고 말해 입장 표명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최부상이 비건 특별대표를 만나고 김영철 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방문하는 모습은 북한도 미국이 새로 제시한 협상안에 관심이 크다는 것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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