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3040 독거男들 "혼밥 눈치보이고 육체적 외로움 해소 못해"

등록 2019.02.14 13:23:30수정 2019.02.14 22:23:2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독거 대부분의 공통점은 외로움 겪는 것…네트워크 중요"

"남성 맞춤형 문화프로그램 적어…다양한 놀이·문화 필요"

1인가구 증가 전망…주거 등 정책은 여전히 4인가구 기준

전문가 "포용사회 지향 맥락에서 1인가구 바라봐야" 지적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4일 서울 도봉구에서 열린 남성 1인가구 대화의 장에 참석해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3040 1인가구 남성들은 주거, 생활, 복지 등 다방면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2019. 02. 14. nowest@newsis.com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14일 서울 도봉구에서 열린 남성 1인가구 대화의 장에 참석해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3040 1인가구 남성들은 주거, 생활, 복지 등 다방면에서 겪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2019. 02. 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구무서 기자 = 1인가구는 날로 증가하고 있지만, 사실상 1인가구를 위한 뚜렷한 정부 정책은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1인가구이기 때문에 느끼는 사회적 소외감, 차별, 불편함, 선입견, 그리고 경제적 문제 등은 심각한데도 그동안 이런 상황을 국가적 문제로 받아들이기보다 개인적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진선미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은 14일 이를 타개하기 위해 3040세대 1인가구 남성 7명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1인가구 남성들은 '혼밥'을 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에서부터 육체적·정신적 외로움을 호소하는 등 현실적을 문제들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이날 간담회는 서울 도봉구 은혜공동주택에서 진행됐으며, 배우 이상윤씨도 참석했다.  

염기모(42)씨는 "제일 와닿는 건 식사문제"라며 "혼자 밥을 먹으러 나가면 자리를 잘 안 주거나 2인분 이상 시켜야 한다고 한다. 눈치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배우 이상윤(39)씨도 "가끔 집에서 음식을 해먹으려고 해도 양파나 마늘 같은 게 한묶음으로 파는데 한 번 먹고 반 이상은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혼자 있음으로 인해 겪게 되는 외로움에 대한 하소연도 있었다. 노민혁(40세)씨는 "공동체 밖에서의 삶이 사실 많이 불안하고 비상시에 혼자 있을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슬픔과 고통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배사무엘(41)씨는 "5년 전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원치않는 이혼을 했는데 남자는 특히 생리작용이 있어서 외로움이 주기적으로 계속 자극이 된다"며 "대부분 남자는 자기가 그렇다는 걸 드러내지 않고 쿨한 것처럼 살아가지만 사실 그럴 수 없다. 편하게 지내는 분들 얘기 들어보면 근본적 외로움에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오면서 도봉산에 올라가는 많은 등산객을 봤는데 산행에 모이는 남자 99%는 여자때문에 온다. 다들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동의할 것"이라며 "남녀가 만날 수 있는 건전한 자리들이 확보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인가구로서 겪는 제도적 차별도 있었다. 김명철(39)씨는 "우리나라 주택정책이 3,4인 가족 중심이다보니 1인가구들은 월세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박진우(32)씨도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월급이 175만원 정도인데 서울 원룸 월세가 평균적으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40만원"이다"며 "보증금도 부족하다. 친구들 6명과 같이 사는데 우리끼리는 난민촌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1인가구의 증가가 우리나라 사회·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다고 했다. 염기모씨는 "우리사회가 대학 중심, 학력위주다 보니 무조건 대학을 가야하고 부가적으로 스펙까지 쌓으면서 발생하는 돈이 만만치 않다"며 "졸업해서 겨우 취업해도 대기업을 다니지 않는 이상 자신의 미래에 대한 보장이 없다. 경제적 어려움에서 발생하는 기초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한 서울연구원 변미리 미래연구센터장은 '1인가구 현황과 주요 이슈'를 공개하면서, 우리나라 1인가구는 증가 추세인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1980년 1인가구는 전국 4.8%, 서울 4.5%에 불과했지만 2015년에는 전국 27.2%, 서울 29.5%로 급증했다.

변 센터장은 "북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을 보면 1인가구 증가는 세계적 현상"이라며 "누구나 생애사를 보면 일정한 단계에서는 1인가구로 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포용사회를 지향하는 맥락에서 1인가구를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1인가구 남성들은 1인가구이면서도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장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진(42)씨는 "자치구에서 설이나 명절에 주민들 대상으로 행사를 많이 하는데 전통시장에서 하는 모임 같은 프로그램은 젊은 사람들의 경우 참여하기가 꺼려진다. 센터같은 곳은 주로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어서 남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적은 것 같다"며 "놀이공간이나 모임공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명철씨는 "참여 프로그램이나 센터, 모임들이 오후 6시까지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우리 청년들은 라이프스타일 상 밤에 모인다"며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여가부는 이날 3040 1인남성가구를 시작으로 성별, 연령별 1인가구와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가질 예정이다. 간담회를 통해 청취한 불편함과 제도적 차별, 제안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향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진 장관은 "삶을 살아가야 할 청년들이 정책을 고민하고 제안하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