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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세상 번뇌 시름 잊고 '극한직업'에서 살리라

등록 2019.01.20 0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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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극한직업'

영화 '극한직업'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쉬운 직업은 없다. 보이는 것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저마다 나름의 고충이 있게 마련이다.

'극한직업'은 경찰관의 고충·애로를 짐작할 수 있는 영화다. 범인을 잡으려고 온갖 위험을 감수한 채 분투한다. 여기에서 그쳤다면 경찰을 소재로 한 여느 영화·드라마와 다를 것이 없었을 것이다.

영화 '스물'(2014) '바람 바람 바람'(2018) 등을 연출한 이병헌(39) 감독은 달랐다. 직업적 고충과 삶의 애환마저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전작에서 보여준 재기발랄한 연출과 찰진 대사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B급 유머와 상황 개그가 쉴 새 없이 웃음보를 자극한다.
왼쪽부터 이하늬, 공명, 진선규, 류승룡, 이동휘

왼쪽부터 이하늬, 공명, 진선규, 류승룡, 이동휘

류승룡

류승룡

이하늬

이하늬

진선규

진선규

마약반원 5인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류승룡(49)·이하늬(36)·진선규(42)·이동휘(34)·공명(25) 등이 출연한다.

'고 반장'(류승룡)은 마약반의 만년 반장이다. 언제나 목숨을 걸고 수사하지만 실적은 바닥이다. 직장에서는 서장, 집에서는 아내에게 깨지기 일쑤다. 급기야 마약반은 해체 위기에 처하고,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고 반장은 국제 범죄조직의 국내 마약 밀반입 정황을 포착하고, '장 형사'(이하늬)·'마 형사'(진선규)·'영호'(이동휘)·'재훈'(공명)과 함께 잠복 수사에 나선다. 24시간 감시를 위해 범죄조직의 아지트 앞에 치킨집을 위장 창업한다. 이를 위해 고 반장은 퇴직금까지 쏟아부었다. 범죄조직 추적에 몰두했고 치킨 장사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마 형사가 만들어낸 치킨이 대박을 터뜨린다.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낮에는 치킨장사, 밤에는 잠복근무로 눈코 뜰 새가 없다. 마약범죄조직을 소탕해야 하는데 치킨 장사로 너무 바쁘다. 매일 손님들이 장사진을 친다. 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웃음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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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뒤에 뭉클함이 있다. 마약반원들은 형사와 소상공인을 오가며 직업적 소명을 잃지 않는다. 고 반장은 벼랑 끝에 선 '소시민 가장'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경찰을 그만 두면 당장 먹고 사는 일이 문제다. 가족을 돌봐야 하고 팀원들도 챙겨야 한다.

고 반장을 맡은 류승룡은 진가를 입증했다. 중년남성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지점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를 선보이며 극을 이끌었다. 코믹 연기도 압권이다.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2017)로 제38회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진선규도 제 몫을 해냈다. 살벌하게 무서운 조폭에서 웃기는 형사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이하늬와 이동휘도 캐릭터에 제대로 녹아들었다. 처음 상업영화에 도전한 공명은 제법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리뷰]세상 번뇌 시름 잊고 '극한직업'에서 살리라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그저 웃기지만은 않는다는 데 있다. 예측불허의 상황과 촌철살인의 대사 속에 현실을 파고드는 풍자가 있다. 우리 삶과 직업인의 세계도 찬찬히 돌아보게 만든다. 꽤나 보수적인 경찰 조직, 전쟁터 같은 조직생활, 자영업자의 애환이 그려진다.
 
치킨업계는 포화상태다. '한집 건너 한집은 치킨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은퇴한 많은 사람들이 '제2의 직업'으로 치킨집이나 카페, 편의점 등과 같은 자영업을 택한다. 

공무원은 오래 전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어온 직업 중 하나다. 경찰은 국가공무원 중 특정직 공무원으로 분류돼있으며 정년이 보장된다. 하지만 사명감이 없으면 힘든 직업이다. 육체노동자이면서 감정노동자인 측면이 있다. 범인 검거만 주업무가 아니다. 주취자를 안전하게 귀가시킬 의무가 있다. 교통 안전, 불법 집회와 시위 진압 등 시민의 안전에도 힘써야 한다.

우리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겪어본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삶의 무게들이 있다. 영화는 그 역할을 대신해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유머는 아픔도 치유할 수 있다. 삶이 힘겹게 느껴질 때, 그저 아무 생각없이 웃고 싶을 때 보면 딱 좋을 영화다. 23일 개봉, 111분, 15세 관람가
[리뷰]세상 번뇌 시름 잊고 '극한직업'에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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