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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미래 사회 대비를 위한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

등록 2019.01.25 10: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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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사진=국회 미래연구원 제공)

【서울=뉴시스】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사진=국회 미래연구원 제공)

【서울=뉴시스】최근 광고나 영화를 보면 미래 우리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를 통해 개인의 기호와 생활 패턴에 맞춰 정보가 제공되고 인간은 음성이나 동작만으로 가전기기를 작동시킨다. 냉장고 문을 열지 않아도 냉장고가 스스로 그 안에 있는 음식들의 재고와 유통기한을 확인해주며 명령을 내리면 부족한 식품들을 알아서 주문해준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운전자가 잠들어도 미리 저장해놓은 일정에 맞게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며 인간이 직접 하기 힘든 일은 로봇이 대신해 주는,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해 편리함이 극대화된 삶이 대부분 그려지고 있다.

우리가 상상하는 이러한 미래의 모습이 현실이 되기 위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바로 풍부한 에너지다. AI,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기술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200억대 수준의 IoT 기기 수가 2025년에는 700억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IHS Markit), 2017년 100만대를 넘어선 전기차 시장은 2030년 3000만대로(Bloomberg), 자율주행·AI 자동차 시장은 2040년 4412만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후지키메라총연).

대부분 전기로 작동하는 이러한 기기·시스템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에너지 증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또한 데이터의 수집·분석에 기반을 두고 있는 미래 기술들의 확산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모이는 데이터센터 수 또한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도 연평균 약 6000만㎾h의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의 증가는 막대한 에너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가 그리는 미래 모습은 풍부한 에너지 공급이 전제되지 않는 한 실현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사실 에너지는 인류의 사회적·경제적 변혁을 이끌어온 원동력이었다. 1차 산업혁명 당시 석탄이 증기기관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면서 기계화가 시작됐고 2차 산업혁명에서는 석유에너지를 통해 전기동력을 얻게 되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3차 산업혁명에서는 신재생에너지가 등장하고 정보통신 기술을 통해 자동화 생산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우리가 대비해야 할 4차 산업혁명은 기존 에너지원과 연관된 신기술들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기존의 산업혁명들과는 달리 새로운 에너지원의 등장을 전제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그 흐름에 편승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에너지 전략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간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은 급성장하는 경제 규모에 맞춰 팽창하는 수요를 충족할 에너지 공급의 양적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에너지 자원이 거의 전무하여 95% 이상의 에너지원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기적 전략을 수립하기보다는 국제 유가 변동, 국제 정세 등 현안에 잘 대응해 에너지 수급 안정성 확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에너지 공급 수단이 다양해지고 경제 성장뿐 아니라 사회의 패러다임 변화와 기후·환경·안전 이슈가 중요해진 지금은 에너지 생산과 수요관리의 균형, 에너지원의 경제성과 기후·환경적 영향, 안전성과 편리성, 사회적 수용성, 기술 수준 등 고려 요인이 복잡해졌다.

더 이상 소수의 정책 결정권자 의견만으로 에너지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과학적 분석과 예측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 선택과 그 선택에 대한 장기적인 추진 동력이 필요해진 이유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정책의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효과 분석·예측을 위한 데이터와 분석방법론이 구축돼야 하고 이 분석결과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과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한 정책 추진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과학적 근거 없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혹은 사회적·정치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정책 방향을 바꾼 결과의 참담함은 이미 많이 겪어 왔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책구호로 자원강국으로의 비전을 제시하며 해외 자원개발에 수십조원을 투자하던 정부는 기존 투자의 문제점이 발견됨에 따라 관련 정책을 전면 중단하여 실제 자원개발이 필요한 분야에서조차도 정책이 재개될 여지가 보이지 않아 자원 산업은 한없이 침체돼 있다.

최근 다시 각광을 받고 있는 수소 산업도 2000년대 초반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국내 기업이 세계 최초 수소자동차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이후 지원이 축소되고 인프라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아 이미 다른 나라보다 뒤처진 상황이다.

2015년 수소사회 원년을 선포하고 2030년 수소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일본은 80년대부터 자국 내 연구소, 기업들과 협업해 수소·연료전지 기술개발을 위해 꾸준히 지원해 왔으며, 수소자동차 상용화는 한국보다 뒤늦게 성공했지만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어 이제는 우리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

미래 사회로의 변화가 눈앞에 다가온 만큼 더 이상 이러한 시행착오를 반복할 여유는 없다. 이제는 우리도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긴 호흡을 가지고 과학적 증거에 기반을 둔 정책을 펼쳐야 할 때이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카이스트 물리학 박사
전 LG화학 기술연구원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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