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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재벌은 미래에도 소중한 자산…일감몰아주기는 문제는 해결해야"

등록 2019.03.1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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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국제경쟁정책워크숍서 기조강연

세르비아·발칸지역 국가 관료·법조계·학계 인사들 참석

"재벌 좋아한다…긍정·부정적 측면 같이 있어"

【베오그라드(세르비아)=뉴시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3회 국제경쟁정책워크숍'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베오그라드(세르비아)=뉴시스】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3회 국제경쟁정책워크숍'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베오그라드(세르비아)=뉴시스】위용성 기자 = 유럽 관료들 앞에서 강연에 나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집단을 두고 "한국 경제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며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서 김 위원장은 "난 재벌을 좋아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강연의 상당부분은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집중이나 일감 몰아주기 등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데에 썼다.

김 위원장은 12일(현지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3회 국제경쟁정책워크숍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워크숍은 한국 공정위가 1996년부터 개발도상국과 한국의 경쟁법 정책·집행 방식을 교류하기 위해 열어 온 행사다. 이날 세르비아 경쟁보호위원회 관료들 뿐만 아니라 마케도니아 등 발칸지역 국가들의 경쟁법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에 앞서 사전 배포된 발표문에 담겼던 수위 높은 재벌 비판 문구는 실제 강연에선 쓰이지 않았다. 사전 발표문에는 "재벌이 관료와 정치인을 포획하고 언론마저 장악하는 등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재벌 3세들은 창업자들과 달리 위험에 도전해 수익을 창출하기보단 사익추구 행위를 통한 기득권 유지에만 몰두한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어 국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날 강연에서 김 위원장은 "한국 재벌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함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과거 한국은 성공적인 기업에 한정된 자원을 집중 투자하는 정부주도 정책과 수출중심 정책을 조합했다"며 "이 두 요소가 결합돼 한국의 기적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삼성·현대자동차·LG 등 거대기업들이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뒤로는 재벌의 부정적 측면을 나열해갔다. 그는 "재벌들은 국내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어 막대한 경제적 권력을 갖고 있다"며 "이는 경제적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종교·언론·이데올로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문제도 꼬집었다. 그는 "이들은 현재 그룹의 5% 내외에 불과한 지분을 갖고 있다"며 "오너(owner)로 불리지만 실상은 소수주주(minority shareholder)"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순환출자 등을 이용해 기업집단 전체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이는 일감 몰아주기 등 다른 기업 혹은 주주들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 문제를 점검하기 위해선 경쟁법 뿐만 아니라 회사법이나 상법 등 다른 법체계와의 협력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다만 과거 경제발전 초기 단계에선 이런 시스템이 잘 작동되지 않았고, 때문에 경쟁당국인 공정위가 경쟁법 집행 역할 외에 재벌 문제까지 다루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재벌을 규제하는 공정위의 위치를 두고 "우리 경쟁당국은 기업들과 정부 내 다른 부처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해 외로울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한편 이날 김 위원장의 강연 이후엔 공정위 실무자들이 발표자로 나서 담합 과징금 감면제도 등을 주제로 다뤘다. 밀로에 오브라도비치 세르비아 경쟁보호위원장은 이날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기업 등 공공분야의 민영화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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