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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 임정 100주년, 기념공연 풍성

등록 2019.02.10 09: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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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서는 안익태·유치진 둘러싼 논쟁도

3·1운동 & 임정 100주년, 기념공연 풍성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올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공연계에서 이를 기념하는 작품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거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융복합무용극 '여성독립운동가열전'이 10일까지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3관에서 펼쳐진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는 김구, 안창호, 윤봉길, 이봉창 등 주로 남성 독립 운동가들 중심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성 독립운동가들 역시 존재했다. 상해임시정부 안살림을 도맡았던 정정화, 서간도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한 이회영의 아내 이은숙, 강원도 양양 3·1운동의 불씨를 지핀 조화벽 등이다.

양길호 안무가가 총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독립운동과 가족 그리고 동시대성을 여성의 관점으로 해석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8문화협력네트워크 지원사업에 선정, 성북문화원이 주관한다.

국립합창단은 3월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치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창작칸타타 '동방의 빛'을 펼친다. 서양 관현악을 기본으로 하되 대금, 훈, 피리, 가야금, 운라, 꽹과리, 모듬북 등의 국악기와 소리꾼의 목소리로 한국적인 색채를 가미했다. 아픈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민족의 흥과 신명을 세계와 공유하기 위한 구성이다.

'진도아리랑' '경기아리랑' '강강수월래' '태평가' '서우제소리' 등 민요의 선율을 모티브로 한 내레이션과 어린이합창이 더해진다. 한국의 역사를 표현한 제1부 건(建), 힘찬 기백을 나타낸 제2부 혼(魂), 자주독립을 축하하고 대한민국의 미래와 희망을 노래하는 제3부 판(Pan) 등 총 3부로 구성한다. 특히 ‘판’은 순수 우리말로 넓은 마당에서 구경꾼들이 보는 가운데 여러 가지 놀이가 벌어지는 마당을 가리킨다.

이 판을 통해 우리민족의 흥겨운 노래들을 통해 3·1절 축제의 날임을 노래한다. 국립합창단 윤의중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들고 코리아 쿱 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동방의 빛 ⓒ국립합창단

동방의 빛 ⓒ국립합창단

KBS국악관현악단은 '역사콘서트'를 테마로 꾸미는 3월21일 제250회 정기연주회를 3·1운동 100주년 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선보일 계획이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단체 서울시합창단은 독립운동가 유관순의 불꽃같던 삶을 합창의 울림으로 전하는 '유관순 오페라 칸타타'(3월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를 처음 선보인다. '윤동주', '상처 입은 영혼-이화 이야기' 등을 통해 비통한 한국사를 예술로 재조명한 작곡가 이용주가 참여한다.

남한과 북한의 동요를 부르며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는 서울시소년소녀합창단의 '통일을 향한 어린이들의 합창'(4월 5~6일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도 준비된다.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2016)을 무대화한 서울시청소년국악단 '귀향-끝나지 않을 노래'(12월7일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는 다시 관객을 만난다. 2017년 초연한 작품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국악 공연이다.

국립국악원은 항일 투쟁 관한 시들을 활용한 창작악단 정기공연 '그 날'(4월 12~1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 공연(8월14일 예악당)을 마련한다.

강요셉

강요셉

국립오페라단은 두 편의 작품으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그린다. 로시니 '윌리엄 텔'을 국내 초연(5월 10~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한다. 1829년 파리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190년 만이다.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 선구자인 로시니가 13세기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는 스위스에서 일어난 사건을 배경으로 작곡했다. 독일 극작가 겸 시인 실러의 '빌헬름 텔'이 원작. 최악의 상황에서도 신뢰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윌리엄 텔의 사과' 등 오스트리아의 압제에 대항하는 스위스 민중의 저항이 인상적이다. 일제 강점기에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저항하던 3·1운동의 정신을 떠올라 절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무엇보다 강요셉이 주역인 아놀드를 맡아 눈길을 끈다. 이 역은 테너가 낼 수 있는 가장 높은 음인 하이C가 20번 이상 나오는 등 난도가 높다. 이를 소화해 낼 수 있는 테너의 캐스팅이 어려워 자주 공연하기 힘든 작품 중 하나다. 강요셉은 아놀드 역으로 '2016 오스트리아 음악극장 시상식'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처음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는 등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에서도 이 역 섭외 0순위로 통한다.

