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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교향곡은 평생 과업, 루이스 록우드 '베토벤 심포니'

등록 2019.02.17 14: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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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교향곡은 평생 과업, 루이스 록우드 '베토벤 심포니'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나는 운명의 목을 꽉 움켜쥐겠어. 녀석은 절대 굽히지 않고 나를 완전히 짓밟고야 말 테니까." 독일 악성 베토벤(1770~1827) 스케치북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미국의 음악학자인 루이스 록우드 보스턴 대학교 베토벤연구센터의 공동 책임자는 베토벤 5번 교향곡 서두에서 우리가 듣는 것은 사실상 이 문장의 물리적 현현이라고 짚는다.

"자신의 연약함, 나아가 인간이라는 존재의 연약함에 저항하는 베토벤의 몸짓을 청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제시부 첫머리에서 그리고 이어지는 첫 악장 전체에서 주제적 내용과 화성의 범위는 넓은 조성 영역에서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다 벗어던진다. 이렇게 하여 베토벤은 삶과 죽음의 근본적인 현안에 상징적으로 맞서는 작품을 만든다"고 본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2020년을 한 해 앞두고 그를 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록우드 책임자가 집대성한 베토벤 교향곡 해설서 '베토벤 심포니'는 부제처럼 '베토벤 스케치북에 숨겨진 교향곡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베토벤이 평생에 걸쳐 남긴 교향곡은 아홉 편. 모차르트의 4분의 1, 하이든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강렬한 인상을 안긴다. 

베토벤이 남긴 수첩이나 스케치북을 통해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교향곡을 탄생시켰는지 추정해나갈 수 있다. 스케치북을 살펴보면 1번 교향곡의 경우 초기 착상이 담긴 스케치는 있으나 최종 단계에 해당하는 스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2번 교향곡은 작곡하기 전에 적은 스케치가 대량으로 존재한다. 8번 교향곡은 원래 교향곡이 아닌 피아노 협주곡으로 출발했다. 특히 '신포니아'(교향곡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라고 표기한 짧은 메모들은 베토벤이 교향곡으로 구상했으나 시작 단계를 넘어서지 못해 미완성으로 남은 스케치들이다.

삶의 어떤 국면을 지나가든 베토벤 마음속에는 항상 교향곡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심해지는 청력 상실, 개인 후원자의 파산과 경제적 궁핍, 조카의 후견인 문제 등 혼란스러운 삶에서도 언제든 교향곡으로 돌아가려 했다.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도 베토벤은 스케치북에 끊임없이 새로운 교향곡 악상들을 적었다. 록우드 책임자는 "베토벤이 교향곡을 작곡하려는 욕망은 연주 기회가 생겼을 때만 일어난 간헐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교향곡은 다시 돌아가야 했던 '평생의 과업'이었다"고 본다. 스케치북을 살피면 교향곡이라는 장르가 평생 베토벤에게 어떤 무게로 다가왔는지 실감할 수 있다. 장호연 옮김, 372쪽, 2만5000원, 바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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