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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영화 '증인'이 던지는 질문

등록 2019.02.10 06: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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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증인'

영화 '증인'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우리는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한다.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런데 '당신은 좋은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네'라고 망설임없이 답할 수 있는가. 머뭇거릴 사람도 꽤 많을 듯 싶다. 간단하지만 철학적인 물음이기 때문이다.

'증인'은 좋은 사람의 정의부터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다. 신념을 잠시 접고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변호사 '순호'(정우성)가 사건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정우성

정우성


김향기

김향기

영화 '연애소설'(2002) '완득이'(2011) '우아한 거짓말'(2014) '오빠 생각'(2016) 등을 연출한 이한(49)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 감독은 '완득이'에서 장애인·다문화 가정 등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 '우아한 거짓말'에서는 학교폭력 문제, '오빠생각'에서는 한국전쟁이 남긴 아픔과 상처를 다뤘다. 이번 영화에서는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변호사와 자폐소녀를 온기 어린 시선으로 담아냈다.

순호는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변호사다. 한때는 '민변계의 파이터'로 불렸지만 지금은 현실과 타협해 대형로펌에서 일한다. 어느날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할 기회가 걸린 사건의 변호사로 지목된다. 재판에서 이기기 위해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를 증인으로 세우려고 한다. 하지만 지우에게 순호는 그저 낯선 사람일 뿐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어 소통이 쉽지 않다.
[리뷰]"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영화 '증인'이 던지는 질문

처음에는 제대로된 인사조차 나누지 못했지만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순호에게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지우의 질문에 삶에서 어떤 가치를 추구해야 할지 고민한다. 사람으로서의 양심을 저버리고 의뢰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 공정한 재판으로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데 힘쓰는 것을 놓고 고심한다.

순호의 선택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한 바가 분명히 드러난다. 변호사의 역할, 나아가 법조인의 직업윤리도 짚는다. 영화가 끝난 다음에 어느 쪽이 옳은지 생각해보는 것도 이 작품만이 주는 묘미다.
[리뷰]"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영화 '증인'이 던지는 질문

자칫 무겁게 흐를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섬세한 연출로 완급을 잘 조절했다. 순호와 지우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대담하게, 때로는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지우가 자폐를 앓고 있다는 점에서 절제한 듯한 대사까지 더해져 가슴 찡함을 안긴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 배려, 소통 등을 다채롭게 녹여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과 타협해나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티없이 맑은 지우의 모습에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 정도다. 순수하고 포근한 느낌이 극 전체를 감싸고 있다.
[리뷰]"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영화 '증인'이 던지는 질문

탄탄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다. 정우성(46)은 부드러운 눈빛과 안정감 있는 연기로 극을 탄탄하게 이끌었다. 지우를 만나면서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자연스럽고 설득력있게 그려냈다.

지난해 영화 '신과 함께'(감독 김용화) 시리즈로 '쌍천만 배우'에 오른 김향기(19)도 흡입력있는 연기를 펼쳤다. 눈빛, 표정, 몸짓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며 진가를 입증했다.

순호의 아버지를 담당한 박근형(79)은 50여년의 연기내공이 뭔지 보여준다. 순호가 결혼하길 바라며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 묵묵히 응원하는 모습 등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리뷰]"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영화 '증인'이 던지는 질문

우리는 항상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삶에 지쳐서, 때로는 사람에게 상처받아서 마음을 여는 것보다 닫는 일에 익숙해져있다. 이런 상황을 보듬어주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를 읽고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며 "순호와 지우의 마음이 서로 통하는 이야기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두 사람이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소통하는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 우리 주변에는 나와 다른 개성과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개성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13일 개봉, 129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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