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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소중한 우리말, 독립운동 중의 독립운동...영화 '말모이'

등록 2019.01.18 16:18:45수정 2019.01.18 16:3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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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모이'

영화 '말모이'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연일 혹독한 추위에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기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역설적이게도 소중한 것을 잃어봐야 소중함을 느낀다.

'말모이'는 우리말의 소중함과 가치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다. 우리말을 모아 조선말 사전을 만들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옥고를 치른 '조선어학회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2017)의 각본을 쓴 엄유나(40)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유해진(49)·윤계상(41)·김홍파(57)·우현(55) 등이 출연했다.
왼쪽부터 유해진, 김홍파, 윤계상

왼쪽부터 유해진, 김홍파, 윤계상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이 극에 달한 1940년대 경성이 배경이다. 전국 각급 학교에서 우리말 사용·교육이 금지되고, 국어시간에는 일본어를 가르치고 배웠던 시기다. 엄 감독은 우리말을 과연 누가 어떻게 지켰는지, 평범한 사람들의 사연으로 눈을 돌렸다.

전과자에다가 까막눈인 '김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이야기다. 판수는 극장에서 해고된 뒤 아들 학비 때문에 정환의 가방을 훔치다가 실패한다. 정환은 판수를 탐탁지 않게 여기지만, 감옥소 동기인 조선어학회 어른 '조갑윤'(김홍파)은 판수를 도와준다. 그 덕에 조선어학회에 사환으로 취직한 판수는 사십 평생 처음으로 한글을 배운다. 글을 읽으면서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을 뜬다.
[리뷰]소중한 우리말, 독립운동 중의 독립운동...영화 '말모이'

당시 조선어학회는 주시경 선생이 남긴 원고를 기초로 사전을 만들기 위해 힘썼다. 한글책을 파는 책방을 운영하며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말모이'를 이어간다. 진심을 다해 말모이에 동참하는 판수의 모습에 정환도 마음을 연다. 판수·정환을 주축으로 말모이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싶었지만, 일제의 감시와 압박으로 위기를 맞는다.

어린 학생들부터 지식인들까지, 일제에 맞서 우리말을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애처롭다 못해 처연하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독립운동의 또다른 면을 보여준다.
[리뷰]소중한 우리말, 독립운동 중의 독립운동...영화 '말모이'

판수는 우리말이 왜 소중한지 몰랐던 사람이다. 난생 처음 한글을 배운 그가 조선어학회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변화하는 과정은 감동적이다.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함이 있다. 이야기 전개는 평이하지만 시대의 아픔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크다'는 대사가 더욱 절절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국무총리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낙연 총리는 17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한글단체 '우리말 가꿈이'와 함께 이 작품을 관람했다.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선구자들의 노력에 감동했다"며 "역사적 사실 몇 가지를 얽어 놓고 나머지는 픽션으로 꾸몄는데 감동을 준다. 아주 잘 만든 영화"라고 봤다. "사전을 가진 언어가 20개 밖에 없다는 것을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 대단히 놀랍다. 그것도 나라를 빼앗겼을 때 사전이 나왔다는 것이 굉장히 역설적인 것 같다."
[리뷰]소중한 우리말, 독립운동 중의 독립운동...영화 '말모이'

지금은 당연하게 쓰고 있는 우리말이 많은 사람들의 희생의 대가였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묵직한 감동을 안기는 교육적인 영화다.

엄 감독은 "감시와 탄압이 극악했던 일제 강점기에 무려 13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 말과 글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조선어학회가 완성한 우리말 사전 원고에는 전국 각지에서 우리 말과 글을 모아서 보내온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우리말과 글이 금지되었던 때, 불가능할 것만 같던 우리말 사전을 완성하기 위해, 각자가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느꼈던 감동을 온전히 영화에 담고 싶었다." 135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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