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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사진으로 탈탈 털린 이끼의 섬뜩함...민병헌 신작展

등록 2019.02.22 15:07:47수정 2019.02.22 15: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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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진미술관서 23일 개막

【서울=뉴시스】 민병헌 이끼

【서울=뉴시스】 민병헌 이끼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그가 찍는 풍경은 일상의 자연이지만 그의 사진 속 해석된 풍경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다른 세상이다.'

 흑백 아날로그 프린트를 고집하는 사진작가 민병헌(64)이 '이끼'로 돌아왔다. 강한 콘트라스트로 표현된 물과 빛을 품어내는 오묘한 이끼의 형상을 보여주는 신작이다. 23일부터 서울 송파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전시한다.
 
 이번 사진은 민병헌의 특허라고 볼 수 있던 아련한 중간톤은 없다.

군산으로 터전을 옮기면서 예전과 다른 강한 톤, 다양한 빛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빛을 찾아 헤매고 땅의 숨소리에 이끌리다 깊고 음습한 지역에 빠진 그는 원초적인 생명이 군생하는 이끼의 모습을 소름돋을 만큼 직접적으로 담아냈다.

민병헌은 이끼를 키워내는 음습한 곳의 척박함과 디테일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살아있는 끈질김, 물과 빛을 품은 후 발산하는 축축하고 끈적한 불편한 존재감, 형체를 감추고 드러나지 않은 듯 평온하다 싶지만 와글와글 군집한 현상이 섬뜩하기도 하다. 

【서울=뉴시스】 민병헌 이끼

【서울=뉴시스】 민병헌 이끼


이번 전시 서문을 쓴 김민정 시인은 "녹색으로 타고난 이끼가 흑백으로 재현되면서 일순 삶이 죽음으로 뒤바뀌는 풍경이다. 민병헌의 이번 사진 속 풍경들은 묘하리만치 인간들을 닮아 있다. 더 정확하게는 인간들의 뼈라 할 수 있겠다"면서 "사진으로 탈탈 털리게 된 이끼 자신도 꽤나 놀랐을 것"이라고 했다. 

1987년 '별거 아닌 풍경'에서부터 민병헌은 길가에 밟히는 작은 풀, 거친 땅과 같은 풍경을 발표하면서 사진의 소재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트렸고 같은 대상을 어떻게 다르게 보는가에 집중했다.

본다는 것은 세계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생의 본질이다. 매일매일 보이는 별거 아닌 것을 특별한 눈으로 세상을 해석해내는 사진작가의 '뚝심'과 열정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한미사진미술관은 이 전시와 함께 민병헌 '이끼 Moss' 사진집도 발간했다. '90여점의 ‘이끼’ 신작만 담겼다. 전시는 5월18일까지.
【서울=뉴시스】 민병헌 이끼

【서울=뉴시스】 민병헌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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