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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완식 미술전문기자 전시기획자 변신...아프리카 미술 소개

등록 2019.02.19 10: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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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 가나아트포럼서 '아프리카 현대미술작가' 3인전 21일 개막

【서울=뉴시스】 음파두 mixed on aluminum 200x100cm

【서울=뉴시스】 음파두 mixed on aluminum 200x100c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피카소의 큐비즘 탄생을 알린 '아비뇽 처녀들'은 아프리카 예술의 영향을 받았다. 파격적인 그림 이후 현대미술은 피카소로 시작된다. 피카소를 매료시켰던 아프리카 예술은 '원시 미술'이 힘이다. 그렇다면 아프리카 현대미술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국내에 아프리카 미술을 꾸준히 소개해온 편완식 전 세계일보 미술전문기자가 지난해 정년 퇴임후 전시 기획자로 변신, '아프리카 현대작가전'을 선보인다. '아프리카 미술기행' 책을 출간한바 있다.

 오는 21일부터 서울 평창동 가나포럼스페이스에서 펼치는 이 전시는 세계 미술시장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편완식 기획자는 "현대미술이 색 중심에서 다시 빛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아프리카 작가들도 빛에 대한 천착이 집요하다"고 소개했다.
【서울=뉴시스】 편완식 전시 기획자

【서울=뉴시스】 편완식 전시 기획자

"작가들은 빛을 단단히 정지시켜 고정시키려 한다. 빛의 정지는 궁극의 경지를 환기시켜주는 문이다. 아프리카에는 초록을 표현하는 말이 20가지나 된다. 신의 빛, 자연의 빛(태양 빛)에대한 예민한 감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색을 그리지만 빛이 전제된 색이다. 빛이 사라지고 있는 검은 색의 표현은 40가지나 된다."

그는  "가장 함께 쓰기 힘들다는 초록과 검정색을 함께 쓰는 것이 자유롭다. 빛에 대한 인식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면서 "아프리카 작가들의 빛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럼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서구 현대미술과 아프리카 작가 모두에서 ‘색에서 빛으로’의 여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는 아프리카 현대미술 대표작가인 팅가팅가(1932~1972), 헨드릭(45),음파두(63)의 3인전으로 열린다.
 
【서울=뉴시스】 팅가팅가 gloss on plywood 60X60cm

【서울=뉴시스】 팅가팅가 gloss on plywood 60X60cm


팅가팅가의 그림은 아프리카에 현대미술이 어디있냐고 인색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무안하게 할 정도라는 평이 있다. 그의 그림은 하늘로부터 뚝 떨어진 그림 혹은 미술계의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로 불린다.

탄자니아 남부 시골 출신인 그에게 발견된 공사장의 합판(plywood)은 캔버스로 변신되었고, 자전거에 칠하는 에나멜페인트의 오방색(red, yellow, blue, black, white)은 팅가팅가의 손끝에서 화려하게 변신했다. 아프리카 미술계에 새로운 역사를 열기 시작한 것이다. 1967년, 그의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누군가의 가르침도 받지 않았다. 그냥 스스로를 깨우쳐서 자신을 가르쳤다. 그래서 주제도, 재료도 구애될 것이 없었다. 특히 동물을 많이 그렸다. 그것은 혁명적 발상이었다. 탄자니아는 기독교와 이슬람이 강했기에 동물은 우상숭배와 관련하여 금기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팅가팅가에게 우상은 편견에 불과했다. 근원에 대한 것,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림에는 자유로운 날개 짓만 있을 뿐이었다.

헨드릭은 그림은 꿈이고, 꿈은 그림이다. '휴머니티'가 바로 그림이고, 꿈이라고 한다. 자기 아이 셋에 버려진 아이 셋을 함께 키우는 헨드릭은 앞으로 세 명을 더 입양할 예정이다. 이는 그림으로 표현된다. 이들을 품고 싶어 하는 마음이 그림이 되고, 꿈이 되는 순간이다. 예쁜 옷을 함께 입고, 거리를 함께 활보하고, 함께 춤을 추고, 함께 병원에 간다. '함께'라는 말이 바로 그가 말하는 휴머니티의 구체성이다. ‘함께’ 라는 이데아에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어제에 집착하고, 내일에 근심을 둔다면, 오늘은 위축될 수밖에 없어 상실로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휴머니티도 더불어 상실이다. 오늘에 대해 최선을 다하자는 낙천성이 그의 그림이고, 꿈이다. 그런 내용을 담은 헨드릭의 그림이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과서 두 곳에 실렸다.

【서울=뉴시스】 핸드릭 festival gloss on camvas 220x90cm

【서울=뉴시스】 핸드릭 festival gloss on camvas 220x90cm


음파두는 색이나 재료의 사용에 있어서 어느 누구보다도 자유분방하다. 원색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색의 혼합으로서 강한 파스텔 톤을 즐겨 칠하고, 캔버스보다는 알루미늄 판을 통해 여러 메시지를 던진다. 두텁게 칠해진 판을 예리한 면도날이나 송곳으로 긁어내어 흰색을 드러나게 하는 작업은 마치 구도의 길과도 같다.

그에게 있어 흰색의 윤곽선은 어두운 아프리카의 현실에 빛을 드러나게 하는 가능성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런 스크래치 기법은 그의 종교적 신념과도 연결되고 있다.

 “어둠 속을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캄캄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쳐올 것입니다.(이사야 9장1절)” 빛을 지니고 있는 알루미늄 판을 사용하면서 여러 색을 덧칠하고 또 덧칠해도 긁어내야 하는 것이 그의 운명이란다. 아프리카의 복잡다단한 상황은 결국 빛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한 평화에의 시련이고, 시험이란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전시는 28일까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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