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탄력근로제' 한발씩 양보한 노사…사회적 대화 카드 통했다

등록 2019.02.19 19:45:2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6개월로 확대 하되 건강권·임금보전 방안 마련

11월 경사노위 출범 이후 첫 사회적 합의 사례

쌓여있는 노사 현안 풀어내는 계기로 작용 할 듯

"경사노위 역할 커져야", "노사 논의 활발해질 것"

협상에서 빠진 민주노총 반발 등 넘어야할 산

'탄력근로제' 한발씩 양보한 노사…사회적 대화 카드 통했다

【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에 대한 노사간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했던 만큼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결단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이철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 위원장)

"이 한 건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고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노사 문제를 하나 하나 타협으로 해결해 나갔으면 좋겠다."(손경식 한국경총 회장) 

1년 가까이 첨예한 갈등을 겪어온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문제가 2월 19일 노사 간 극적 합의를 이뤄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 이후 이룬 첫 합의란 의미 뿐 아니라 겹겹이 쌓여 있는 노사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선례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문제를 논의해 온 경사노위 산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19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최장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되 노동자 과로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을 의무화하는 등의 노동자의 건강권과 임금보전을 확보하는 안에 합의했다.

경사노위가 지난 11월 22일 출범한 지 3개월 만에 이룬 첫 합의다. 특히 탄력근로제는 지난해 초 급격히 노정 관계 경색을 불러온 불씨였던 만큼 이번 합의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릴 때 더 일하고 일이 없을 때는 덜 일하는 방식으로 일정 기간 안에 주당 평균 법정노동시간을 맞추는 제도다.

지난해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주52시간 근로제 도입 이후 경영계가 보완책으로 요구하면서 본격적으로 대두됐다. 

이에 노동계는 본격적으로 주 52시간 근제로가 시행되기도 전에 다시 장시간 노동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고용노동부 고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지금 상황에서도 얼마든지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적정한 수준의 단위기간 확대는 필요하다고 본다"는 등 입장이 갈릴 정도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대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정은 경제 사정이 어려운데 산업 현장 기업들의 애로에 대해 눈을 감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11월 5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합의했다.

이후 노동계 반발은 더욱 거세졌고 양대 노총은 공동연대에 나서는 등 노정 관계가 급격하게 경색됐다.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한 대타협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12월 20일 경사노위 산하에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탄력근로제 문제는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경사노위는 2달 간에 걸쳐 탄력근로제 국내외 사례 검토를 비롯해 8차례의 전체회의를 진행하며 논의를 이어갔고 논의 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한 끝에 극적 합의에 성공했다. 특히 지난 17일과 18일에는 노사가 새벽까지 이어지는 마라톤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노사가 한 발씩 물러서는 용단을 통해 대타협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늘리게 해 달라는 경영계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노동계가 요구하는 건강권과 임금보전 방안에 대해서는 경영계가 흔쾌히 받아들인 것이다.

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은 이날 합의 이후 브리핑에서 "국회에서 합의를 한다고 한 부분들 때문에 사실은 (노사 간) 합의를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노사가 조금씩 양보해서 합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계는 건강권 문제와 임금보전 문제에 대해 집중 논의했고 그 부분에 대해 경영계가 조금 양보했다"며 "노동계도 그 부분이 보장된다면 6개월 연장하는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타협을 계기로 노사가 대립하고 있는 각종 현안을 풀어나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경사노위에서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문제와 국민연금 개편안 문제 등을 놓고 노사 가 격론을 벌이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은 "노사 간 대립이 심했던 상황에서 노사정이 함께 해서 타협을 이룬 것은 커다란 성과"라며 "앞으로 경사노위가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실장은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가 각자의 입장에서 조금씩 양보해 노사현안에 대해 합의를 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이번 노사합의를 계기로 노사간의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이 이번 합의에 참여하지 않은데다 탄력근로제 확대안 처리 시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라 변수로 남아 있다.

민주노총 김형석 대변인은 "오늘 합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뿐 아니라 노동시간 유연성을 대폭 늘린 명백한 개악"이라며 "오늘 야합 결과 노동시간 주도권은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넘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노총은 내일 전국 확대간부 상경 결의대회와 3월 6일 총파업총력투쟁을 보다 강력하게 조직해 탄력근로제 개악야합을 분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