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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언론탄압 논란 격화…두테르테 비판 언론인 체포돼 (종합)

등록 2019.02.14 12: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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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이후 필리핀에서 살해당한 언론인은 185명

【마닐라=AP/뉴시스】필리핀 검찰에 13일 체포된 언론인 마리아 레사의 모습. 사진은 2018년 1월 22일 촬영된 것. 2019.02.14.

【마닐라=AP/뉴시스】필리핀 검찰에 13일 체포된 언론인 마리아 레사의 모습. 사진은 2018년 1월 22일 촬영된 것. 2019.02.14.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폭력적인 마약정책 등을 비판해온 언론인이 체포되면서 필리핀의 극단적인 언론 환경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14일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검찰청(NBI)은 전날 필리핀 인터넷 뉴스 사이트 '래플러(rappler)' 대표 마리아 레사를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레사는 CNN 동남아시아 지국장을 지냈으며, 지난해에는 미 유력 주간지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 언론인에 선정되는 등 유력 언론인으로 알려졌다.

레사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것은 필리핀의 한 사업가로, 그는 지난 2012년과 2014년 래플러가 두 차례 자신이 인신매매와 마약밀매 등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보도했다며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이면에는 두테르테 정부의 언론탄압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레사는 2012년 래플러를 서립한 이후 두테르테 대통령이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는 마약정책 등에 대해 비판적 보도를 해와, 두테르테에게 '눈엣가시'와도 같은 존재였다.

【AP/뉴시스】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8 올해의 인물'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등 진실을 밝히고자 사투를 벌이는 언론인들을 선정했다. 사진을 시계방향으로 사우디 정권에 의해 살해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미국 메릴랜드 지역신문 '캐피털 가제트' 기자들, 필리핀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탄압받는 마리아 레사, 로힝야족 학살 사건 취재로 수감중인 로이터통신 기자들 (사진=타임 제공) 2018.12.13.

【AP/뉴시스】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2018 올해의 인물'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등 진실을 밝히고자 사투를 벌이는 언론인들을 선정했다. 사진을 시계방향으로 사우디 정권에 의해 살해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미국 메릴랜드 지역신문 '캐피털 가제트' 기자들, 필리핀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탄압받는 마리아 레사, 로힝야족 학살 사건 취재로 수감중인 로이터통신 기자들 (사진=타임 제공) 2018.12.13.


레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명예훼손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됐기 때문에 검찰은 기소 권리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전날 래플러 본사에서 체포됐을 때에도 자신의 혐의에 대해 "근거가 없으며, 이해할 수 없다"며 항변했다.

검찰청에 도착해서도 기자들에게 "필리핀 정부는 법정 소송과 흑색선전, 그리고 거짓말들로 언론인들을 침묵시킬 수 없다", "정부가 언론인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의 언론탄압을 비판했다.

레사가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탈세 시도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유죄 판결 시 레사는 최장 10년의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레사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정치적인 것이자 조작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변인 살바도르 파넬로는 레사가 체포된 데 대해 기자들에게 "언론탄압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레사는 범죄를 저질렀고 법원은 그녀가 지금 기소된 이유를 찾고 있다"며 "간단한 사건"이라고 일축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간 래플러의 정부 비판 보도에 발끈해 이 매체 기자를 정부 취재 기자단에서 배제하고, 공개적으로 이 매체를 비난해왔다.

지난해 1월에는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는 래플러가 외국인 보유 지분 규제를 어겼다며 법인 등록을 취소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미움을 받는 언론사는 래플러만은 아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마약정책을 비판해온 필리핀 최대 방송사인 ABS-CBN에 대해서도 회사 문을 닫게 해주겠다며 여러 차례 협박성 경고를 한 바 있다. 

두테르테는 언론인들을 '스파이'라고 지칭하며 "이들도 암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라는 등 협박성 발언을 일삼기도 했다.

필리핀의 극단적인 언론환경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필리핀 기자협회(NUJP)에 따르면 1986년이후 필리핀에서는 언론인 185여명이 살해 당했으며, 두테르테 취임한 2016년 5월 이후에 살해당한 언론인은 12명에 이른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2018년 언론자유지수에서 필리핀은 전년도보다 6단계 하락한 133위를 기록했다. 180개국 주에서도 최하위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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