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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데이지호 '블랙박스' 회수…침몰 원인 밝혀낼까?

등록 2019.02.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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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3000m 선박 VDR 역사상 첫 회수…갑판 VDR 회수 성공

노후선박 구조결함 가능성↑…데이터 추출·분석 최소 2개월 이상

공정성 위해 제3전문기관 맡나…정부 "모든 상황 가족 협의후 결정"

【서울=뉴시스】 2년 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에서 회수된 항해기록저장장치(VDR). (제공 = 해수부)

【서울=뉴시스】 2년 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에서 회수된 항해기록저장장치(VDR). (제공 = 해수부)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2년전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가 회수되면서 침몰 원인 규명과 실종자를 찾기 위한 단서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VDR은 항공기의 블랙박스 역할을 하는 선박 항해기록장치다. VDR에 저장된 항적 정보 등 선박 운항과 관련한 저장된 각종 정보를 분석하면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 원인이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길이 312m, 폭 58m, 축구장을 3개 합친 면적의 초대형 선박이 완전히 침수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5분 남짓 걸린 이유와 '배가 두 동강이 나 가라앉았다'는 생존 선원들의 주장으로 제기된 선박의 구조적 결함 의혹도 해소될 전망이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은 오랫동안 이어져왔다. 아직까지 침몰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서다. 또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은 침몰 원인을 '선박의 구조적 결함'에서 '기상 악화' 때문이라고 말을 바꿔 논란을 부추겼다.

영국이나 프랑스 등 다른 나라는 선박이 침몰하면 재발 방지를 위해 VDR를 회수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한다. 사고 원인이 규명돼야 책임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지난 18일 스텔라데이지호 사고 해역에서 심해수색을 하던 미국 오션 인피니티사의 씨베드 컨스트럭터호가 전날 선체 일부인 선교를 발견, 인근 해저면에 이탈해 있는 VDR도 회수했다고 밝혔다.

우리 역사상 심해 3000m 선박에서 VDR를 회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09년 5월31일 승객과 승무원 228명을 태우고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프랑스 파리를 향해 출발한 에어프랑스 447편이 대서양 상공에서 추락했다. 여객기가 추락한 지점은 수심 3000~6000m. 프랑스 정부는 '레모라 6000'이라는 로봇 잠수정을 투입해 심해 4000m 지점에서 블랙박스를 회수한 바 있다.

현재 회수된 VDR은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특수용액(de-ionized water)에 담아 시베드 컨스트럭트호 안에 보관중이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년이 지난 3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년의 기다림, 스텔라데이지호 시민문화제'에서 실종자 가족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2018.03.3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1년이 지난 3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년의 기다림, 스텔라데이지호 시민문화제'에서 실종자 가족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2018.03.31. [email protected]


스텔라데이지호의 VDR가 회수됐지만 정확한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해 앞으로 넘어야 할 난관이 만만치 않다.

스텔라데이지호의 VDR은 선교와 갑판 등 2곳에 장착돼 있다. 이번에 회수된 VDR은 갑판에 설치된 것으로 심해 6000m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수거용 VDR이다. 캡슐형 외부 원통을 제거하면 선박의 각종 정보가 담긴 기판이 나온다.

기판 상태가 양호하면 곧바로 데이터 추출작업이 가능하다. 심하게 훼손됐거나 바닷물에 오염됐을 경우 '디지털 포렌식' 복구작업을 거친 뒤 데이터 추출작업이 진행된다. 이후 추출된 데이터를 토대로 제조사 전용 소프트웨어인 '플레이백'을 통해 분석작업이 이뤄지면 선박의 항로와 속도, 선원들의 음성 파일 등 각종 정보들이 종류별로 분류된다. 데이터 추출과 분석에는 최소 2개월에서 10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선교 벽면에 설치된 VDR도 회수해 갑판 VDR과 비교·분석해야 정확한 침몰 원인을 밝혀지고 향후 발생할 여지가 있는 논란도 잠재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상 선박이 침몰했을 경우 갑판에 설치된 수거용 VDR만 회수한다. 선교에 설치된 VDR은 선박 출동사고나 선박이 침몰하지 않을 경우에 활용된다.

하지만 정부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 선교에 설치된 VDR도 회수할 방침이다. 불필요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심해 로봇이 선교 안으로 진입해 직접 떼어내는 방식이 유력하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미 오션 인피니티사와 협상 당시 선교에 설치된 VDR 회수 방안에 대해 협의를 했다"며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 선교에 설치된 VDR 회수도 시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침몰 원인 규명을 위한 데이터 분석 등 남은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3국의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남은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럴 경우 해양경찰과 해양심판원 등이 파견돼 함께 조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모든 과정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등 제3국의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남은 과정이나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들과 협의해 결정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심해수색을 위해 오션 인피니티사를 용역업체로 선정했다. 씨베드 컨스트럭터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지난 8일(현지시각) 출항해 14일 사고 해역에 도착한 뒤 무인잠수정을 투입해 수색을 진행해 왔다.

스텔라데이지호는 지난 2017년 3월31일 철광석 26만톤을 싣고 브라질을 떠나 중국으로 향하다 우루과이 동쪽 3000km 해상에서 갑자기 침몰했다. 당시 선원 24명 가운데 필리핀 선원 2명만 구조됐고, 한국인 8명을 포함한 22명은 실종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스텔라데이지호 수색과 사고 원인 규명을 '민원 1호'로 공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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