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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여성비하인가, 다양성인가···검정치마 신곡 '광견일기'

등록 2019.02.15 14: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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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 ⓒ비스포크

검정치마 ⓒ비스포크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싱어송라이터 조휴일(37)의 원맨밴드 '검정치마'가 1년9개월 만에 선보인 새 앨범 '서스티(THIRSTY)'가 '여혐 시비'로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 '서스티' 관련 댓글이 15일 오후 기준 1450개가 넘었다. 인디 뮤지션 앨범 관한 네티즌의 반응으로는 이례적이다.

검정치마는 2008년 데뷔 앨범 '201'을 기점으로 '서구적인 한국 인디팝' 창시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어린 시설을 보낸 검정치마는 국내외에서 다양한 음악적 자양분을 쌓으며 가장 세련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 12일 발매된 이번 앨범 '서스티'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나온 앨범 중 탁월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1번 트랙 '틀린 질문'은 서정적인 멜로디 라인이 뭉근하게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며 중후반부 가슴을 터뜨린다. '레스트 버넘'의 청년스런 모던 록 사운드도 가슴을 뛰게 한다. '섬'의 노곤하면서도 아련한 사운드는 어떤가.

일부 네티즌들이 문제를 삼는 곡은 '광견일기'의 노랫말이다.

"우리 정분 났다고는 생각지도 마 / 내가 원하는 건 오분 길게는 십오분 / 모든 소릴 삼켰던  / 너의 입에 반쯤 먹힌 손이 어딜 훑고 왔는지 / 신경 쓰지 않는 니가 신기할 뿐이야 / 사랑 빼고 다 해줄게 더 내밀어봐 / 다른데서 퇴짜 맞고 와도 넌 오케이 / 안 웃겨도 괜찮아 / 농담은 아니야" 등의 가사가 성매매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광견일기'는 마광수(1951~2017) 교수의 ‘광마일기’에서 모티브를 받아 창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정치마를 비판하고 나선 이들은 괴물을 연상케 하는 가면을 쓴 남성이 의식을 잃은 듯한 여성의 신체를 안고 있는 앨범의 흑백 표지도 문제 삼았다. 

'광견일기'를 비판하는 이들이 가장 문제 삼는 것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한 내용으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내 여자는 멀리 있고 넌 그냥 그렇고 / 눈물이라도 흘려봐 / 좀 인간이 돼봐" 등의 내용을 여성 혐오로 읽는다.

검정치마를 오랫동안 좋아해왔다는 팬은 "성매매를 남자 입장에서 로맨틱하게 표현한 내용에 놀랐다"면서 "성매매를 소재로 삼은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이를 낭만적으로 그리면서 ‘사랑노래’로 포장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정치마 앨범 '서스티' 표지

검정치마 앨범 '서스티' 표지

한편에서는 검정치마의 노랫말은 오래 전부터 여성 혐오적이라고 짚는다. 데뷔앨범에 실린 '강아지'가 대표적 보기다.

"우리가 알던 여자애는 돈만 쥐어주면 태워주는 차가 됐고 / 나는 언제부터인가 개가 되려나 봐 손을 델 수 없게 자꾸 뜨거워 / 반갑다고 흔들어 대는 것이 내 꼬리가 아닌 거 같아 / 사랑은 아래부터 시작해 척추를 타고 올라온 거야" 등 가사가 성매매를 연상시킨다.

근래 들어 검정치마의 가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페미니즘은 물론 '성인지 감수성' 등이 이슈가 되며 변화한 시대 흐름에 자연스런 일이라는 분석이다.

음반 제작사 관계자는 "검정치마가 사운드적인 측면에서는 최신 흐름에 발 맞춰 가면서도 가치관 등은 시대 흐름에 비껴간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판단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음악 관계자는 "음악은 우리의 삶을 담고 있는데 모든 이들의 삶이 도덕책 같지 않다. 검정치마가 이야기하는 부분 역시 우리네 삶"이라고 옹호했다. "메이저는 물론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인디신에도 이런 마이너한 감수성이 살아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검정치마가 음악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이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서스티'는 검정치마가 총 세 개의 앨범으로 나눠 발매한다고 예고한 정규 3집의 두 번째 파트다. 추후 나올 3집의 마지막 파트인 3이 나온 뒤로 음반에 대한 재단을 미루자는 것이다. 검정치마는 이번 앨범을 내면서 홍보사를 통해 전작 '팀 베이비'가 사랑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앨범은 사람이어서 겪는 일들을 노래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논쟁 자체가 반길 만하다는 견해도 있다. 인디 신 관계자는 "예술은 개성이 생명이다. 이런 튀는 작품으로 논쟁의 장 자체가 계속 만들어져야 음악 신이 발전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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