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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특공대·물대포·화염병·6명사망…남일당은 전쟁터였다

등록 2019.01.2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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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세입자들 생계대책 요구하며 저항

최후 수단 남일당 건물에 망루 만들어

경찰, 화염병 투척 전 특공대 투입 결정

물대포와 화염병 주고 받다 결국 화재

철거민 5명, 경찰 1명 주검으로 발견돼

경찰 안전 조치 미흡, 여론 조작 드러나

【서울=뉴시스】지난 2009년 1월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재개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강로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 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시위대가 옥상에 설치한 망루가 불에 타고 있다.한 농성 철거민이 안에 사람이 있다며 불타는 망루를 가리키고 있다. 뉴시스DB

【서울=뉴시스】지난 2009년 1월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재개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강로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 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시위대가 옥상에 설치한 망루가 불에 타고 있다.한 농성 철거민이 안에 사람이 있다며 불타는 망루를 가리키고 있다. 뉴시스DB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6명(철거민 5명·경찰 1명)의 생명을 앗아간 용산참사가 20일로 10주기를 맞았다.

'용산참사'는 경찰이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구 재개발구역에서 생계 대책을 요구하며 옥상에서 농성을 벌이던 상가 세입자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백화점식 재개발이 성황이던 당시 상가 세입자들은 권리금과 시설투자비에 못 미치는 휴업보상금으론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저항했다. 서울시가 발간한 '2017용산참사 백서'에 따르면 문제가 된 용산4구역은 2년 만에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됐다. 재개발사업에 평균 39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백서를 보면 참사로 사망한 양회성씨는 초기 시설투자 비용으로 약 1억9000만원을 썼지만 6100만원을 보상액으로 제시받았다. 이상림씨도 업종 전환을 위한 인테리어에 1억8000만원을 투자했지만 보상액은 1억300만원으로 정해졌다.

강제퇴거에 내몰린 이들은 남일당 건물 옥상에 쇠파이프로 4층짜리 망루를 만들고 그 안에서 지내는 '망루농성'을 최후 수단으로 택했다. 농성 장소로는 한강로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 옥상이 확정됐다.

망루를 설치할 때부터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농성자들은 화염병을 던지는 등 상황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농성자들이 망루에 오른 지 하루 만인 1월20일 오전 6시30분 경찰이 진압에 돌입했다. 특히 테러 진압을 주요 임무로 맡는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가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최종 승인하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투입됐다. 1심 판결문을 보면 경찰은 화염병이 최초로 투척 되기 전인 19일 오전 8시20분에 이미 특공대 투입을 결정했다.
【서울=뉴시스】지난 2009년 1월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재개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강로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 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시위대가 옥상에 설치한 망루가 불에 타고 있다. 뉴시스DB

【서울=뉴시스】지난 2009년 1월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재개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강로 재개발지역의 한 건물 옥상에서 경찰의 강제 진압이 진행된 가운데 시위대가 옥상에 설치한 망루가 불에 타고 있다. 뉴시스DB

이후 화재 원인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지만 재판부는 "농성자들이 불붙은 화염병을 던져 3층 계단 부근에 뿌려진 (인화물질) 세녹스에 불이 붙어 화재가 발생했다"고 봤다. 세녹스는 휘발유와 유사한 물질이다.

오전 7시20분께 망루에서 일어난 불길이 전체로 번지자 농성자들이 세녹스 통을 밖으로 버렸고 이 중 일부가 건물 옥상 바닥에 떨어지면서 폭발했다. 망루 1층에 있던 LPG통으로 불길이 옮겨 붙자 순식간에 대형화재로 번졌다. 기름이 섞여 물만으로는 진압이 불가능했지만 현장에 유화제(액체를 섞이게 하는 물질)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철거민 이상림, 양회성, 한대성, 윤용헌, 이성수씨와 특공대원 김남훈 경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진압에 나선 이유에 대해 "시위대가 화염병, 새총, 골프공을 무차별 투척하는 등 테러라고 할 만큼 과격한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철거민의 농성 하루 만에 벌어진 대대적인 진압 작전으로 희생자 6명이 발생하자 사회적 파장이 컸다.

서울중앙지검은 1월20일 정병두 전 검사장(당시 1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서울=뉴시스】지난 2009년 1월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재개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한강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살수차와 특공대를 동원해 진압 작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DB

【서울=뉴시스】지난 2009년 1월20일 새벽 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재개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한강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살수차와 특공대를 동원해 진압 작전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DB

검찰은 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이충연씨를 구속했다. 국가 권력에 부상과 부친상을 당한 이씨에게 가혹한 조치라는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검찰은 김 청장 등 경찰은 전원 불기소 처분하고 철거민만 재판에 넘겼다.

수사를 지휘한 당시 중앙지검장과 서울경찰청장은 이후 각각 조직 수장 자리인 검찰총장, 경찰청장에 내정됐지만 모두 내정자 신분에서 자진사퇴로 끝났다.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천성관 지검장은 기업 스폰과 고가 아파트 구입자금 출처 의혹 등이 불거지자 사퇴했다. 김 청장도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며 2월 내정자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고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는 용산참사를 재조사했다.

조사 결과 300t급 크레인 2대와 에어매트 3개, 소방차 6대 등이 필요하다고 했던 계획과 달리 100t 크레인 1대, 일반 소방차 2대만 배치되는 등 경찰의 안전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류화재 진압에 유용한 화학 소방차는 아예 없었다.

당시 경찰특공대 제대장이 "작전이 불가능하니 연기하자"고 건의했지만 서울청 경비계장은 "겁먹어서 못 올라가는 것이냐"며 거절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서울=뉴시스】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009년 1월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 한 건물에서 재개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밤샘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이들에 대한 강제 진압에 나서자 옥상에서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저항하고 있다. 뉴시스DB

【서울=뉴시스】서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009년 1월20일 새벽 서울 용산구 한강로 한 건물에서 재개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밤샘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이들에 대한 강제 진압에 나서자 옥상에서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며 저항하고 있다. 뉴시스DB

경찰의 여론 조작 시도도 드러났다. 경찰은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에게 1일 5건 이상의 반박글을 올리고 각종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지시했다. 경찰 내부 문건으로 확인된 바로는 24일 게시물과 댓글 약 740건, 여론조사와 투표 참여는 590여건이 이뤄졌다.

또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을 언론에 적극 알려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고 한 정황도 확인됐다.

144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용산참사 10주기 범국민추모위원회(추모위)'는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용산참사 조사가 외압으로 중단됐다며 청와대가 나서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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