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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경영 곤란 '신의칙' 판단때 근로자 책임 전가 안돼"

등록 2019.02.14 11: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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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시영운수 버스기사 22명 임금 소송

1·2심 "신의칙 위반…수당 지급 요구 안 돼"

대법 "신의칙 위반 여부 엄격히 판단해야"

대법 "경영 곤란 '신의칙' 판단때 근로자 책임 전가 안돼"

【서울=뉴시스】이혜원 기자 = 통상임금 소송에서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 여부를 관대하게 적용하면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신의칙은 공동체 당사자들이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방법으로 권리 행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민법상 원칙이다. 공동체 상대방을 배려해야한다는 추상적 개념이다.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소송에서 근로자 요구가 정당해도 신의칙에 위반되면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판례를 유지하되, 위반 여부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4일 인천 시영운수 소속 버스기사 2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직원들은 2013년 3월 회사를 상대로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하고, 그에 따라 재산정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법정수당을 지급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회사의 신의칙 위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패소 판결했다. 노사 합의 당시 상호 이해하던 것과 다른 법리를 들어 재산정된 통상임금을 토대로 추가 법정수당을 요구하는 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해 정의와 형평 관념에 비춰 용인될 수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추가로 법정수당을 지급한다고 해서 회사 경영에 중대한 어려움이 생기거나 회사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했다.

재판부는 "신의칙을 근로관계 강행규정보다 우선해 적용할지 판단할 때는 근로기준법 등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고 향상시키려는 취지를 살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기업 경영 상황은 내·외부 여러 사정에 따라 수시로 변할 수 있다"면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 초래나 기업 존립 위태를 이유로 배척하면 기업 경영에 따른 위험을 사실상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신의칙 위반 여부를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법 "경영 곤란 '신의칙' 판단때 근로자 책임 전가 안돼"

이를 토대로 대법원은 시영운수 매출 규모 등 회사 사정을 고려했을 때 직원들이 청구한 추가 수당을 지급하더라도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청구할 수 있는 추가 수당은 4억원 상당으로 추산된다. 회사 연매출액의 2~4%, 2013년 총 인건비의 5~10% 정도에 불과하다"며 "2013년 기준 이익잉여금만 하더라도 3억원을 초과해 추가 수당 중 상당 부분을 변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회사는 2009년 이후 5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꾸준히 당기순이익이 발생하고 있고, 매출액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버스준공영제 적용을 받고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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