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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FVD·제재유지 반복했지만…"오히려 '스몰 딜' 가능성"

등록 2019.01.20 10: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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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대변인 "FFVD 볼 때까지 제재와 압박 지속"

FFVD, 사실상 장기적인 과제…원론 수준 발언 해석

스몰 딜 협상 가능성…국내 정치 염두한 발언 관측

북미 시간표 2020년에…얼마만큼 좁히느냐가 관건

상호 '행동 대 행동' 이행 가능한 의제에 집중될 듯

고위급 회담서 곧바로 실무회담으로…속도전 의지

서로 비핵화 이행과 상응조치 카드 내놓고 맞출 듯

"과도하게 많거나 세부적이면 합의와 이행 힘들어"

【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듀폰서클호텔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왼쪽)과 회담에 앞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2019.01.19.

【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듀폰서클호텔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왼쪽)과 회담에 앞서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다. 오른쪽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2019.01.19.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양측이 상호 '행동 대 행동'으로 갈 수 있는 진전된 의제를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이행 가능한 방안을 두고 북미가 한 달 여라는 짧은 시간 동안 어디까지 조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북미 정상회담을 2월 말에 개최하고 장소는 추후에 발표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들의 회동을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러면서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를 볼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한쪽에서는 백악관이 FFVD와 제재·압박 유지를 밝힘으로써 미국의 선(先)비핵화-후(後) 제재완화 원칙을 확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FFVD가 미국의 최종적인 원칙인 것은 맞지만, 사실상 국무부가 가지고 있는 시간표에서는 '장기적인 과제'라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해부터 이미 비핵화가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샌더스 대변인의 FFVD에 대한 언급은 기존의 입장을 확인한 것은 맞지만, 미국 국내 정치 상황 등을 고려해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해석이 된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확답은 받았으나, 미 조야의 최대 관심사였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공동성명 문안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북미 대화에 회의적 시각이 쏟아졌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전문위원은 샌더스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역으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스몰 딜'(small deal) 가능성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FFVD와 제재압박을 언급하지 않으면) 당연히 국내 비난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 전 수석전문위원은 그러면서 "실제는 스몰 딜이라고 하더라도 원래 목표를 확인하지 않고 해버리면 엄청난 비난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차원의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오히려 이번 협상은 2020년에 맞춰진 양측의 정치적 시간표에 따라 '행동 대 행동'이 가능한 의제에 집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내년에 트럼프 대통령은 또다시 대선을 치러야 하고, 김 위원장은 당 창건 75주년인 동시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를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를 위한 업적을, 김 위원장은 경제발전의 실질적 성과를 올해 안에 만들어서 동력을 이어가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서울=뉴시스】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출처=NHK 화면 캡처> 2019.01.15

【서울=뉴시스】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사진출처=NHK 화면 캡처> 2019.01.15

이번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비핵화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비건 특별대표는 김 부위원장을 만난 직후 북한 측 대표인 최선희 외무성 부상과 만나기 위해 스톡홀름으로 자리를 옮겼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위급 회담이 있고 실무회담이 이렇게 바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속도를 양측이 모두 다 내려고 하고 있다라는 게, 그 일정만으로도 우리가 읽을 수 있다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무협상에서는 이행이 가능한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상응조치를 두고 양측이 각자가 카드를 내놓고 그림을 맞춰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밝힌 영변 핵시설 폐기,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 외에 평양 산음동 미사일 공장 폐기 등 미국이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증거가 될 만한 추가적인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다.

미국도 대북제재 유예 차원의 예외 조치 외에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조건 없는 정상화가 가능하도록 일부 남북 경협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를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경협에 대한 구체적인 안건이 언급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지만, 협상 과정에서 이 같은 카드를 제시함으로써 미국도 북한에 대해 진정성을 강조할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과도하게 많은 양, 과도하게 세부적인 것은 합의하기가 힘들고, 합의했을 때 갖는 이행 부담감이 존재한다"며 "실현 가능한 수준에서 합의점을 잡아냄으로써 이행력을 담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회담장에서 북한 김정은(왼쪽) 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회담에 앞서 세기의 악수를 하기 위해 걸어오며 손을 내밀고 있다. 2018.06.12.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 회담장에서 북한 김정은(왼쪽) 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회담에 앞서 세기의 악수를 하기 위해 걸어오며 손을 내밀고 있다. 2018.06.12. (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email protected]

한편 미국은 지난해 11월 김 부위원장의 방미 무산을 의식한 듯 대대적인 발표를 하지 않고 조용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한쪽에서는 이를 아직 조율되지 않은 실무협상을 고려한 행보로도 풀이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 방미에서 폼페이오 장관 50분과 트럼프 대통령과는 90분간을 면담했다. 순차통역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대화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도 미국 측의 입장을 설명하는 수준에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양측의 간극을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 일행은 19일 오후 12시40분 쯤 숙소인 듀폰서클호텔을 출발했다. 김 부위원장은 워싱턴 인근 덜레스 공항에서 오후 3시 쯤(한국시간 20일 오전 5시)베이징 직항편을 타고 귀국 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의 공식 매체들도 김 부위원장의 이번 방미와 2월 말 열릴 것으로 보이는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북미 고위급 외교관들이 2차 북미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비건 대표와 최 부상도 곧 이곳에서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우리 측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북미 실무협상장인 스톡홀름으로 향하면서 북미뿐만 아니라 남북, 남북미 연쇄회동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 양측은 이 회담 후 조속히 만남을 갖고 회담 결과를 신속히 공유하는 한편, 향후 추진방향을 조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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