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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웨이, MWC에서의 미진한 백도어 의혹 해명

등록 2019.03.04 08: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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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화웨이, MWC에서의 미진한 백도어 의혹 해명

【바르셀로나=뉴시스】오동현 기자 = 화웨이의 통신장비 보안 이슈로 전세계가 시끄럽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의회(GSMA)의 대처가 2019 MWC에서 또다시 잡음을 양산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화웨이는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GSMA 주관 'MWC 2019'의 메인 스폰서를 맡아 전시장 일대를 온통 화웨이 광고로 도배하다시피했다. 올해 MWC에는 208개국에서 2400개 기업이 참여하고, 10만명 이상의 ICT관계자들이 참관했다.

화웨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MWC 행사 일정 내내 최근 국제적 이슈가 된 자사 통신장비에 대한 보안 이슈를 적극 해명하느라 애썼다.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MWC'에서 기조연설을 하며 "화웨이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백도어'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힘을 모아 통합된 사이버 보안 표준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도어란 시스템 접근에 대한 사용자 인증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응용프로그램 또는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궈핑 회장의 기조연설 후에는 한국 화웨이가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자사 통신장비에 대한 보안 검증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스페인 국제공통평가기준(CC) 검증기관의 정보보안형사연구소(Epoche and Espri, E&E) 미구엘 바농 최고경영자가 나왔다.

미구엘 바농 CEO는 "LTE 장비를 시작으로 현재 5G 장비까지 테스트하고 있고, 스페인 정부가 의뢰했다"면서 "(그러나) 삼성, 노키아, 에릭슨 등 다른 5G 장비 제조사들은 CC인증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화웨이 장비에 보안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 관계자는 "스페인의 민간평가기관인 E&E를 통해 진행 중인 화웨이의 CC인증은 화웨이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보안 수준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라며 "특정 국가에서 요구하는 보안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과기부에 따르면 스페인 민간평가기관이 화웨이가 스스로 정해 놓은 기준을 평가하고 있는 것인데, 바농 CEO는 마치 스페인 정부가 요구하는 보안규격에 따라 엄밀하게 화웨이기 검증을 받고 있는 것처럼 과장해 설명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E&E가 수행하는 CC인증 비용마저 화웨이가 낸다. 분명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화웨이가 요청했는지 미구엘 바농 CEO가 자발적으로 나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날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이처럼 사실과 거리가 있는 내용을 들고나와 화웨이를 두둔하고 나선 데에는 우리 사회에서 화웨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보기위한 생각에서 비롯된 듯 하다.

이미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는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국내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3월말까지 1만5000개 기지국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중 95%가 화웨이 장비다.

이와 관련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화웨이는 우리의 중요한 장비공급업체 중 하나"라며 "보안에 대해선 거의 100% 완결하게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자신한 바 있다.

그러나 여론은 아직 반신반의다. 따라서 백도어 의혹이 해소되려면 화웨이 측의 보다 진솔하고 상세한 설명과 이를 이용하는 업체 측의 완벽한 보안태세 확립에 있다.

물론 백도어 의혹의 실체에 대해 미국 등 서방세계의 과잉 대응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100% 안심할 수 있게 하려면 적어도 MWC에서처럼 얄팍한 수를 써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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