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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의료기기 써줘"…양복대신 수술복 입은 영업사원들

등록 2019.02.13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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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의료기기업체 '스미스앤드네퓨'

국내 정형외과 7곳에 영업직원 파견

엉덩이 등 인공관절 삽입술에서 수술 도와

의류기기회사 '스미스앤드네퓨' 인터넷 홈페이지 캡쳐

의류기기회사 '스미스앤드네퓨' 인터넷 홈페이지 캡쳐


【세종=뉴시스】위용성 기자 = 병원을 돌며 의료기기를 팔던 영업사원들이 외과 수술실에 들어가 실제 수술을 도운 황당한 사건이 적발됐다. 영업을 위해 '수술 보조' 역할까지 하게 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다국적 의료기기업체 스미스앤드네퓨(Smith&Nephew)의 이야기다. 13일 공정위에 따르면 이 업체의 한국법인은 국내 정형외과 7곳에서 인공관절 삽입물, 상처 치료용품, 인조피부 등 의료용품을 팔면서 갖가지 법을 어긴 혐의를 받고 있다.

먼저 의료기기를 팔기 위해 거래 병원에 자사 영업직원을 보내 일을 시켰다. 단순히 의료기기 조립이나 사용법을 알려주는 일이 아니었다. 이들은 실제 외과 수술에 투입됐다.

이들이 들어간 수술은 무릎이나 엉덩이 등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재건수술이었다. 보통 집도의가 있고 스크럽 간호사, PA(진료보조인력) 등이 함께 들어가는 수술이다.

스크럽 간호사는 집도의를 보조하는 간호사다. 옆에서 수술기구를 조립해 전달하는 게 주임무다. PA는 집도의가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환자 몸을 잡아주거나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힘을 쓰기 때문에 주로 남성이 한다.

스미스앤드네퓨 영업직원들은 이 스크럽 간호사, PA 역할을 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공정위 관계자는 "통상 정형외과 수술엔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병원의 수술보조인력에 비해 수술 건수가 많다는 점을 이용했다"며 "자사의 의료기기를 이용하는 수술엔 영업직원을 사전 배치해 판매촉진 수단으로 썼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2007부터 2014년까지 8년간 이뤄졌다. 

스미스앤드네퓨의 혐의는 또 있다. 이들은 해외에서 열리는 학술대회나 교육훈련에 참가하는 의사, 간호사들에게 참가경비는 물론이고 항공료, 현지 관광비, 골프비까지 내줬다. 이런 식으로 2010년엔 홍콩, 2012년엔 인도 자이푸르와 미국 보스턴 등에서 의료인들을 접대했다.

공정위는 스미스앤드네퓨에게 공정거래법과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로 향후 재발방지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 23조 1항은 자신과의 거래를 유인하기 위해 부당하거나 과대한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또 의료기기법 13조와 18조 등에서는 의료기기 제조업자가 판매촉진 목적으로 의료인에게 금전, 물품, 노무 등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육성권 공정위 서울사무소 경쟁과장은 "의료기기는 환자의 신체에 직접 사용됨에도 환자가 직접 선택할 수 없는 특성이 있어 리베이트 제공 등 불공정 경쟁수단에 의해 구매선택이 왜곡될 경우 환자의 이익이 현저히 침해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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