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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 법원 탓에 또 눈물…가해자에 주소 노출

등록 2019.02.18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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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측이 작성 서류에 피해자 주소 담겨

가해자 측 "적법 절차 사건 기록 복사" 주장

인권위 "법원 피해자 신상정보 규정 불분명"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2018.07.30.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법원이 성폭력범죄 가해자 측에 사건기록 사본을 넘길 때 피해자의 주소 등을 익명 처리하지 않은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성범죄 피해자의 신상 정보를 익명화하는 비실명 조치를 하도록 재판 기록 관련 규정을 손보라고 법원행정처장에게 권고했다.

18일 인권위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8월 한 고등법원에서 배우자 B씨가 당한 주거침입강제추행 범죄의 공탁금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엔 B씨의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이 그대로 기재돼있었다.

공탁은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경우 피의자(피고인)가 법원에 돈을 맡기는 행위인데, 재판부에 형량을 낮춰달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피해자의 주소지 관할 법원에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공탁통지서는 법원이 피해자에게 발송한다.

A씨는 가해자 측 변호사 C씨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려 했지만 끝내 무산됐다. C씨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건 기록을 복사했다"고 해명해 사건 처리가 되지 않는다고 경찰이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법원의 사건기록 열람·복사 담당자가 피해자의 인적 사항이 기재된 복사본을 C씨에게 교부해 신상정보가 유출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이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B씨 측 탄원서를 복사 신청해 받은 뒤 탄원서에 담긴 B씨의 인적 사항을 가해자 명의로 작성하는 공탁신청서에 옮겨적었다고 봤다.

인권위는 "비록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가해자에게 유출돼 구체적인 위험 상황이 발생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이같은 행위는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가해자가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져 피해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검사에게 사건 관련 서류를 신청하면 '사건 관계인의 생명·신체의 안전이나 생활의 평온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며 "반면 법원은 비실명화 조치 사유에 이같은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처럼 재판기록 열람·복사 규칙 및 예규 등 관련 규정에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신상 정보 비실명화 조치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C씨의 행위가 개인의 부주의에서만 비롯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C씨를 주의 조치하고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직무 교육과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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