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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문, 기타리스트들의 명의···그런데 청구액은 1만~3만원

등록 2019.02.07 0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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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수리 마친 기타 소리를 확인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수리 마친 기타 소리를 확인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형님 이거 한 번 봐줘요. 이게 왜 안 풀리지?” 

서울 낙원상가, 한 평(3.3㎡) 남짓한 공간에 ‘세영악기’라는 간판을 걸고 30여년째 기타를 수리하는 터줏대감 이세문(62) 씨에게 앞가게 주인이 기타를 들고 와 도움을 청한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나는 프라이어로 풀지. 여기(울림구멍)다가 손을 슥 넣으면 돼.”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잠깐 만져 본 이 대표는 “그런데, 이거 본드 발랐구만. 헛도는걸 보니”라고 즉답을 해준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씨는 1988년 상경해 기타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고장난 기타를 고치거나 픽업, 즉 악기의 진동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부품을 교체한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형님이 기타공장을 했어요. 공장 일을 도우며 기타를 만들다가 수리를 하게 됐지요.”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못 고치는 기타가 없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가수 김종서,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 부활 김태원, 작곡가 겸 교수 손무현, 대한민국 록의 대부 신중현, 베이시스트 이태윤, 신촌블루스 엄인호 등 유명인들도 그에게 기타를 맡겼다. 김태원은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자신 만의 소리를 찾기 위해 이씨를 많이 찾는다. 김종서도 부속을 교체하러 그에게 온다. 고맙게도 이들이 또 다른 음악인들에게 이씨를 소개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부산에서 막 결혼하고 신혼여행을 가야하는 사람이 기타를 고쳐달라며 서울로 자신을 찾아 온 일이 기억에 남는다. 기타 수리점마다 1주 걸린다, 2주 걸린다 하는데 이 신랑은 기타로 일하는 사람이어서 빨리 고쳐야 해 급히 낙원상가까지 달려왔다고 한다. 이 사연이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되면서 방송사에서 자꾸 연락이 온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수리하는 기타의 트레몰로암.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수리하는 기타의 트레몰로암. [email protected]

포항에 기타과가 있는 대학이 강의도 제의해 왔지만, 바빠서 못했다. 단골손님들이 계속 찾아오니 일요일만 빼고 문을 열어야 한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이세문 세영악기 대표가 기타를 수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세문 대표와 마주하고 있는 시간에도 20년 단골이라는 뮤지션, 8년 단골이 기타를 들고 왔다. 한 명이 석 대를 맡긴 적도 있다. 되살아난 기타를 찾아가는 이들에게 “이건 1만원, 이건 2만원만 줘” 한다. 

뜻밖에도 너무 헐값이다. “그렇게 욕심은 없어요”란다. 기타 한 대 고치는 데 1만~3만원씩 받는다. 그 돈조차 없는 학생에게는 거저 고쳐주기도 한다. 돈 없어서 외상하겠다는 이는 “잘 쓰세요”하고 그냥 보내기도 했다. “나야 없으면 없는대로 살면 되니까.”

손톱은 다 깨지고, 손가락은 거북 등짝처럼 갈라졌다. 30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손 끝에 남았다. 

“제가 특별히 배운 게 없고 이 기술밖에 없는데···. 일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재능을 기부한다는 생각으로하면 어려운 기타리스트들도 도울 수 있고. 건강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할겁니다. 오래오래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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