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여성 75% "낙태죄 개정해야"…OECD 25개국 '폭넓게 허용'

등록 2019.02.14 15:50:20수정 2019.02.14 19:27:52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낙태죄, 여성만 처벌하고 불법화로 위험률↑"

OECD 25개국, 경제적사유·본인요청 때도 허용

"정부, 임신·출산 남녀공동책임의식 강화해야"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14일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지난해 실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인공임신중절의 주된 이유로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 '자녀를 원하지 않거나 터울 조절 등 자녀계획'이 각각 33.4%, 32.9%, 31.2% 순으로 나타났다. 2019.02.14.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14일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지난해 실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인공임신중절의 주된 이유로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 '자녀를 원하지 않거나 터울 조절 등 자녀계획'이 각각 33.4%, 32.9%, 31.2% 순으로 나타났다. 2019.02.1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우리나라 가임기 여성 100명 중 75명은 현재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낙태죄'를 개정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이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고 불법화가 되레 여성들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여성들은 현재 법에서 허용하는 사유 외에 경제적 이유나 본인 요청이 있어도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현재 36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이를 금지한 나라는 6~11개국에 불과하다.

14일 공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9~10월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른바 낙태죄에 대해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75.4%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20.8%였고 '개정이 불필요하다'고 한 비율은 3.8%에 그쳤다.

낙태죄란 낙태를 죄로 규정한 형법 제269조와 수술한 의료인을 처벌하는 같은 법 제270조를 가리킨다.

개정 이유로는 '인공임신중절 시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에'라고 한 응답자 비율이 66.2%로 가장 많았고 '인공임신중절의 불법성이 여성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키기 때문에'(65.5%), '자녀 출산 여부는 기본적으로 개인(혹은 개별가족)의 선택이기 때문에'(62.5%) 등 순서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낙태 허용 사유를 모자보건법 제14조와 시행령 제15조를 통해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본인·배우자가 우생학·유전학적 정신질환이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이나 인척간 임신,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24주 이내에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이에 대해 여성의 48.9%는 '개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40.8%는 개정 여부를 판단하지 못했고 10.7%는 '개정이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개정이 필요한 경우 사유별로 허용 정도를 조사한 결과 현재도 허용되고 있는 사유 가운데 '강간 또는 근친상간'에 대해선 91.2%가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역시 태아 이상 또는 기형(74.0%), '모체의 생명위협'(69.9%) 등 현행법으로 허용 중인 사유에 대해선 임신 주수와 무관하게 낙태 허용 입장을 보였다.

'미성년자'인 경우 71.3%가 임신 주수와 관계없는 낙태 허용을 요구했고 '모체의 신체적 건강보호'(65.5%) '모체의 정신적 건강보호'(60.7%), '파트너와의 관계 불안'(51.4%), '본인의 요청'(45.8%) 등도 임신주수를 묻지 않고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경제적 이유'의 경우 45.0%는 임신 주수를 고려해 허용하고 42.1%가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대로 자녀를 원치 않거나 터울 조절 등 자녀계획에 따른 낙태의 경우 허용 불가 응답률이 14.1%로 유일하게 두자릿수 비율을 보였다. 본인의 요청(7.4%)과 경제적 이유(5.6%) 등도 다른 사유에 비해 불가 목소리가 높게 나타났다.

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69%인 25개국에선 인공임신중절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선 우리나라가 허용한 모체 생명 보호, 모체의 신체적 건강, 모체의 정신적 건강, 강간 또는 근친상간, 태아의 장애 등 5개는 물론 경제·사회적 사유, 본인 요청 등에도 인공임신중절 허용하고 있다.

모체 생명 보호를 제외한 모든 경우에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지 않는 아일랜드는 지난해 5월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금지를 규정한 헌법 규정을 폐지하기로 한 상태다. 그러면서 12주 이내 수술은 제한을 두지 않고 12~24주 사이엔 특정 사유에 대해 허용하는 방향의 법안이 제출돼 있다.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필요한 정부 역할 1순위로 여성들은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공동책임의식 강화'(27.1%)를 꼽았다. 현행 낙태죄가 여성만 처벌하고 있어서 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률이 높았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이어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23.4%로 뒤를 이었는데, 실제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남녀공동책임 의식보다 성교육 및 피임교육의 필요성을 더 많은 사람(26.2%)이 우선시 할 정부 정책으로 택했다.

이외에도 '양육에 대한 남성 책임을 의무화할 수 있는 법·제도 신설'이 18.1%, '출산·양육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이 13.1%, '인공임신중절 관련 전문상담서비스 지원'이 9.5%, '인공임신중절 관련 의료비 지원'이 6.0%, '다양한 가족에 대한 차별인식 제거'가 2.3% 순이었다.

여성들은 우리 사회가 '인공임신중절에 있어서 남성보다 여성을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89.4%)라거나 '인공임신중절한 여성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62.8%), '국가가 인공임신중절 금지보다는 출산 및 양육 지원, 성평등 한 노동환경 등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62.3%), '어떠한 경우라도 임신한 아이를 낳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52.5%) 등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반대로 여성들은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국가가 인공임신중절 금지보다는 출산 및 양육 지원, 성평등 한 노동환경 등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에 찬성한 비율이 89.5%로 높았고 '안전한 인공임신중절은 사회구성원의 권리라고 생각한다'(84.2%)고 생각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실태조사 결과 2017년 15~44세 여성인구 1000명당 인공임신중절건수(인공임신중절률)은 4.8건으로 가장 최근인 2010년 15.8건보다 69.6% 감소했다. 처음 조사가 이뤄진 2005년 29.8건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까지 낮아졌다.

2017년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5만건 안팎으로 추정된다. 2005년 34만2433건에 달했던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는 2010년 16만8738건 등 추정건수 또한 급격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연구를 맡은 이소영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실태조사 결과 감소하는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노출돼 있으니 국가가 개입해야 하겠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이미 경험한 여성들이 말했듯 원치 않은 임신 예방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답한 만큼 원치 않은 임신과 인공임신중절 등에 많은 정보를 주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시스】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15~44세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약 5만건으로 2005년 조사 이후 감소 추세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15~44세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약 5만건으로 2005년 조사 이후 감소 추세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