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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배 안의 그 지독한 냄새···'아주 특별한 해부학 수업'

등록 2019.02.17 06: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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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배 안의 그 지독한 냄새···'아주 특별한 해부학 수업'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해부학은 죽음을 통해 삶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대만 츠지 의대 해부학교실은 엄격한 기준을 세워 시신 기증 절차를 관리한다. 교수와 학생들은 시신 앞에서 예와 정성을 다해 수업에 임한다. 1995년 이후 츠지 의대에 시신기증 서명을 한 사람은 3만명이 넘는다.

허한전 츠지 의대 해부학 교수가 '아주 특별한 해부학 수업'을 냈다. 간이식 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버지에게 네 아들이 서로 간을 주겠다고 해 결국 제비뽑기를 했다는 이야기, 미국 대학생이 술에 취한 사이 콩팥을 적출당한 일 등이 담겼다.

"츠지 대학에는 해부할 때 시신 스승의 몸에서 피부와 근육을 떼어내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일부 의과대학에서는 피부를 잘라 시신 옆에 두는 것을 허용한다.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해부학 실습 지침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 하지만 츠지 대학에서는 학기말에 시신 스승의 모든 근육과 장기를 원래의 위치에 되돌려놓고 모든 절개선은 봉합해야 한다.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어떤 부위든지 떨어져나가 다른 것들과 섞이면 모두 비슷하게 생겨서 원래의 위치가 어디인지 알 수 없어 학기말에 원상대로 돌려놓기가 어려워진다."

"인체 해부 시 냄새가 가장 독한 부위가 가슴안과 배안이다. 이 두 부위는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열면 안에 갇혀 있던 포르말린 냄새가 순식간에 공기 중으로 흩어져 눈과 코의 점막을 자극한다. 배안 안의 장기에는 혈관이 사방에 분포되어 있는 데다 포르말린 냄새를 흡착하고 있는 지방이 너무 많아 그 냄새는 가슴안보다 더 코를 찌른다. 배안을 해부하는 2주 동안 학생들은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된 얼굴로 나날을 보내는데, 옆에서 보기에 참으로 가련할 정도다."

허한전은 "우리 사회에서 '죽음'은 금기된 화제"라며 "우리는 죽음과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면 두려움에 떨며 어쩔 줄 몰라 한다. 그래서 시신 스승이 아직 살아 있을 때 신체를 기증하겠다고 내리는 결정은 정말이지 매우 무겁고 어려운 선택이다. 해마다 우리는 새로운 시신 스승과 만나며, 시신 스승과 그의 가족의 큰 사랑과 희생을 피부로 느낀다." 김성일 옮김, 264쪽, 1만6000원, 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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