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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개정은 시대적 요구"…시민사회·의료계 한목소리

등록 2019.02.14 18: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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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4세 여성 75% "낙태죄 개정해야"

시민단체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해야"

의료계 "허용사유 극소수…확대 필요"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맞이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18.11.28.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2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맞이 기자회견을 열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2018.11.28.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임재희 기자 =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 결과 15~44세 여성 4명 중 3명이 '낙태죄' 개정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시민사회와 의료계에선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낙태를 죄로 규정한 형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 심리를 앞둔 가운데 사회적 논의에 다시 불이 붙을 전망이다.

14일 보건복지부 의뢰로 이뤄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15~44세 여성 1만명 가운데 75.4%는 이른바 낙태죄에 대해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20.8%는 '잘 모르겠다'고 했고 개정 반대는 3.8%에 그쳤다.

낙태죄란 낙태를 죄로 규정한 형법 제269조와 수술한 의료인을 처벌하는 같은 법 제270조를 가리킨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들은 '인공임신중절 시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에'(66.2%) '인공임신중절의 불법성이 여성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키기 때문에'(65.5%) '자녀 출산 여부는 기본적으로 개인(혹은 개별가족)의 선택이기 때문에'(62.5%) 등 이유를 들어 개정 목소리를 냈다.

여성들은 낙태 허용 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제14조와 시행령 제15조에 대해서도 48.9%가 개정 필요 의견을 냈다. 40.8%는 개정 여부를 판단하지 못했고 10.7%는 '개정이 불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22개 단체로 구성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측은 "낙태죄 폐지는 시대의 요구"라며 ▲낙태죄 폐지 ▲모자보건법 조항 전면 개정 ▲성교육 강화 ▲피임기술 및 의료시설 접근권 보장 ▲인공임신중절 처벌 강화하는 의료법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안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1953년 만들어진 낙태죄가 여전히 형법에 남아 여성의 판단을 범죄화하고 있다"며 "낙태죄가 악용되는 현실과 여성의 판단을 국가가 범죄로 지정하고 처벌할 수 없음을 얘기해왔으며 이런 입장의 타당성은 23만명의 청와대 청원, 실태조사 연구 결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공동행동 측은 "낙태죄 폐지 요구는 임신을 중지하고자 하는 여성의 판단을 누구도 심판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는 선언"이라며 "동시에 합법화가 궁극적으로 인공임신중절률이 낮아지는 방향에 기여하며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방법이라는 세계적인 연구 결과에 기반한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과 함께 성교육, 피임 접근권, 건강보험 적용, 자연유산 유도제 도입 등도 요구 사항이다.

이들은 "콘돔 등을 사용했더라도 실패한 비율이 12.7%로 드러나 피임실천율을 높이는 것과 별개로 100% 완전한 피임법이 없으므로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피임 접근권과 보험 적용 등 사회적 보장 확대, 정보 확산과 교육, 인식개선 캠페인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15~44세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약 5만건으로 2005년 조사 이후 감소 추세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서울=뉴시스】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15~44세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약 5만건으로 2005년 조사 이후 감소 추세이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의료계에선 인공임신중절 허용 범위 확대 주장에 뜻을 모았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태아의 생명권과 함께 여성의 건강권 보호 의무를 다하기 위해 시민사회의 '낙태 허용 주장'에 뜻을 같이 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의사회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모자보건법에서 허용 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나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실제 의료현장에서 이런 적응증은 극소수"라고 꼬집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본인·배우자가 우생학·유전학적 정신질환이나 신체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이나 인척간 임신,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24주 이내에 인공임신중절 수술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면서 "인공임신중절 허용 사유에 태아 부분이 없어 생존이 힘든 심각한 질병이나 선천성기형아라도 법적으로는 허용되지 않아 임산부가 정신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수술을 해 줄 병원을 찾느라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의사들은 위법인 줄 뻔히 알면서 수술을 해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낙태를 허용하고 미국과 영국은 1970년대인 50년 전 낙태 허용 후 의사를 처벌하지 않는다"며 불법 인공임신중절 의료행위 적발 시 처벌토록 한 관계 법령 개정을 요구했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공포한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은 형법 제270조 위반으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한 의료인에 대해 1개월 자격정지 처분토록 정하고 있다.

다만 복지부는 의료계 등의 반발을 수용해 헌법재판소의 형법 위헌 심리가 나오기 전까지 규칙 적용을 미루기로 한 상태다.

인공임신중절 추정 건수 감소세에 대해선 수긍하는 입장을 보였다.

보사연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낙태 추정건수는 5만건(4만9764건, 인구 1000명당 4.8건) 정도다. 2010년 16만87738건에 비해 70%가량 줄어든 수치다.

이에 대해 의사회는 "인공임신중절 건수가 감소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것으로 실제 의료현장에서도 체감할 수 있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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