또 국립오페라단은 창작 오페라 '1945'(9월 27~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를 선보인다. 2017년 국립극단이 선보인 배삼식 원작의 연극을 오페라로 재탄생시켰다. 1945년 광복 후 만주에 살던 조선 사람들이 해방된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머물렀던 전재민구제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다. 연극, 뮤지컬, 창극을 오가는 스타 연출가 고선웅이 연출이다. 작곡가 최우정이 곡을 만든다.

뮤지컬계도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에 동참한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쇼노트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쇼노트

육군본부가 주최, 주관하고 공연제작사 ㈜쇼노트가 제작해 지난해 초연한 육군 창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2월27일~4월21일 광림아트센터 BBCH홀)가 앙코르 공연으로 돌아온다. 대한민국 육군의 뿌리가 된 '신흥무관학교'를 배경으로, 격변하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독립을 위한 치열한 삶을 다룬 작품이다. 배우 지창욱·고은성·강하늘, 그룹 '2AM' 조권·'인피니트' 김성규·'샤이니' 온유(이진기) 등 군복무 중인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창작 뮤지컬 '영웅'은 10주년 기념 공연(3월9일~4월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연출 안재승)을 선보인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2009년 초연했다. 안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조명, 조국을 위해 헌신한 애국지사의 면모와 운명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 안재욱, 정성화, 양준모가 안중근 역에 트리플캐스팅됐다.

일제강점기에 유려한 시어를 사용, 인생과 조국의 아픔에 고뇌하는 심오한 시편들을 남긴 '서시'의 시인 윤동주가 주인공인 서울예술단 '윤동주, 달을 쏘다.'(3월 5~17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연출 권호성)는 2년 만에 돌아온다.

MBC TV 동명 드라마(1991~1992)를 27년 만에 뮤지컬로 옮긴 '여명의 눈동자'(3월1일~4월14일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연출 노우성)도 공연할 예정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광복 이후 혼란기를 거쳐 6·25동란에 이르는 역사를 세밀하게 담아낸 시대극이다. 이밖에 독립운동가 안창호의 삶을 다룬 뮤지컬 제작도 추진 중이다.

한편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를 둘러싼 논쟁도 재점화됐다.

뮤지컬 '영웅'

뮤지컬 '영웅'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가 펴낸 '안익태 케이스-국가 상징에 대한 한 연구'가 불을 지폈다. 안익태의 친일 행적뿐만 아니라 친나치 활동을 고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안익태가 본격적으로 친일 활동을 시작했다고 썼다.
 
이 교수는 애국가를 만든 작곡가는 최소한 애국적이어야 한다며 애국가에 대해 제고해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애국가가 사실상의 국가일 뿐, 법으로 정한 국가는 아니라는 점을 짚으며 '국가제정위원회'를 구성해 공모형 국가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는 지난달 중순 C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에게 애국가 교체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반대가 58.8%(매우 반대 28.7%·반대하는 편 30.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연극계에서는 극작가 유치진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될 조짐이다. 남산예술센터가 공연을 예정하고 있는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가제·연출 류주연·9월 18일~29일)가 일종의 점화 장치다.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남산예술센터의 본래 이름은 드라마센터다. 1962년 개관했다. 미국 록펠러재단의 재정 지원과 당시 한국 정부의 설립 대지 지원, 서울예술대학 설립자인 유치진의 사재가 투입됐다. 2009년부터 서울시가 서울예술대학교(학교법인 동랑예술원)로부터 연간 10억원에 임대해 오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을 걸고 위탁 운영 중이다.

하지만 서울예술대학이 지난해 초 2019년 6월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연극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서울예대가 사립학교재단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드라마센터 건축과정과 토지확보 과정을 들여다볼 때, 태생적으로 공공교육기관이라는 주장이 불거지고 유치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등 다방면에서 쟁점이 불거지고 있다. 2020년까지 계약이 연장돼, 논쟁이 일단 미뤄진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유치진의 과거 행적을 두고 친일 시비가 불거져왔다. '공공극장으로서의 드라마센터 정상화를 위한 연극인 비상대책회의'는 유치진의 과거 행적을 쫓은 연구서를 곧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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