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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북미 중재 해법에 고심…판문점 회담으로 돌파구 찾나

등록 2019.03.04 14: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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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만의 NSC 전체회의 소집한 文…북미 상황 엄중하다는 판단인 듯

1년 전 판문점 '깜짝 회담' 재현 가능성…남북→북미회담 순 중재외교 관측

말 아끼는 靑 "하노이 상황 파악이 우선"…'정교한 핸들링' 부담 높아졌다는 평가도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걸어나오고 있다. 2018.05.27.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지난해 5월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 (사진=뉴시스DB). 2018.05.27.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순항하는 듯 했던 비핵화 여정에 제동이 걸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결렬된 이후 마땅히 중재할 수 있는 방안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도 문 대통령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선 가용한 외교안보 라인을 총가동 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4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회의(NSC) 전체회의도 외교·통일·국방부 등 부처별로 산재돼 있는 상황분석을 취합하고 향후 대응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NSC 전체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는 NSC는 필요시 의장이 전체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이번이 취임 후 9번째 전체회의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센토사 합의'의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소집된 이후 9개월 여만이다.

NSC는 국가 외교·통일·안보 문제를 결정하는 최고 의결기구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정세를 평가하고 대응책을 논의하며, 대통령에게 자문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국면에서 한 달이 멀다하고 전체회의를 소집, 관련 대응책을 논의해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에만 총 7차례 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는데, 북미 비핵화 협상의 출발점으로 평가받았던 2017년 11월29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 발사에 성공했다. 문 대통령은 ICBM 발사 속에 담긴 북한의 대화 의지를 읽고, 국정원의 물밑접촉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석 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NSC 전체회의는 북미 비핵화 합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지난해 6월14일 상징적으로 주재한 뒤 줄곧 정의용 안보실장 주재의 상임위원회 체제를 유지해 왔다. 문 대통령이 이러한 흐름을 깨고 이례적으로 전체회의를 소집한 것은 북미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합의없이 돌아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외에 추가 시설 폐기에 대한 미측의 공개 요구, 미국의 상응조치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걸려있는 대북제재 해제 5건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입장에 대한 정확한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하노이 회담에서 실제로 어떤 대화가 오고 갔고 어디에서 매듭이 꼬였는지 등 하노이 회담의 상황을 종합적이고 입체적으로 재구성해야하는 상황"이라며 "바둑으로 치자면 복기해야하는 단계로 각급 채널을 통해서 27~28일 정확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면밀한 진단을 하는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회동을 하기로 한 것도 정확한 상황 판단을 위한 행보의 일환이다. 이외에도 1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과정에서 동원됐던 '국정원-통일전선부 라인' 등 가용한 모든 외교안보 라인을 총동원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정경두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현 상황분석에 대한 보고를 받은 이후 북미 간 중재 외교에 대한 구상을 매듭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 비핵화 협상 동력이 식기 전에 되살리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력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평가다.
【워싱턴(미국)=뉴시스】전진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2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18.05.23.  amin2@newsis.com

【워싱턴(미국)=뉴시스】지난해 5월 워싱턴D.C.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단독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DB). 2018.05.23.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 얘기가 나왔다가 취소됐었는데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하면서 촉진이 된 측면이 있다"면서 "지금은 하노이 회담에 대한 정확한 상황에 대한 파악과 그에 따른 분석, 새로운 대응 전략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된 6·12 북미 정상회담을 3주 가량 남겨두고 취소하자, 문 대통령이 이틀 뒤인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되살린 경험과 같은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는 지난해 5월26일처럼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을 거쳐 3월 중 워싱턴 방문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시나리오가 청와대 안팎에서 제기된다. 비핵화 협상 결렬의 책임이 있는 북미 두 정상을 직접 움직이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나서서 협상 재개의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회담 결렬 후 가진 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통화에서 김 위원장과 대화 후 결과를 자신에게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당부한 바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깨놓고 내가 다시 만나자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당신이 적극적으로 와서 다시 만나라'는 식으로 권고를 하면 '우방이자 동맹국가의 원수의 수반의 대통령의 권고에 따라 내가 김정은 위원장을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이런 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은 최대한 이른 시간 내에 김 위원장으로부터 직접 협상 결렬과 관련한 상황을 듣고, 미국과의 협상 절충 가능성 등을 파악한 후에 워싱턴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에는 판문점 극비 회담 하루 전에 국정원-통전부 라인을 통해 북측이 회담을 먼저 제안해 왔듯,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만남을 제안해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난해와 달리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개설돼 남북간 다양한 채널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소통 여건은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지난해 한 차례 좌초될 뻔한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보다 정교한 핸들링이 요구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본 협상이 열리기 전의 취소 위기 상황에서 중재한 지난해의 상황과, 정상회담을 마쳤는데 합의에 이르지 못한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북미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협상 중재안을 제시하지 않고는 두 정상을 다시 회담 테이블로 이끄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김 대변인이 전날 "하노이 회담이 다시 북미 정상회담으로 다시 열리고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중재자로서 책임감있게 해야하는 입장으로,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섣불리 말할 수 없는 입장"이라며 말을 아낀 것도 지금 당장으로서는 문 대통령이 직접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임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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