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각본대로 주민과 대화' 이용섭 광주시장 소통 미흡

등록 2019.02.15 16:06:2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광산구 방문해 주민 의견 들었지만 준비된 질문·답변

참석자 대부분 직능단체 관계자, 형식적 대화에 실망

수영대회 전신 마스코트 쓴 공무원 과한 의전 지적도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5일 광주 광산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주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미리 준비된 답변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행사를 두고 미리 준비된 질문·답변으로만 진행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19.02.15.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5일 광주 광산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주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미리 준비된 답변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행사를 두고 미리 준비된 질문·답변으로만 진행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19.02.15.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이용섭 광주시장이 자치구를 방문해 주민과 대화를 갖고 있지만,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제대로 경청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행사가 미리 준비된 질문·답변에 따라 진행된데다 참석자 대부분이 직능단체 관계자로 채워지고, 시정에 대한 자화자찬이 난무했다.

신년 초 문재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75분이 넘도록 기자들과 자유로운 토론을 하며 국민에게 메시지를 전달한 것과 비교하면, 이 시장의 대화는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연출된 행사였다.

이 시장은 15일 오전 10시35분께 광산구청 대회의실에서 '자치구 순방, 광산구민과의 대화 행사'를 가졌다. 지난달 29일 동구청 방문에 이은 두 번째 대화다.

행사는 광산구청장 환영사, 시장 인사말,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홍보영상 상영, 민선 7기 시정 방향 설명, 주민과 대화 순으로 진행됐다.

이 시장은 이 자리에서 시정 목표·가치(혁신·소통·청렴)와 10대 시책을 의욕적으로 설명하며, 자화자찬성 시정 성과에도 상당시간을 할애했다.

"지난 7개월 간 시정을 정상 궤도로 안착시켰다"며 광주형일자리·도시철도 2호선 건립 확정 등 광주의 많은 현안들을 해결했다고 강조했다.

식전 행사가 지연된 탓도 있지만, 시정 설명이 계획보다 10분가량 길어지면서 주민과 대화 시간은 줄었다.

당초 이날 오전 11시5분부터 진행키로 했던 주민과 대화는 오전 11시36분께 시작돼 20여 분만에 마무리됐다.

시간도 짧았지만 대화 형식·내용이 각본대로 진행되면서 주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광산구는 각 동주민센터 등의 협조를 통해 주민자치위·통장단 중심의 건의사항 20여 건을 취합한 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시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날 주민과 대화 참석자는 직능단체 관계자들이 대다수를 차지했고, 준비된 건의사항(농촌지역 CCTV 설치, 송산교 보강 공사, 신용보증재단 송정지점 신설, 청소차 차고부지 마련, 풍영정길 보도설치 등)이 차례로 나왔다.

이 시장은 미리 준비한 답변서 내용을 토대로 질문에 답했다.

심지어 광산구가 작성한 '대화 시나리오'와 '주요 대화 내용' 자료에 따라 질문이 이어졌고, 마이크 전달이 잘못되면서 자료에 없는 질의(자치구간 경계조정 입장 표명)가 나오는 해프닝(?)이 연출됐다.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5일 광주 광산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주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2.15. sdhdream@newsis.com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15일 광주 광산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주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02.15. [email protected]


각본대로 진행되다 보니 추가 질의도 1건(노인 복지시설 확충)에 그쳤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니 양해를 부탁한다. 추가 건의사항은 서면으로 받겠다"는 입장뿐이었다.

공무원들이 광주세계수영대회 마스코트(수리·달이) 탈을 쓴 채 행사의 처음과 끝을 함께해 "과한 의전"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신을 감싼 탈을 쓰고 기념 촬영까지 마친 공무원들은 힘든 내색을 감추지 못했다. 행사 도중 참가자 일부는 틀에 박힌 행사에 불만을 토로하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사전 질문을 정하지 않고 불편한 질문까지 답변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과 달리, "이 시장은 시정과 구정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다. 각본대로 연출한 형식적인 자리였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한 기초의원은 "이 같은 일방통행식 대화와 건의사항 전달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시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았다. 정책 주제를 두고 집중적인 대화를 하려면, 퇴근시간 이후 제대로 된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산구 주민도 "권위주의적 행정으로 느껴진다"며 "행사에서 이 시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 플러스 친구 신청을 요청하며 소통을 운운했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민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는 열린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 시장이 동구청에서 같은 행사를 진행했을 때는 광산구 행사보다 다양한 질문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서구는 21일, 남구는 25일, 북구는 27일로 예정됐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