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리뷰]뻔한 경찰물 아니다, 과감한 변주···카체이싱 영화 '뺑반'

등록 2019.02.05 07:05: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영화 '뺑반'

영화 '뺑반'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뺑소니'는 교통사고 후에 도주하는 행위다.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극악무도한 범죄다. 경찰청의 '2018 교통사고통계'에 따르면 2017년 뺑소니 사고는 7880건이다. 사망자는 150명, 부상자는 1만1429명이다. 검거율은 97%에 달한다.

 '뺑반'은 통제불능 스피드광 사업가를 쫓는 뺑소니 사고조사반 경찰의 활약상을 담은 카체이싱 액션영화다. 사고를 일으키고 달아난 가해자를 추적하는 경찰관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뺑반'은 뺑소니 사건만을 다루는 경찰 특수조직인 '뺑소니 전담반'을 줄여 일컫는 말이다. 한국영화에서 본격적으로 처음 다뤄지는 소재다. '차이나타운'(2015)으로 장편 상업영화에 데뷔한 한준희(35)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 감독은 "관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경찰 내 '뺑반'이라는 소재를 익숙한 범죄액션 장르의 틀 안에서 변주해가며 흥미롭게 그려냈고 싶었다"고 했다. 이 말처럼 단순하고 뻔한 이야기로 귀결되지 않는다. 전작의 색채마저 지운 채 자신의 스타일을 마음껏 뽐냈다. 경찰이 등장하는 기존의 영화와 접근 방식이 다르다. 예상치 못한 반전과 복선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공효진

공효진

류준열

류준열

조정석

조정석

염정아

염정아

'은시연'(공효진)은 경찰 최고 엘리트 조직인 내사과 소속 경위다. 시연은 조직에서 유일하게 믿고 따르는 '윤 과장'(염정아)과 함께 FI 레이서 출신 사업가 '정재철'(조정석)을 잡기 위해 수사망을 조여간다. 하지만 무리한 강압수사를 벌였다는 오명을 쓰고 뺑소니 전담반으로 좌천된다.

팀원은 고작 2명이다. 경찰대 수석 출신인 만삭의 리더 '우 계장'(전혜진)과 차에 대한 천부적 감각을 지닌 에이스 순경 '서민재'(류준열)다. 뺑반은 매뉴얼이나 보고없이 수사하지만, 뺑소니범을 잡는 실력이 뛰어나다.

시연은 수사 중인 뺑소니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가 재철임을 알게 된다. 재철은 불법 레이싱을 즐기는 스피드광이다. 탈세·횡령·뇌물상납 등 각종 범죄에 연루되어 있지만, 온갖 방법을 동원해 법망을 교묘히 피해간다.

시연은 재철을 잡는 데 모든 것을 건다. 서민재, 우 계장을 비롯해 비공식 전문가들이 가세해 팀플레이가 펼쳐진다. 스키드 마크, 범퍼 조각, CCTV 영상 등 작은 증거 하나 놓치지 않는 치밀함과 집요함으로 사건을 추적한다.
[리뷰]뻔한 경찰물 아니다, 과감한 변주···카체이싱 영화 '뺑반'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 액션이 볼거리다. 영화 속 주인공은 본분을 충실히 이행하려는 경찰관들과 법을 우습게 보는 범법자다. 아슬아슬한 곡예 운전, 격렬한 추격신에 각 인물의 감정이 묻어난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조정석(39)의 연기가 가장 눈에 띈다. 광기어린 눈빛과 표정으로 강렬한 매력을 발산했다. 류준열(33)은 조정석과 카체이싱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제몫을 다했다. JTBC 금토극 'SKY 캐슬'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염정아(47)는 진가를 또 한 번 증명해냈다. 분명한 목표의식과 차가운 카리스마를 지닌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그려냈다.
[리뷰]뻔한 경찰물 아니다, 과감한 변주···카체이싱 영화 '뺑반'

가장 큰 줄거리가 뺑소니 전담반 이야기다. 직업적 고충과 내면적 갈등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회의 추악한 이면을 짚어보고, 경찰의 공권력도 생각해보게 만든다. 무능보다 무력함이 비겁하다. 경찰이 시민에게 휘두르는 힘은 강하지만,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에게는 약하다. 가진 자가 돈으로 권력을 사면 부정부패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흥행 코드에 맞추려다보니 한국영화계에서는 실험성이 사라져버린 지 오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도전적이면서 창의적이다. 익숙함을 과감히 변주했다. 예상가능한 전개를 벗어나면서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133분, 15세 관람가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