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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청계천 재개발 중단…서울시청 앞 치열한 찬반집회

등록 2019.01.23 15: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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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반대, 기술장인 터전 뺏는다 주장

재개발 찬성, 박원순 서울시장 사퇴 요구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서울시가 23일 을지로·청계천 재개발 지구 내 오래된 가게와 공구상가를 보존하기 위해 재개발사업 잠정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이를 놓고 서울시청 앞에서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이날 오후 1시께 열린 재개발 반대 집회에는 을지로·청계천에서 짧게는 30년간 길게는 60년에 걸쳐 일해온 업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60년간 일해온 김모씨는 "청계천 공구상가를 때려 부수는 것은 쉬운데 우리 기술은 어떻게 할 것이냐. 세계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이런 거리를 없애고 나면 사람 힘으로는 다시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청계천·을지로 장인들과 상인들의 살아있는 역사를 보존하라' 집회에서 을지로 상인 김학률씨가 발언하고 있다. 2019.01.23.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이윤청 수습기자 =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청계천·을지로 장인들과 상인들의 살아있는 역사를 보존하라' 집회에서 을지로 상인 김학률씨가 발언하고 있다. 2019.01.23. [email protected]

40년째 일해왔다는 김모씨는 "삶의 때가 묻은 이곳이 철거되고 재개발된다는 소식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며 "재개발이란 명분으로 30년, 40년, 50년 된 분들이 길바닥에 나앉는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40여년째 업체를 운영 중인 이모씨는 "우리가 없어지면 종로 액세서리 부품, 퇴계로 인쇄, 동대문 의류 등 이런 업종이 없어진다. 서울 중간에 아무 의미 없어 보일지 몰라도 이곳은 큰 시장"이라며 "가내공업식이지만 서울시 중심에서 건축자재 등을 공급하면서 먹고 살았다. 우리를 지켜 달라"고 말했다.

20대 초반부터 35년간 청계천에서 일했다는 심모씨는 "한국 현대산업의 근간인 청계천이 사라진다고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며 "청계천에서 계속 일할 수 있게 박원순 시장님께 부탁드린다. 저는 여기를 떠나서는 일을 할 수 없고 살 수도 없다. 아직 일할 나이다. 더 일을 하게 해 달라. 제발 부탁이다"라고 말했다.

32년차인 조모씨는 "세운상가에서 창업한 젊은이들이 작품 제작 때 정밀가공기구를 필요로 한다. 젊은 공학도들과 소통하는 청계천 정밀가공단지를 분산시키면 과학기술 발전에 저해요소가 된다"며 "30년에서 60년까지 되는 장인들이 있는 청계천 정밀가공단지를 없애면 국가적으로도 많은 손실이 된다. 정밀가공지구가 청계천에 남아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아들과 함께 일하는 황모씨는 "좋은 일이라 생각해 아들에게도 일을 가르치려 했는데 막상 이런 일이 닥치니 마음이 공허해지고 하루 일과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겠다"며 "금속 장인들이 없어지면 대한민국에 큰 악재가 된다. 장인이 없어지면 나라 발전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집회장소로부터 30여m 떨어진 곳에서는 재개발을 찬성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재개발 잠정중단을 선언한 박원순 시장을 비난하며 재개발 재개를 촉구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세운3구역 토지주연합 영세토지주들이 2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시장의 을지로 재개발 전면 재검토에 항의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2019.01.23.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세운3구역 토지주연합 영세토지주들이 2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시장의 을지로 재개발 전면 재검토에 항의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2019.01.23. [email protected]

참가자들은 '서울시 정책혼선 누구 위한 행정이냐, 서울시장은 사퇴하라', '갑부점포 을지면옥 옹호하는 서울시장 각성하라', '재정비 촉진지구 재검토 웬 말이냐, 영세토지주도 보호하라', '영업점만 주민이냐 토지주도 주민이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박 시장에게 보내는 탄원서에서 "서울시가 이미 이 구역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한 후 재정비촉진계획까지 고시하고, 이에 따라 건축심의 및 사업시행인가 절차까지 마쳐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사업을 이제 와서 전면 재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서울시장은 '을지면옥'을 예로 들며 노포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재설계를 하겠다고 하지만 을지면옥의 지주(이병철) 일가는 세운3-2구역 내 136.7평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대지주이자 재산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갑부"라며 "2007년경부터 다른 지주들과 함께 대의원회를 구성해 본인이 직접 정비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을지면옥 지주는 을지면옥을 철거해 새롭게 재개발하는 정비사업에 2014년경 이미 동의했음에도 대로변이 아닌 안 블록에 위치해 평당 4000만~5000만원에 불과한 보유 토지에 대해 그 4배를 훨씬 넘는 토지대(273억, 평당 2억원)를 요구했다"며 "다른 지주들이 그만큼 더 손해를 보는 문제로 반대에 직면하자 을지면옥은 갑자기 개발 반대를 주장하며 동의를 철회한 후 사업시행인가 무효소송을 진행한 장본인으로 결국 숨은 속셈은 토지대를 많이 받고자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이미 이 사업을 위해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토지수용, 영업보상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입됐는바, 만약 서울시가 이 구역 재개발사업의 추진을 지연시키는 등 제한할 경우 탄원인들로서는 사업지연으로 인해 늘어나는 천문학적인 금융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만약 서울시가 재산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갑부 점포인 을지면옥 등의 보전을 빌미로 끝내 기존 입장을 고수해 지주들을 자살할 수밖에 없도록 벼랑 끝으로 내몰 경우, 탄원인들은 집회 및 시위 등 집단행동은 물론 서울시에서 집단 할복자살까지 불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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